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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2

08. 인간은 기대를 먹고사는 존재다. 꼬르륵.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물속에 몸을 던지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밖에서 사람들이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을 보았을 때 들었던 소리는 ‘풍덩’이었는데, 정작 물속에 들어간 사람이 듣는 소리는 자신의 숨소리뿐이다. 발을 떼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들어갔는데 이퀄라이징이 안 되면 어쩌지? 내가 패닉에 빠지지는 않을까? 물속에 뭐가 있을 줄 알고? 그러나 막상 물 안에 몸을 던지자 저 육지 세상보다 더 큰 평온이 찾아왔다.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고요했다.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 아이들이 바깥 소리를 이렇게 듣는다는 이야 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주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처럼 말이다. 물속에 들어가자 새 소리도, 파도 소리도, 사람들의 환호 소리도 아득했다. 그래. 내겐 이.. 2022. 9. 6.
00.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연재 예고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무엇이 그들을 싸우게 만들었는가 정세가 급격하게 움직이고 또 수없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뀔 때, 자연스럽게 휩쓸리거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좇거나 발맞추는 건 어렵지 않다. 성공과 풍요가 절로 따라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치트키를 쓰지 않고도 인생을 하얗게 불태우며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던져 싸운 존재들도 있다. 그들은 비록 쉽게 잊혔지만 누구보다 어려운 길을 걸었다. 20세기 한국사에서 이들 존재는 숨겨졌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거대한 세계 질서에서 빗겨나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견해를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고 체제를 비판·위협·파괴하는 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근현대 한국 사회에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이들의 자리는 없었다. 이 책은 말한다,.. 2022.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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