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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로드 투 카타르>6

05. 국대, 그 남자들의 모든 것 (마지막 회) 선수들은 늘 TV와 온라인에 등장하고 팬들은 이를 통해 선수들을 본다. 누군가는 경기장에서 만나기도 한다. 경기장과 관중석, 모니터와 경기장, 딱 그 정도만큼의 거리감이 선수들과 대중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없고, 팬들도 선수들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 번쯤 내가 본 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보고 싶었다. 비록 내가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지만 대중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면모를 전할 수 있다면 팬들이 선수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선수단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선수들이 모인다. 이들은 팀을 위해 한 몸으로 움직이지만, 각자의 개성과 생각으로 호흡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팀이라는 이름으로는.. 2022. 8. 2.
04.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선수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선수들은 어떤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스케줄표를 보면 딱 두 단어만 보인다. 밥과 훈련. 생각보다 꽤 단조롭고 여유 있게 보이겠지만, 행간에 숨어 있는 스케줄은 빼곡하다. 밥과 밥 사이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도 선수들은 나름의 훈련과 공부로 시간을 채워나간다. 그들의 자기관리는 무서울 정도다. 선수들마다 생활습관, 훈련법 등은 차이가 있다. 회복 훈련 때 아이스 배스(Ice Bath), 얼음통에 들어가는 훈련을 하는 선수와 하지 않는 선수, 훈련 전에 테이핑(Taping)을 하는 선수와 하지 않는 선수, 훈련 전 간식을 먹는 선수와 먹지 않는 선수, 휴식시간에 낮잠을 자는 선수와 자지 않는 선수 등등 개인별로 자기만의 루틴이 명확하다. 그래서 훈련과 체력 단련에서 선수들의.. 2022. 7. 30.
03.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 “동일 쌤, 방호복 소매 끝에 있는 고리를 엄지손가락에 걸어주셔야 해요.” “아 그렇군요. 이게 참 익숙하지가 않아서….” 신동일 조리사는 내 말대로 소매 끝의 고리를 잡아서 엄지손가락에 끼웠다. 그의 얼굴에 벌써 땀이 하나둘씩 맺혔다. 그는 나와 함께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순서를 하나하나 사진 찍는 중이었다. 내가 단계별로 방법을 설명하면 그에 맞춰서 신동일 조리사가 실행해 주고 나는 그 모습을 찍었다. 오스트리아 원정 때 귀국을 앞두고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방법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 방법이 제법 복잡해서 말보다는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다. 신동일 조리사는 내 부탁을 받고 기꺼이 이 과정에 참여해 주었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속장갑을 끼고,.. 2022. 7. 28.
02. 속마음이 따뜻한 원칙주의자 _파울루 벤투 감독 “아니,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는 거죠?” 내가 벤투 감독을 처음으로 진료하고 나서 한 말이다. 그동안 몸 관리를 꽤 잘하는 선수들을 만나봤지만 모든 수치가 그처럼 표준에 가까운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FM(Field Manual)의 약자. 군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현장 매뉴얼처럼 원칙 그 자체라는 의미, 표준 중에서 진짜 표준. 벤투 감독에 대한 첫 정보는 이렇게 내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와 내가 진료실에서 만난 이유는 감독 부인의 진료 때문이었는데, 2020년 6월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브란스 병원은 2019년 10월에 KFA와 협력병원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KFA에서 의뢰한 KFA 관계자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윤영설 당시 의무분과위원장을 통해 벤투 감.. 2022. 7. 27.
01. 007 작전보다 은밀한 소변 작전 “어제도 환자가 많았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라 힘드시겠어요.” “괜찮습니다. 휴가 때문이니까요.” “이왕 가시는 휴가인데 푹 쉬다 오세요.” 간호사는 내가 쉬려고 휴가를 낸 것이라 알고 있으나,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밝힐 수 없는 비밀 일정이므로. DCO는 축구 경기 일정에 따라 도핑 테스트를 위한 출장을 간다. 도핑은 AFC와 FIFA 주관 경기, A매치, 프로팀 경기 등 모든 경기에서 실시될 수 있는데, 매번 하진 않고 경기의 중요도를 고려해서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갑작스러운 제보를 통해 테스트가 결정될 때도 있다. 출장지는 그야말로 전 세계다. DCO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의 도핑 테스트를 하는지는 비밀에 부치는 게 원칙이다. FIFA와 AFC는 출장 스케줄을 출발 2주 전쯤에 DCO에게.. 2022. 7. 26.
00. <로드 투 카타르> 연재 예고 축구 국가대표 팀닥터의 Goal! 때리는 좌충우돌 분투기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이자 FIFA/AFC의 메디컬 오피서/도핑 컨트롤 오피서, 남자 축구 A 대표팀 팀닥터. 저자의 이력은 대략 이러한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이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열혈남아. 환자를 치료하고 의과대학생들을 가르치는 본업에만 충실해도 일신에 크나큰 어려움이 없으련만 축구를 너무나 좋아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세상에 눈곱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동분서주하였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일인다역으로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외에도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노년내과 교수로 일하던 저자가 축구 세상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 열정 하나로 좌충우돌하면서 ‘오지라퍼’ ‘또라이.. 2022.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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