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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6

05. 핵무기만큼 무서운 핵황달 (마지막 회) 결혼 후 새신부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첫 아기를 얻은 기쁨도 잠깐, 아기 몸 전체가 노랗게 변한다. 처음에는 많은 아기에게 나타나는 생리적 황달이겠거니 생각하였는데, 아기 눈의 흰자위까지 노랗게 변했다. 소아과 진료를 하니 핵황달일 가능성이 높아 입원을 한다. 핵황달은 황달이 뇌까지 침입하여 뇌성마비까지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입원 후 핵황달을 치료하기 위하여 아기 피를 모두 빼내고 새로운 피로 바꾸는 교환수혈까지 하게 되었다. 여기서 예기치 못한 새신부의 결혼 전 사건이 알려지게 된다. 아기의 핵황달 치유 과정에서 산모의 결혼 전 낙태 경험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신생아 핵황달은 첫 임신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두 번째 임신한 태아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기의 황달로 인하여, 결혼 전 첫 임신.. 2022. 11. 9.
04.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고난 요사이 부고를 받다 보면 100세까지 장수하신 분들의 부고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5세이다. 기대수명이란 출생한 신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나이를 말한다. 일본인의 기대수명이 84.4세로 세계에서 가장 최장수 국가이다. 《동의보감》을 집필한 허준의 시대에 조선 사람 평균수명이 30대였다. 조선의 왕들의 평균수명은 46세였다. 21대 영조가 가장 장수하여 82세까지 생존하였다. 과거 조선시대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 전염병이라고 추측된다. 1895년 당시 조선의 수도 한성의 인구가 22만 명이었는데 호열자라고 부르는 콜레라가 유행하여 한성에서만 5천 명이 사망하였다. 당시에는 세균에 대한 존재도 모르던 시기였기에, 콜레라는 쥐 귀신에 의하.. 2022. 11. 8.
03. 손 씻기가 살린 아기들 “선생님, 저희 간호사들 핸드로션 좀 사주세요.” 나에게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들이 회진 중에 간곡하게 부탁한 말이다. 손이 가마니처럼 거칠어져서 핸드로션을 사달라고 요구한다.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와 전공의들이 손바닥에서 손금이 안 보인다고 항의한 적도 있었다. 너무 손을 자주 씻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특히 간호사들에게는 아기 기저귀를 갈 때마다 손을 씻으라고 하였기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게 되었고, 그 결과 손이 거칠어지고 손금까지 보이지 않는다고 과장 섞인 불평을 하게 된 것이다. 미국 우먼앤드인펀츠병원에서 연수할 때 신생아집중치료실 회진에 처음 참여한 날이었다. 집중치료실 회진팀은 주치의 교수, 전임의, 전공의, 간호사, 호흡치료사, 영양사, 그리고 사회사업가 등 6~7명으로 구성된다. .. 2022. 11. 7.
02. 태아와 엄마는 한 몸 결혼식을 마친 부부는 일생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기 위하여 신혼여행을 떠난다. 신부는 사랑하는 새신랑과 함께 술잔을 들고 사랑의 언약을 속삭인다. 때로는 신랑 신부 친구들과 함께 술파티를 즐기며 과음을 하기도 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신혼의 무드를 즐기려고 저녁식탁에서 자주 포도주를 마신다. 음주가 식사처럼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점심시간에 시내 식당에 들르면 테이블마다 소주나 맥주로 반주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본다. 여성들만 모인 식탁에서도 소주병이 보인다. 평등을 중시하는 세상이지만 음주에서만은 평등을 외치고 싶지 않다. 특히 신혼이나 임신을 원하는 가임연령 여성에게는 남성과 달리 금주가 요구된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은 임신 중에 어머니가 마.. 2022. 11. 6.
01. 환자와 대화할 수 없는 의사 “환자는 원래 아픈 거예요.” 환자들이 의사들에게서 듣는 섭섭한 말 중의 하나다. 환자는 아프지 않으려고 입원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최근 병원에서는 환자의 통증 해결을 가장 중요한 진료 목표로 삼고 있다. 아프지 않으려고 입원했는데 아픔의 호소를 방치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통증도 심한 정도에 따라 10단계로 나누어 세심하게 환자의 통증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입원환자들이 아픔을 호소할 때 ‘콕콕 쿡쿡 쑤시며 아프다’, ‘무지륵하게 아프다’ 등등 아픔의 표현도 다양하다. 입원환자를 회진하다 보면 주치의사와 입원환자 간에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감사 인사를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옆 환자의 신음소리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들도 나누게 된다. 장기간 입원하는 환자들과는 자녀.. 2022. 11. 5.
00.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연재 예고 이른둥이의 탄생을 바라보는 노의사의 따뜻한 시선 이 책은 생명 탄생의 소중함을 전하는 글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생후 4주 미만의 신생아나 미숙아를 진료하는 신생아 진료 전문 의사인 저자는 평생 진료하면서 한 번도 자신의 환자와 대화할 수 없었습니다. 신생아들은 태어나는 순간 천지개벽과 같은 엄청난 생리적 변화를 겪습니다. 태아는 엄마의 자궁 내에서 편안하면서도 100%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분만실에서 엄마와 분리되는 순간부터 완전 독립적 인생을 시작하여야 합니다. 대부분 독립적 인생의 출발 과정이 순조롭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새 인생의 출발을 순조롭게 출발하지 못하는 아기들도 많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생아 특히 몸무게가 1kg도 되지 않는 극히 작은 미숙아들을 진료하는 과정의 희..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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