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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도23

07. 태국 음식을 현지인처럼 즐기는 법 (마지막 회) 먹는 즐거움 먹는 것은 태국인들에게 국민적 여가이며, 많은 태국인이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매번 유혹에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태국에서 먹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거의 모든 거리 구석구석에서 뭔가를 판다. 사람들은 퇴근하고 저녁을 먹기 전에 친구들끼리 만나서 간단한 간식을 즐기곤 한다. 태국에서 유흥은 음식을 기본 전제로 한다. 태국인에게 술을 마시자고 초대하면, 그들은 당연히 술과 음식이 함께 나오는 줄 알 것이다. 저녁식사 후에 보자고 하면, 초대자가 윗사람인 경우 어쨌든 오긴 하겠지만 속으로는 인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태국에서 음식은 술로 이어지고 술은 춤으로, 그리고 가라오케로 이어진다. 태국 요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태국의 대도시들은 태국 요리 외에도 세계.. 2022. 7. 26.
06. 태국인의 인사법, 와이 배우기 와이(합장하며 하는 인사)는 그저 말없이 하는 인사가 아니다. 존경을 표하는 행동이다. 태국의 사회 구조를 강화하는 많은 사회적 행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이며, 사람들 간의 ‘높이 규칙’을 증명하는 행동이다. 기본은 단순 명료하다. 누구를 만나든, 사회적으로 아랫사람이 물리적으로 낮은 자세를 취하고 윗사람이 물리적으로 우월한 자세를 취한다. 높이가 힘이다. 와이를 하는 방법 합장한 두 손의 엄지를 향해 머리를 낮게 숙일수록 더 많은 존경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와이의 주요 자세는 크게 아래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손끝이 턱 위가 아닌 목 높이까지 오게 해서 두 손을 몸 가까이 가져간다. 동등한 사람들이나 상대의 사회적 지위를 모르는 낯선 사람들끼리 취하는 자세다. • 손을 위에서처럼 하거나 더 낮게.. 2022. 7. 25.
05. 태국의 전통 예술 전통적으로 태국인이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은 기능성과 관련되어 있었다. 기능적인 것이 곧 아름다운 것이고, 예술가는 곧 공예가였다. 기능적인 물건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미학적 관점의 범위에서만 허용되었다. 아름다움을 위해 기능성이 희생된다면 누구도 그 사람의 바구니나 코코넛 분쇄기를 사지 않을 것이다. 태국에는 르네상스가 없었고, 따라서 형태에 대한 평가와 감상에 있어서 뚜렷한 변화의 시기가 없었다. 태국인들은 부처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사원을 짓고 장식했다. 문과 덧문에는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익숙한 신화 속 인물들이 조각되었다. 건축가와 화가, 조각가, 작곡가, 무용가, 가수, 작가들은 모두 공예가이며 교육자였다. 그들은 작품을 만들거나 공연을 하고 기술로 인정받.. 2022. 7. 22.
04. 태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관과 전통 여느 곳에 사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태국인들도 변화하고 있다. 물론 전통은 항상 존재해온 그대로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전통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치관은 더 이상 전통과 완전하게 일치하지 않고, 행동도 항상 가치관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태국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후진국에서 중상위소득 국가로의 이행이 이루어진 나라이며, 그 결과 태국 문화가 대가를 치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농촌 마을에서 도심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전통적인 통제와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와 교육과 일자리를 접했다. 특히나 젊은이들에겐 가슴 벅찬 새 지평이 열려 농촌에 남은 사람들(주로 부모와 조부모들)과는 전혀 다른 목적, 다른 우선순위,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농촌에서도 교육과 좋.. 2022. 7. 21.
03. 타이, 태국인, 태국 사람들 태국인에 대한 정의 태국인들은 스스로를 ‘사람’으로 정의한다. 태국인을 뜻하는 ‘타이(Tai)’라는 말 자체가 1940년에 태국 내 모든 시민을 지칭하는 단어로 바뀌기 전까지는 단순히 사람(People)을 의미했다(사람을 뜻하는 일상적인 용어는 ‘쿤’, 인구라는 의미에서는 ‘프라차꼰’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기는 하다). 시암을 태국(타일랜드)으로, 시암인을 태국인(타이)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1940년 이전에 태국인들은 스스로를 타이 시암(또는 쿤 시암)이라 불렀다. 당시 ‘타이’는 쿤 보롬(Khun Borom, 태국과 라오스의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조상으로 한 모든 사람을 의미했다. 라오스의 타이-라오족, 태국 북부의 타이-위안족, 현재 태국-라오스 국경 지역과 중국(쿤밍까지)에 걸쳐 사는 타이-루.. 2022. 7. 20.
02. 태국이라는 나라 지리 태국의 면적은 51만 7000제곱킬로미터로 프랑스 정도 크기다. 오래전 아유타야와 시암으로 나뉘었던 시절에 태국은 지금보다 훨씬 작다가 나중에는 훨씬 더 컸다. 그리고 시암이던 어느 시점에 태국은 버마, 라오스, 북쪽의 란나 왕국(현 치앙마이)에 거의 삼켜졌고, 또 다른 때는 라오스의 세 왕국을 속국으로 거느리며 캄보디아의 상당 부분을 통치했다. 아래의 지도는 지난 1세기 반에 걸친 ‘상실’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있었던 일시적인 확장까지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 서양 열강의 식민지가 된 적이 한 번도 없고 세월이 흐르면서 스스로 변화해온 독립체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보면, 오늘날 태국의 지도는 코끼리 머리를 닮았다. 방콕은 언제.. 2022. 7. 18.
01. 영국인인 내가 이 책을 쓴 이유? 좋았던 옛날이라니? 내가 학생으로 처음 태국에 온 것은 1973년이었다. 아주 특별한 해였다. 나는 어서 거리로 뛰쳐나가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민주기념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나갔을 때, 나는 군사정권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군대는 시위대를 막지 않았고 시위하는 청년들이 국왕의 사진과 국기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결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광장에 이동식 화장실까지 설치되었다. 머리 위에서 군대 헬리콥터가 맴돌고 있을 때, 나는 그저 그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거나 TV 뉴스에 내보낼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조종사에게 손까지 흔들었다. 그러나 헬리콥터의 기관총에서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총알이 난사되기 시작.. 2022. 7. 17.
00. <세계를 읽다 태국> 연재 예고 태국 문화의 속을 읽다 살아본 사람이 전하는 100퍼센트 리얼 태국 & 태국 사람들 태국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남아 휴양지 중 하나다. ‘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세대마다, 여행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 태국은 한때 밤 문화가 가장 발달한 여행 국가로 인식되었고 요즘은 꽤나 만족도가 높은 골프 여행지로 각광받는다. 반면에 젊은 세대들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쇼핑센터와도 같은 방콕에서 화려한 휴양과 세계적인 미식을 즐기거나, 남부 바닷가 마을로 달콤한 커플 여행을 떠나거나, 치앙마이나 수코타이 같은 역사도시를 찾아 가장 태국적인 멋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토록 인기 있는 여행국이지만 현대 태국의 진짜 모습,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이면에 대해서는 아는 이가 많지 않다. 202.. 2022. 7. 15.
08. 파주시 심학산둘레길_푸른 숲에서 한나절 행복하기 (마지막 회) 하늘은 푸른빛을 더해가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은 유혹이다. 그동안 엄두도 못 내던 걸음을 준비한다. 어디로? 오래 생각지 않고 결정한 곳은 심학산이다. 높은 산도 아니고 무엇보다 산허리를 빙 둘러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배낭을 꺼내고 간단하게 간식과 커피도 준비한다. 카메라를 갈무리해서 넣고, 작은 의자를 배낭에 달아매면 준비 끝이다. 심학산은 해발 200미터가 채 안 된다. 높은 산은 아니나 너른 들판에 홀로 솟아 유독 우뚝해 보인다. 심학산 전망대 풍광은 장쾌하다. 세상살이는 잠시 내려놓자. 떠나기 전에 • 심학산 구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간식, 마실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 약천사 경내에 마실 수 있는 약수가 나온다. • 심학초교 버스정류장 부근에 음식점이 몇 곳 있다. 매점이나 편의점은.. 2022. 6. 13.
07. 서울시 중구 필동~종로구 세운상가_우리는 오래된 골목에서 논다. 오래된 도심 골목이 바뀌고 있다. 남산 아랫마을 충무로, 을지로가 다시 주목받는다. 이 지역을 조선시대에는 남촌으로 불렀다. 남촌은 부침을 계속한 곳이다. 조선 후기에는 몰락한 양반이나 가난한 선비들이 살았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마을이 들어서면서 경성 최고 번화가였다. 광복 후에는 문학과 연극, 영화를 아우르는 문화 중심이 되었다. 충무로와 이웃한 을지로는 1980년대 말까지는 산업 선봉장이었다. 세월이 흘러 영화의 메카 충무로는 이름만 남았다. 호황을 누리던 을지로도 차츰 쇠락해갔다. 다시 세월이 흘러 병들고 노쇠한 남촌에 한 가닥 햇살이 비친다. 추레한 골목은 도심 재생을 이야기하고, 주름살투성이 거리에는 젊음이 찾아든다. 떠나기 전에 • 세운옥상 개방 시간은 9~20시 • 걷는 길 주변에 음식점과.. 2022. 6. 11.
06.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 숲길_서산 숲길 따라 시인의 언덕으로 경복궁 서쪽에 있어 서산으로 부르는 산이 있다. 서울한양도성이 지나는 인왕산이다. 인왕(仁王)이라는 이름은 ‘어진 임금’이라는 뜻도 있고,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도 있다. 단단한 화강암 산이라서 거칠고 힘이 느껴진다. 이 서산 기슭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숲 그늘 짙은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산길이다. 시작은 토지신과 곡식신에게 풍년과 나라의 평안함을 기원하던 사직단이다. 경희궁에서 옮겨온 황학정 활터와 태껸 수련장을 지나면 수성동 계곡이다. 겸재 정선 그림으로 유명한 수성동 계곡에서 그림과 실경을 비교해본다. 숲길은 굽어지고 휘어지면서 서산을 감고 돌아간다. 걸음 끝 시인의 언덕 아래에는 소박한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떠나기 전에 • 걷는 길에는 음식점이나 매점이 없다. 경복궁역과 윤동주문학관.. 2022. 6. 10.
05. 고양시 서오릉_서쪽 다섯 왕릉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서울 서쪽에 조선의 왕과 왕비를 모신 무덤들이 있다. 서쪽에 있는 다섯 왕릉이라서 서오릉이라고 부른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다섯 기가 모여 있다. 능역이 넓어서 역사 공부를 겸한 가벼운 나들이 장소로 그만이다. 능 사이를 잇는 유순한 숲길은 언제나 기분 좋은 걸음을 할 수 있다. 둥치 굵은 나무들이 만드는 숲 그늘은 깊숙한 산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섯 능을 순례하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길동무끼리 도란도란 길을 나서보자. 떠나기 전에 • 서오릉 매주 월요일 휴관 봄・가을(2~5월, 9~10월): 6~18시 하절기(6~8월): 6~18시 30분 동절기(11~1월): 6시 30분~17시 30분 입장료는 일반 기준 1천 원 •.. 2022. 6. 9.
04. 서울시 광진구·구리시 아차산_아차산 능선에서 한강을 보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쯤이면 해맞이를 생각한다. 정동진, 대왕암, 설악산, 지리산 같은 곳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멀고, 힘들고, 어렵다. 사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도 해맞이 명소가 있다. 서울 동쪽 한강변 아차산도 그중 하나다. 높지 않아 접근성이 좋고,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강 너머에서 솟는 말간 해가 만드는 풍광은 어느 곳과 비교해도 아랫길이 아니다. 아차산과 주변 한강은 옛적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하던 곳으로, 지금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걷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보루, 범굴사, 아차산성 등이 옛일을 증언한다. 아차산 능선에 서면 ‘삼국은 왜 이곳에서 힘겨루기를 했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풀린다. 떠나기 전에 • 아차산해맞이공.. 2022. 6. 8.
03. 시흥시 오이도박물관~옥구공원_옥구정에 노을이 내리지 않으면 태양은 날마다 뜨고 진다. 그러니 해돋이와 해넘이도 날마다 볼 수 있다. 물론 날이 좋아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사람들은 새해 첫날 해돋이와 묵은해 마지막 날 해넘이에는 더 의미를 둔다. 살다 보면 바다로 스러지는 해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시흥 오이도로 가자. 오이도는 90년 전까지 섬이었다. 나지막한 산이 있고, 끝없이 펼쳐진 갯벌이 있었다. 수렵과 채취가 쉬웠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일제강점기에 갯벌을 염전으로 만들면서 육지화되기 시작했다. 걸음은 옛사람들 흔적을 따라간다. 중간에서 만나는 빨강등대는 오이도 랜드마크다. 옥구산 꼭대기에서 맞는 노을은 나그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떠나기 전에 오이도박물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휴관 관람 시간: .. 2022. 6. 7.
02. 서울시 노원구 태릉과 강릉~경춘선숲길_춘천 가던 철길에는 그리움만 쌓이고 삼십여 년 전, 젊은 싱어송라이터는 ‘조금은 지쳐서 아무 계획 없이 춘천행 기차에 탔다’는 노래를 한다. 스무 살 김현철이 만든 였다. 노래는 인기를 얻었고 덕분에 춘천행 기차에도 관심이 더해졌다. 경춘선은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 젊음의 해방구를 잇는 열차였다. 춘천행 기차가 중랑천을 건너면 주변 풍광이 바뀌었다. 차창 너머 모습을 보며 들떠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은 풍경이다. 빠르고 편해지면서 기차가 멈춘 구간이 있다. 그 기찻길을 기다란 공원으로 만들었다. 경춘선숲길.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으로 남을 곳이겠다. 경춘선숲길 옆에 임금님 무덤이 있다. 태릉과 강릉이다. 이곳에는 봄가을에만 열리는 숨은 숲길이 있다. 떠나기 전에 • 태·강릉(매주 월요일 휴관) 봄・가을(2~5월, .. 2022. 6. 4.
01. 서울시 중구·용산구 남산둘레길_남산 허리에 행복해지는 길이 있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라고 주문을 거는 노래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커피소년’이 선물한 이다. 우울하고,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노래다. 길에도 그런 곳이 있다. 좋은 길은 걸으면 행복하고 편안해지는데 서울 남산 허리에 있는 길도 그런 길 중 하나다. 남산 허리께를 빙 둘러 한 바퀴 돌아오는 이 길은 북쪽 길과 남쪽 길의 표정이 다르다. 북쪽 길은 한없이 편안한 엄마 같은 길이고, 남쪽 길은 가끔 토라지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아이 같은 길이다. 표정과 분위기는 사뭇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 걷는 중에도, 걷고 나서도 행복하다는 점이다. 떠나기 전에 • 걷는 길에는 음식점, 편의점, 매점이 없다. 간식과 마실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동대입구역 부근에 음식점, 편의점.. 2022. 6. 3.
05. 마을 길 굽이굽이 넘어 드디어 안동 도산서원! (마지막 회) 육백 리 귀향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개, 용수재 매정저수지 둑 앞의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용수재로 가는 골매마을이고, 왼쪽으로 꺾어지면 산 중턱의 쥐심골이다. 직진하여 매정저수지를 지나면 그 끝에 거대한 느티나무 세 그루와 용두정(龍頭亭)이 있다. 골매마을 분들을 위한 작은 쉼터다. 귀내마을에서 큰 고개 두 개를 넘는 약 5km 한 시간 반 거리이고, 대재 다음으로 높은 용수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충분히 쉬어갈 타임이다. 느티나무 너른 그늘 용두정에 앉아 이마에 흐른 땀방울을 식히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드디어 용수재를 넘어가기 위해 출발이다. 골매마을을 가로지른 오르막길을 서서히 올라가는데, 한 300m쯤 가서 갈림길이 나온다. 넓은 길이 오른쪽(남)으로 꺾이고, 상대적으로 좁은 길이 직진이다. 내.. 2022. 6. 2.
00.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연재 예고 1년 52주, 주말마다 쉽게 떠나는 한나절 걷기 좋은 길 2006년 첫 출간해 15년 이상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_서울·수도권》의 네 번째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08년, 2011년, 2013년 개정 작업에 이어 이번 개정판에는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명품길에 새로 생긴 길, 가벼운 등산길, 도심을 즐기는 길 등을 더했다. 서울은 역사가 오랜 도시다. 한성백제 시절부터 따진다면 무려 2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어 한양도성, 고궁 등 도시 곳곳에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북악산, 낙산 등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강과 가지 물길이 도심을 가르고 있어 풍광 또한 더할 나위 없다. 이 책은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보는 길, 둥치 굵은 나무들이 만드는 울창한 숲.. 2022. 6. 2.
04. 단양에서 영주로_대재를 넘어 허허벌판 고난의 길을 지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샛골 죽령폭포 위의 다리를 건너가면 음지마을에서 잠시 만났다가 헤어졌던, 퇴계 선생이 말을 타고 오르던 진짜 옛길과 만난다.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지나는 위험한 길도 곳곳에 있는데, 지금은 나무판자를 까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다. 그럴 때마다 길 위의 바위를 자세히 보면 재밌는 것을 발견한다. 바위 면이 반들반들하다. 문경새재에서도 반들반들한 바위를 보았다. 2천 년 동안 사람들이 그 바위를 밟고 넘어 다닌 흔적이다. 단양군에서 새로 만든 죽령옛길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죽령천가를 따라가는 진짜 옛길을 400m쯤 걸어가면 아스팔트로 포장된 시골길이 나온다. 이 길 또한 옛길인데, 왼쪽으로 꺾어 올라 돌아가면 갑자기 밭이 나타난다. 그리고 조금만 더.. 2022. 6. 1.
03. 원주에서 충주로_도도히 흐르는 남한강 비내길, 남한강가 가장 아름다운 정원길 비내쉼터에서의 점심 식사가 끝났다. 이제부터 육백 리 귀향길은 국토종주 자전거길과 또 이별한다. 비내섬은 동쪽이 남한강의 넓은 본류고, 서쪽이 좁은 지류다. 비내쉼터에서 비내섬으로 연결된 다리는 지류 위에 놓여 있어 아주 짧다. 그 다리를 넘어갈 때 함께 걷는 이들에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라 권한다. 다리 밑의 물은 꽤 거세다. 그런데 그렇게 거센 물은 청계천에서도 봤고, 계곡에서는 훨씬 더 거센 물을 봐서 그런지 별 호응이 없다. 옛날 뱃사공들이 저렇게 거센 물을 거슬러 배를 끌고 올라갔다는 사실을 떠 올릴 수 있다면 그렇게 호응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 내 욕심이다. 거기까지 상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비내섬은 전체가 물억새 세상이다. 물억새 사.. 2022. 5. 31.
02. 남양주에서 양평으로_중앙선의 옛 철로가 만들어낸 풍경을 따라 능내역, 자전거의 메카 둑길 끝머리에 한옥으로 단장한 멋진 카페와 맛집이 우리를 향해 이리오시라 손짓하지만 아직 쉴 때가 아니니 지나쳐 간다. 숲속 모퉁이를 돌면 남인계 실학파이자 조선 후기 지성으로 손꼽히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생가가 있는 마재(馬峴) 마을의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으로 가는 찻길과 교차한다. 여기서 두 번째 신호등을 만나는데, 길을 건너면 사람과 자전거로 북적북적한 능내역이 우리를 기다린다. 팔당역으로부터 약 6km 한 시간 반 정도를 걸어왔으니 쉬어갈 타임이다. 팔당댐 건너를 보면 용마산과 검단산 녹음이 나란하다. 지금은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쉼터로 재단장한 중앙선의 옛 간이역이다. 능내역의 간판과 건물에 작고 아담한 옛 정취가 묻어 있고, 역사 안에는 기차를 타고 서울을.. 2022. 5. 30.
01. 서울의 경복궁을 출발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풍경 광화문에게 인사를 마치고 세종대로를 남쪽으로 걷다가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문득 뒤를 한번 돌아본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봄의 풍경이 펼쳐진다. 하얀색의 거대한 화강암 북악산이 녹음의 봄빛으로 단장한 채 우뚝 솟아 있고, 뒤로는 북한산 보현봉의 뾰족한 바위 정상이 아스라이 겹쳐진다. 그 아래 방금 떠나왔던 광화문이 다소곳하고, 서쪽으론 백호(白虎) 인왕산이 폭 안아준다. 가깝게 중국에도, 일본에도, 동남아에도, 인도에도 없는 풍경이다. 멀리 이슬람 지역에도, 유럽에도, 아프리카에도 없는 풍경이다. 아주 멀리 중앙아메리카에도, 남아메리카에도 없는 풍경이다. 그들 나라와 지역에서 궁궐은 산이 저 멀리 달아난 완전 평지, 언덕이나 낮은 야산 위에 하늘 높이 솟아 있다. 그러니 궁궐 .. 2022. 5. 27.
00.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연재 예고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퇴계 선생의 귀향길을 따라, 경복궁 광화문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 걷는 역사의 길, 휴식의 길 자동차 여행으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감동의 시간 1569년 3월 4일(음력), 퇴계 이황이 선조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귀향길에 오른 날이다. 도산서원에서는 퇴계 선생의 귀향 450주년이 되던 2019년부터 ‘퇴계 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당시 귀향길을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지리학자이자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인 이기봉 박사가 이 길을 처음으로 완주하였다. 이후 이 길을 홀로 걷기도 하고, 때론 함께 걸으며 다섯 번이나 다녀왔으며, 일부 구간은 수없이 걸었다. 누군가는 지겹지 않냐고 왜 그 길만 걷느냐고 묻지만, 이기봉 박사는 일상에 지친 이에게 위로와 ..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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