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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맛있는 맥주 인문학>11

10. 맥주에 어울리는 잔 고르는 방법 (마지막 회)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잔은 주로 유리잔이다. 유리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다양한 재질로 잔을 만들어 사용했다. 유리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맥주잔도 유리로 만들어졌다. 유리잔은 특유의 투명함 덕에 맥주를 더 시원하게 보이게 해주었고, 맥주의 양을 속여 팔 수 없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었다. 그런데 맥주를 마시면 흥에 겨워 잔을 부딪치게 되는데, 자주 부딪치기도 하고 술에 취해 힘을 조절하지 못하다 보니 잔이 쉽게 깨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맥줏집의 500밀리리터 잔이나 독일 비어가르텐에서 사용하는 마스는 두꺼운 유리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도 유리 이외에 다양한 재질로 맥주잔을 만든다. 종이나 플라스틱도 있지만 주로 나무, 도자기, 주석 등으로 만든다. 유럽에서는 처음에는 구하기 쉬운.. 2020. 6. 16.
09. 맥주병 하나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맥주를 마시려면 무조건 접하게 되는 게 있다. 바로 맥주를 담는 용기다. 맥주를 담는 용기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유리병, 특히 갈색 유리병이다. 오랜 시간 맥주는 커다란 오크 통이나 케그에 담아 펍으로 옮긴 뒤 뚜껑을 열어 마셨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유리를 활용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1873년 미국 앤호이저 부시(Anheuser-Busch)에서 처음으로 병맥주를 유통하면서 펍이 아니라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문화가 생겨났다. 이후 맥주 회사마다 다양한 맥주병을 선보였다. 한동안 맥주는 짧고 뭉툭한 스터비(Stubby) 병에 담겨서 운송되었다. 스터비는 쉽게 운반하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으로, 일반 병보다 목이 짧고 몸체가 크다. 무게중심이 낮아서 쉽게 넘어지지 않아 잘 깨지지 않았다... 2020. 6. 15.
08. 맥주 거품 '엔젤 링'에 감추어진 진실? 언젠가부터 ‘엔젤 링(Angel Ring)’이라는 말이 맥주 광고에 등장했다. 엔젤 링은 좋은 맥주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훈장과 같은 자국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우선, 정확한 용어는 엔젤 링이 아니라 레이싱(Lacing)이다. 엔젤 링은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단어다. 엔젤 링은 광고와 달리 좋은 맥주의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좋은 맥주는 거품 띠의 유무보다는 오래 유지되는 풍부한 거품으로 판별하는 것이 옳다. 일반적으로 맥주 거품은 폼(Foam) 혹은 비어 헤드(Beer Head)라고 부른다. 그리고 거품에 함유된 폴리페놀(Polyphenol)이나 당 성분이 잔에 붙어 만들어진 띠를 레이싱이라고 한다. 맥주 거품은 맥주의 특성에 따라서 높이가 다르지만 대부분 2~3센티미터 따라내는 것.. 2020. 6. 15.
07. 맥주와 부부 마르틴 루터와 카타리나 폰 보라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1483년 독일 동부 아이슬레벤(Eisleben)에서 태어났다. 평민이었지만 집안 사정이 좋아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법률가가 되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뜻과 달리 루터는 아우구스티노회 수사가 되었고 1507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루터는 1513년부터 비텐베르크(Wittenberg)대학에서 신학 교수로 일했다. 루터는 이곳에서 면죄부 판매에 반박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는데, 이는 교회에 정면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1450년경에 만들어진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덕분에 루터의 글은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루터가 가톨릭의 부패와 교황을 비판하는 글이 멀리 퍼지면서 문제가 되자,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 2020. 6. 15.
06. 북한, 대동강 맥주 비결? 북한 맥주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북한의 지배계급을 언급해야 한다. 워낙 폐쇄적인 국가다 보니 자료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북한 맥주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북한 맥주는 2000년대부터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타고 조금씩 수입되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태로 남북 교역이 중단되면서 북한 맥주도 수입이 끊겼다. 개성공단을 오가는 직원들이 들여오기도 했지만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한국 내에서는 북한 맥주를 맛볼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북한과 교류가 이어진 중국의 옌지(延吉)나 단둥(丹東)에서는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년 『이코노미스트』에 「화끈한 음식, 따분한 맥주」라는 기사가 실리며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관심을 받았다. 이 기사는 “맛없는 김치는 못 참.. 2020. 6. 15.
05. 왜 술을 마시면 토하고 싶을까? 우리 머릿속에는 뇌하수체라는 부위가 있다. 뇌하수체의 후엽에서 분비되는 펩티드 호르몬(Peptide Hormone) 중에는 항이뇨호르몬이 있다. 말 그대로 이뇨 작용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항이뇨호르몬은 다양한 작용을 하는데, 성관계 시 분비가 촉진되면서 상호 유대감을 증대시키는 역할도 한다. 남성에게는 다른 남성에 대한 적대감도 키운다. 이 호르몬을 아르기닌 바소프레신(Arginine Vasopressin)이라 부른다.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은 혈액을 타고 신장으로 가서 수분을 재흡수하게 한다. 그로 인해 소변을 농축시키고 소변량은 줄어든다. 체액의 삼투 농도가 높아졌을 때 분비가 촉진된다.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배출을 억제해 이뇨 작용을 일으킨다. 우리가 물을 적게 마시거나 더위에.. 2020. 6. 14.
04. 세계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축제는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독일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10월 축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옥토버페스트는 원래 맥주 축제가 아니었다. 바이에른 왕국의 왕 막시밀리안 1세(Maximilian I)는 1810년 10월 12일에 거행된 아들 루트비히 1세(Ludwig I)와 작센의 공주 테레제(Therese von Sachsen-Hildburghausen)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5일 동안 왕국의 모든 경제와 정치 활동을 중단시켰다. 이 기간에 축하 연회와 바이에른과 작센의 민속경기가 열렸다. 마지막 날인 10월 17일에는 근위대의 안드레아스 폰 달라르미(Andreas von Dall’Armi) 소령이 기획한 말 경주가 열렸고, 왕족과 뮌헨 시민들이 .. 2020. 6. 14.
03. 바이에른의 맥주 순수령? 맥주와 법령 수입 맥주가 범람하면서 우리가 마시는 맥주는 참 다양해졌다. 그 다양함 속에는 여러 재료가 숨어 있다. 맥주를 마실 때, 한번쯤 라벨을 살펴보자. 맥주에 들어가는 원료는 매우 다양하다. 효모・호프・맥아・밀・설탕・옥수수・사탕수수(재료를 나열하지 않고 전분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등이다. 재료가 다양한 만큼 와인 못지않게 맥주도 맛이 다양하다. 그 다양함에 대한 욕구는 과거에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었던 것 같다. 맥주에 관한 자료들을 찾다 보면 ‘순수령(Reinheitsgebot)’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맥주 회사에서는 맥주를 소개할 때 ‘OO 맥주는 맥주 순수령을 지켜 만들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순수령은 맥주 원료를 제한하고 명시한 제도다. 알브레히트 4세(왼쪽)는 순수령을 반포했.. 2020. 6. 13.
02. 맥주와 산업 스파이 지팡이에 숨겨온 양조 비법 문익점은 목화씨를 붓대에 숨겨 들여와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준 위인으로 존경받는다. 하지만 사실 목화씨는 붓대에 숨겨오지 않았고 그냥 짐 속에 넣어서 가져왔다고 한다. 목화씨가 원나라의 반출 금지 품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목화는 이미 원나라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었고, 반출 금지 품목은 화약・지도・나침반 등이었다. 비슷한 일이 유럽에서도 있었다. 주인공은 뮌헨의 가브리엘 제들마이어(Gabriel Sedlmayr)와 빈의 안톤 드레어(Anton Dreher)다.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을 이용한 자동화가 이루어지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는 등 산업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그러나 맥주 양조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양조업자들은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 2020. 6. 13.
01. 독일의 라거, 영국의 에일 과거의 실크로드는 현대에 와서는 자원을 연결하는 송유관으로 변신했다. 바닷길은 더 다양해지고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고대의 ‘비어 로드’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변신했을까?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맥주는 이집트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현재 맥주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중 영국,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체코 등 유럽 국가들이 맥주 강대국으로 꼽힌다. 기후가 따듯한 와인 생산국과 달리 포도 재배가 어려운 북유럽과 동유럽에서는 보리를 원료로 한 맥주가 발달했다. 주요 맥주 국가를 살펴보면, 물의 구성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연수로 맥주를 만드는 체코 쪽으로 가면 라거 전통이 강하고, 영국과 아일랜드 쪽에서는 경수로 빚는 에일의 전통이 강하다. 독일은 ‘맥주의 .. 2020. 6. 12.
00. <맛있는 맥주 인문학> 연재 예고 맥주 한 잔에 담긴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이야기 맥주 한 잔에는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맥주 한 잔을 마셔도 더 즐겁게, 더 지적으로 마실 수 있도록 맥주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맥주의 발달 과정, 맥주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맥주를 너무 사랑했거나 맥주를 이용해 야망을 이룬 유명인들,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 현재 주목받는 브루어리와 한국과 북한 맥주의 현주소까지 망라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맥주를 마시는 자리에 딱 맞는 대화 소재가 되어줄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는 “맥주는 지적이다. 그 술을 수많은 바보가 마신다는 게 유감이다”라고 했다. 맥주에는 역사와 문화..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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