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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신데렐라 내러티브>11

10. 결혼에 대한 소망과 못 다 이룬 꿈 (마지막 회) 결혼과 가문의 재산 신데렐라 서사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된 이유는, 행복한 결혼이 모두의 관심사이자 과제였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가문을 잇는 것이 자신의 큰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중세 이래로 유럽에서는 결혼 상대를 점치는 것이 유행이었고 사람들은 불안정한 현재의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았다. 오늘날에는 개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정착되었지만 과거 결혼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종의 운명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동화 속 인물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하며 신분 상승이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근대까지 신분 제도가 고정되었던 사회에서 결혼 상대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일반적으.. 2022. 3. 11.
09. 대이동_다지역 진화설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 인류의 대규모 집단 이주 다지역 진화설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 현재까지 인류학에서는 원인(原人) 등의 ‘호모’ 종류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최초의 대이동은 170만~70만 년 전에 발생했다고 알려져 왔다. 즉, 대이동을 통해 인류가 각지로 갈라져 나와 네안데르탈인, 베이징 원인, 자바 원인 등으로 분화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것을 ‘다지역 진화설’이라고 한다. 또한 이 설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원인과 구인(舊人)의 시대는 시기상 신데렐라 서사가 발생하기 이전이므로 이동과 서사의 원형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인 1987년에 캘리포니아 대학의 레베카 캔과 앨런 윌슨 등이 다지역 진화설에 반론하는 연구 성과를 『네이처』에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 2022. 3. 10.
08. 계모는 왜 항상 가해자일까? 유럽의 결혼 형태와 계모의 악행 계모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이야기는 가족 구성의 변화 및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유럽의 경우 남녀 간 합의하에 결혼하여 서로 존중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점차 남성이 여성을 지배할 권력을 가지는 가부장적인 형태로 변화했다. 이때, 아내가 죽고 재혼할 경우 아이를 슬하에 두기 때문에 아이는 계모에게 학대당하기 일쑤였다. 이후 크리스트교가 전파되자 가장을 대 신해 교회가 결혼과 재혼을 주도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일부일처제가 실시되었다. 그렇게 중세에는 여러 가족이 함께 살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크리스트교 정신과 청빈 사상에 의해 노골적인 학대가 어느 정도 억제되어 왔다. 그러나 중세에서 근대 초기,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전쟁과 출산으로 인한 사망이 잦아지면서 가족 관계가 무너.. 2022. 3. 9.
07. 신데렐라 서사는 어떻게 유라시아 끝까지 건너왔을까? 전파의 시초는 유럽이 아니다? 신데렐라 서사는 어떻게 동아시아 바다 건너 일본까지 유입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사람들은 메이지 시대(1867년~1912년) 이후에 유럽으로부터 동화가 전해지며 그 일환으로 함께 전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유럽의 영향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신데렐라 서사는 일본에서도 까마득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미 조몬 시대나 야요이 시대(기원전 10세기경~기원후 9세기경)에 한반도 또는 류큐 제도를 경유하여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있었으며, 이후 대륙과 동남아시아와의 활발한 교류 덕분에 타지역의 신화와 민화도 함께 유입되었을 것이다. 고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퍼뜨린 문화와 수나라, 당나라 등 해외 유학을 통해 문서로 유입된 이.. 2022. 3. 8.
06. 콩쥐 팥쥐_조선 문화와 『그림동화』의 만남 Korea 작자 미상 / 연도 미상 조선 문화와 『그림동화』의 만남 티베트의 「노예의 딸」처럼 한국에도 소를 조력자로 하는 신데렐라 서사가 전해진다. 일본에서 출판된 최인학 편저의 『조선 옛이야기 백선』에 「콩쥐 팥쥐」가 실려 있는데,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한 이야기다. 옛날 옛적, 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자식이 생기지 않아 늘 속상해했다. 어느 날 스님이 부부의 집에 시주를 받으러 온다. 마음씨 고운 부인이 스님에게 쌀을 한가득 내밀자 스님은 혹시 소원이 있느냐고 묻는다. 부인은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고 스님은 100일 동안 부처님께 기도하면 아이를 내려 주실 것이라고 예언한다. 과연 그 말대로 아이가 태어났고 부부는 아이에게 ‘콩쥐’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하지만.. 2022. 3. 7.
05. 우기의 기원_비슈누 신과 물고기 모티프 Myanmar 카렌족 / 연도 미상 비슈누 신과 물고기 모티프 카렌족은 미얀마를 중심으로 태국 북서부에 사는 부족이다. 그들은 모든 사물에 정령이 깃들어 있으며 그들로부터 영적인 힘이 나온다고 믿고 있다. 카렌족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우기의 기원」은 창세 신화 중에 하나로, 그 기원은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어느 마을에 마음씨 고운 소녀가 있었는데 이웃들 사이에 착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러나 어머니가 갑작스레 사망하고 아버지는 재혼을 하게 되는데, 새로 들어온 계모는 자신의 딸도 함께 데리고 온다. 계모는 친딸만 귀여워하고 소녀에게는 힘든 일을 시키며 괴롭힌다. 소녀는 슬퍼하며 시냇가에서 수면을 들여다보다가 물고기를 발견한다. 가지고 있던 밥알을 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니 한 마리였던 물고기가 두.. 2022. 3. 4.
04. 이마에 뜬 달_소의 고기를 먹지 말라 Mah-pishani Persian Empire 작자 미상 / 연도 미상 소의 고기를 먹지 말라 「이마에 뜬 달」은 「고양이 첸네렌톨라」와 전개가 유사하다. 다만 다른 점은 이슬람의 특색이 짙게 묻어난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달과 별은 이슬람의 상징이다. 주인공의 이름인 ‘파티마’는 달의 여신을 의미하기도 하며 동시에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의 딸 이름이기도 하다. 어느 부유한 부부에게 파티마라는 딸이 있었다. 파티마에게는 믿고 존경하던 종교 학교 교사가 있었는데, 그 교사는 딸이 하나 있는 과부였다. 교사는 파티마 집안의 재산에 눈이 멀어서 제자인 파티마를 부추겨 그녀의 어머니를 죽이려 한다. 파티마는 교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자신의 어머니를 식초가 든 항아리에 빠뜨리고.. 2022. 3. 3.
03. 샹드리용_‘신데렐라’의 줄거리와 가장 비슷한 이야기 Cendrillon France 샤를 페로 / 17세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 『페로 동화집』은 이후 그림 형제의 동화집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 안에 수록된 「샹드리용」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대표적인 신데렐라 서사로 유명하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줄거리와 가장 비슷하며 신데렐라 서사의 원조가 유럽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옛날에 아름답고 상냥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만다. 소녀는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새엄마와 함께 온 두 자매와 살게 된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무척 짓궂었고 소녀에게 엄하게 대한다. 세 여자는 소녀를 하녀 취급하며 샹드리용이라고 부른다. 샹드리용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항상 재를 뒤집어쓰고.. 2022. 3. 2.
02. 테오도라_신데렐라의 실존 인물 Theodora Byzantium Empire 작자 미상 / 연도 미상 신데렐라의 실존 인물 지금도 ‘신데렐라 걸’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역사적으로도 실제로 신분이 낮은 여성이 왕비가 되어 사회의 정점에 오른 사례가 있었다. 바로 비잔틴 제국의 황후 테오도라다. ‘실제 사례’라는 사실성을 가지게 되면 사람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기 수월하다. 그런 의미에서 테오도라의 이야기는 신데렐라 서사의 성립과 깊은 관련이 있다. 테오도라는 태생적으로 천한 광대 혹은 매춘부라는 신분으로 차별을 받았지만 황제와 결혼하며 황후라는 사회의 정점에 오른 전형적인 신데렐라로 유명하다. 이노우에 고이치의 『비잔틴 황후 열전』에서는 테오도라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테오도라는 곰을 다루는 광대의 딸로, 497년에 콘스탄티노플에.. 2022. 2. 28.
01. 로도피스의 신발_매춘부에서 왕비가 되다. Rhodopis and her little gilded sandals Ancient Egypt 작자 미상 / 기원전 5세기 이전 매춘부에서 왕비가 되다 사실에 바탕을 둔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고대 이집트의 「로도피스의 신발」이다. 신데렐라 서사는 대부분 언제 탄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와 스트라본, 그리고 고대 로마 작가 클라우디우스 아에리아누스가 단편적으로 기술해 놓은 것이 남아 있어 탄생 시기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에리히 아커만은 20세기 초 『고대의 동화집』에서 이 이야기를 재구성해 「아름다운 로도피스」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동화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매춘부라는 것을 생략했다고 한다. 로도피스의 일화에 대해서는 피에르 뒤푸르가 역.. 2022. 2. 25.
00. <신데렐라 내러티브> 연재 예고 전 세계 신데렐라들에 관한 모든 것 신데렐라는 더 이상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끝까지 신데렐라 서사 속에 숨은 코드와 비밀에 관한 소사전 신데렐라 서사는 모두에게 사랑도 받지만 손가락질도 받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페미니즘이나 양성평등적 시각에서 비롯된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왜 신데렐라 서사는 매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을까? 선뜻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이어진다. 그 해답에 접근하는 길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신데렐라’를 떠올리면 화려한 궁정과 유리구두와 호박 마차가 머릿속에 스치지 않는가. 조금 더 나아간다면 프랑스 동화 작가 페로가 쓴 ‘샹드리용’에 대해 떠올릴 것이다. 대부분은 이같이 단편적인 지식으로 신데..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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