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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태양의 언어를 만나다>9

08. 괜찮아(No pasa nada) 힘들거나 난처한 크고 작은 일은 일상생활에서 생긴다. 괜찮다고 표현할 때 스페인어로는 이렇게 말한다. No importa. (노 임뽀르따) 중요하지 않아. No pasa nada. (노 빠사 나다) 아무 일도 아냐. 두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정말 많이 쓰인다. 삶이라는 큰 쇠공은 계속 굴러간다. 그 길에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한다 하여도 공은 여전히 단단하다. 쇠공에 작은 상처가 날 수는 있어도 멈추지 않는다. 어떤 일은 일상생활 속 작은 일이 아니어서 정말로 공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왔던 길을 다시 가게 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버릴 수도 있다. 인생에는 고난과 시련이 항상 함께한다. No hay mal que por bien no venga. 아직 오지 않은 선(善)이 있기에 세상에 나쁜 것.. 2022. 5. 25.
07. 나는 알고 있는 걸까?(Saber vs Conocer) - 나는 미국이 어디 있는지 안다. - 나는 미국을 잘 안다. 위 문장은 모두 ‘~을 안다’로 끝난다. 하지만 스페인어로는 ‘알다’를 표현하는 동사는 두 가지가 있다. 정보나 지식을 알 때는 saber(사베르) 동사를, 내가 경험하여 깊이 알 때는 conocer(꼬노세르)를 쓴다. 첫 번째 문장에 나온 미국의 위치는 지식이기 때문에 saber 동사를, 두 번째 문장처럼 미국에서 살아봤다는 전제하에 정말 잘 알 때는 conocer를 쓴다. saber로써 알기 위해서 책을 보거나 뉴스를 듣는다. conocer로 알기 위해서는 가방을 싸서 여행을 가본다.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남에게 듣고 난 후 그 사람에 대해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지 saber에 그칠 뿐이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하고 같이 시간을 .. 2022. 5. 24.
06. 파이팅(¡Ánimo!) 국립국어원에서는 ‘파이팅’보다는 ‘힘내’ ‘아자아자!’ 등의 순화어를 권유한다. 파이팅의 원래 뜻이 ‘전투하다, 싸우다’라는 뜻이라서, 듣는 외국인이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이팅과 Fighting은 발음이 전혀 달라서 진짜로 외국인이 오해할지는 모르겠다. ¡ánimo! (아니모) 스페인어로 힘내라는 뜻이다. 추상적일수록 사전에 뜻이 많다고, 이 짧은 단어에 많은 뜻이 담겨 있다. ánimo의 여섯 가지 뜻 중에서 아래 두 가지가 응원과 가까워 보인다. [스페인 한림원 사전] 2. 용기, 힘, 노력(Valor, energía, esfuerzo) 5. 인간 활동의 기본이 되는 영혼 혹은 정신(Alma oespíritu, en cuanto principio de la actividad human.. 2022. 5. 23.
05. 특수기호의 용도?!(¡¿Uso de caracteres especiales?!) ¿Cómo estás? (꼬모 에스따스?) 잘 지내? ¡Atención! (아뗀씨온!) 집중! 간단한 스페인어 문장이지만 맨 앞에 거꾸로 된 느낌표와 물음표가 쓰여 있어 이색적으로 보인다. 한국어에서도 ‘작은따옴표’, “큰따옴표”, (괄호)를 쓸 때 처음과 끝 모두 쓴다. 【괄호】도 종류가 많다. [대괄호], {중괄호}, , ≪겹화살괄호≫. 「홑낫표」, 『겹낫표』도 빼놓을 수 없다. 괄호가 아닌 물음표와 느낌표는 문장 뒤에만 쓴다. 물음표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라틴어에서 질문에 해당하는 단어인 ‘questio’를 사용하다, 단어가 길어 알파벳 ‘q’를 변형하여 ‘?’로 사용했다고 한다. 영국 요크 출신의 철학자 알퀸(Alcuin of York, 735~804)은 카롤루스 1세(Karo.. 2022. 5. 20.
04. 인생의 모양(La forma de vida) La vida no es la cantidad de veces que respiras, sino los momentos que te dejan sin aliento. 인생은 숨 쉰 횟수가 아니다, 숨 멎을 듯한 순간들의 횟수다. 극적인 문장이다. 간 떨어지는 순간 빼고, 숨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일까. 여행을 하고, 도전을 하고, 기념일엔 모처럼 가족,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일주일 중 주말을, 일 년 중 휴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숨 멎을 듯한 순간은 숨을 잘 쉬어왔기에 찾아온다. 멋진 순간들은 평소에 일상생활을 잘 지낸 보상이다. 일상생활이란 위대한 매트리스다. 큰 슬럼프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슬럼프란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이다. 먹을 수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심신이 .. 2022. 5. 19.
03. 긍정은 노력을 요한다(Ser optimista o ser positivo) 강독 수업 첫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아래와 같이 질문하셨다. - (교재를 들며)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내가 보기에 책은 특징이 없었다. 표지가 세련되지도, 구성이 신선하지도 않았다. 일동 침묵. 그러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 왜 아무 말도 못 하지? 이 책이 작고 가벼워서 갖고 다니기 편하잖아. 이런 것도 좋은 특징 아닌가. 우리는 특징을 찾으려고 하면 무언가를 비평하려는 습관부터 있는 것 같아. 그때는 스물한 살이었고 이제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첫 시간이 생생하다. 그 후에 진행된 강독 수업보다도. 선생님 말이 맞았다. 나 역시도 선생님이 책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라고 했을 때 책의 구성이나 디자인만 생각했지, 책의 무게는 생각지 못했다. 책에 대해서 제대로 비평하지 않으.. 2022. 5. 18.
02. 너와 당신, 그리고 꼰대(Tú y Usted, y Conde) - 아, 그런데 몇 살이세요?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질문한다. 놀랍게도 한 살이라도 차이가 나면 계단이 생긴다. 1년 단위로 학년이 나뉘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해도 상하관계는 피할 수가 없다. 스페인어를 배우게 되면 이런 계단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장유유서, 존댓말이라는 장벽에 갇혀 한국어 안에서는 한정된 인간관계를 맺기가 쉽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쓰는 순간 너와 나는 친구(amigo아미고, amiga아미가)가 된다. 한두 살은커녕 몇십 살 차이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어디서 눈 똑바로 뜨고 어른을 쳐다 봐, 가 아니라 눈 똑바로 뜨고 나이와 관계없이 토론을 할 수 있게 된다. 스페인어를 배우는 한국 사람들은 자동반사적으로 어른을 지칭할 때 너(tú).. 2022. 5. 13.
01. 올해도 수고했어(Feliz cumpleaños) - 생일 축하합니다! - Happy birthday! - お誕生日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생일은 기쁜 날이다. 아니, 마냥 기쁜 날은 아니었다. 두려움, 부담감, 슬픔도 수반된다. 누군가에게 축하받아야 하는데 아무도 몰라줄 수도 있다.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도 애매하고, 잊고 싶어도, 내 정보가 등록된 가게에서 고객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온다. 설렘을 주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누군가는 더 외롭게 느끼는 것처럼 특별한 날은 오히려 고독함을 던져주기도 한다. 생일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증명일이다. 태어난 날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죽을 날에 가까워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amor fati)이다. 그렇다면 스페인어로는 ‘생일 축하해’를 어떻게 말할까. ¡Feli.. 2022. 5. 12.
00.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 연재 예고 당신의 시선을 조금 바꿔줄 스페인어 이야기 스페인어에 담긴 새로운 시각을 만나다 따스한 태양의 언어, 스페인어와 그 문화권을 만나다 ‘스페인’ 하면 많은 것이 떠오를 것이다. 축구부터 시작해서 가우디가 설계한 놀라운 성당, 산티아고 순례길,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푸짐한 요리, 정열적인 사람들 등등. 이제 우리에게 스페인은 낯선 존재가 아닌, 매력적이고 친근한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 스페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말을 쓰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스페인어와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시선을 풀어낸 책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가 북스토리에서 출간되었다. 스페인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페인뿐만 아니라 중남미까지 자그마치 전 세계 5억 명이 모국어로 쓰고 있는 언어이다. 한국어에 한국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 2022.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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