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미국이 어디 있는지 안다.
- 나는 미국을 잘 안다.
위 문장은 모두 ‘~을 안다’로 끝난다. 하지만 스페인어로는 ‘알다’를 표현하는 동사는 두 가지가 있다. 정보나 지식을 알 때는 saber(사베르) 동사를, 내가 경험하여 깊이 알 때는 conocer(꼬노세르)를 쓴다.
첫 번째 문장에 나온 미국의 위치는 지식이기 때문에 saber 동사를, 두 번째 문장처럼 미국에서 살아봤다는 전제하에 정말 잘 알 때는 conocer를 쓴다.
saber로써 알기 위해서 책을 보거나 뉴스를 듣는다. conocer로 알기 위해서는 가방을 싸서 여행을 가본다.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남에게 듣고 난 후 그 사람에 대해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지 saber에 그칠 뿐이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야 알 수 있다(conocer). 스페인어에서 ‘사람을 안다’라고 할 때는 경험을 수반하는 conocer 동사를 쓴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경구와 반대로 산 소설 주인공이 있다. 바로,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 소설 주인공 ‘돈키호테’다. 그는 철저한 경험주의자로, 무모하리만큼 경험(conocer)이 앞선다. 생각과 성찰보다 체험이 앞선다.
아이러니하게도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세비야의 감옥에서 집필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만 가능한(saber), 경험의 기회가 철저히 배제된 환경이었다.
Saber para conocer.
1차 번역 : 알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2차 번역 : 깊숙이 경험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힘들게 이해하고 외워서 알게(saber) 된 철학, 역사, 수학 공식은 왜 그렇게나 쉽게 휘발되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같이 공부한 친구들, 여행 등의 특별했던 경험은 지식보다는 오래 남는다.
saber는 금방 휘발되며 conocer는 무모하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를 갖고 saber와 conocer를 조화롭게 해나가면 삶은 계속 풍요롭지 않을까.
Muere lentamente quien no viaja, quien no lee, quien no escucha música, quien no halla encanto en si mismo.
여행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신의 매력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천천히 죽는다.
-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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