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경제·경영/<투머치머니>8

07.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베팅을 한다. (마지막 회)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손에 묻기 마련이다. 인수합병 쪽 일을 하다 보면 돈 불리는 효과적인 방법 한 가지가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인수합병 소식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내 미리 거래를 하는 방법이다. 바로 내부자거래다. 내부자는 비단 회사의 임직원이나 주식의 10퍼센트 이상을 가진 주요 주주로 한정되는 개념이 아니다. 회사에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계사나 변호사를 비롯해 공무원, 증권사 직원까지 다 내부자로 간주될 수 있다. 한국 자본시장법은 내부자라는 표현 대신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라는 명칭을 쓴다. 거둔 이익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에 이익의 3배까지의 금액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물론 내부자거래가 인수합병 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도나 특수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령 .. 2022. 11. 9.
06. 돈이 될 길목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금융에서 길목 지키기를 할 만한 또 다른 경우는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이런 회사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한 회사의 주식을 갖게 된다면 향후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 개연성이 크다. 설령 양측 간의 위임장 대결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경영권 안정을 목표하는 최대주주 측에게 짭짤한 돈을 받고 넘길 수도 있다. 이때의 리스크는 물론 아무런 분쟁이 생기지 않는 경우다. 사실 버핏이 1962년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을 처음 사들였을 때 가졌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버크셔가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여 있던 것은 아니었다. 버핏 자신이 바로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였다. 초창기 버핏과 같은 기법으로 돈을 불리는 사람을 가리켜 ‘그린메일.. 2022. 11. 8.
05. 거래를 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해 돈을 뜯는다. 암호 숫자는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암호화되어 해킹이 불가능한 가상의 돈을 표방했다. 동시에 화폐 혹은 통화라는 단어는 쓰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잘못했다가는 처음부터 국가의 돈을 위조한다는 죄로 문을 닫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들이 약삭빠르게 선택한 단어는 동전이었다. 국가가 잔돈푼처럼 느껴지는 가상 동전에 손을 대는 건 도대체 폼이 나지를 않았다. 골동품 같은 옛날 동전을 사고파는 것이 불법은 아니었다. 실제와 동떨어진 암호 숫자의 동전 모양 그림 파일은 돈 같은 느낌을 주는 데 백서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그들의 주장과 달리 암호 숫자는 돈이 되지 못했다. 집 앞 편의점에서 돈 대신 사용하게 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돈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가격이 변하는 것은 그 불안정성 때문에 돈으.. 2022. 11. 7.
04. 가치가 없는 것을 팔면 큰돈이 된다. 무가물을 만들어 팔아 크게 돈을 불린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판타락 라자데즈는 1903년 태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국은 20세기 내내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왕이 직접 통치하던 시암왕국은 1932년 무혈혁명이 발생하며 입헌군주국이 되었다. 국가명을 오늘날과 같이 바꾼 지 2년 만인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태국은 일본의 침공을 받고는 곧 일본과 비밀 군사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연합국은 태국의 선전포고를 대체로 무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태국도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지 1년 후인 1946년에 왕이 의문의 총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957년에는 내란을 일으킨 태국군 원수가 왕을 신격화함으로써 자신의 독재정치를 정당화했다. 1970년대 시민이 .. 2022. 11. 6.
03. 양방향 호가 시장을 만들면 땅 짚고 헤엄치기다. 오늘날 금융거래는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전에도 컴퓨터를 쓰기는 했지만 거래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 부분이 많았다. 요즈음에는 주문 자체도 컴퓨터 프로그램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역할은 프로그램을 짜고 주기적으로 거래 결과를 검토하는 데 그친다. 이는 곧 마켓 메이커에게 새로운 기회를 뜻한다. 예전이라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방식으로 돈을 불릴 시발점이 되는 셈이다. 요즈음 마켓 메이커의 거래 방식은 이른바 고빈도 거래다. 고빈도 거래는 1초에 수천 번 이상 거래할 정도로 빠른 거래가 특징이다. 데이터를 분석해 거래 주문을 하나 내는 데 100만 분의 64초 정도 걸리니 1초에 10,000번 이상의 거래도 가능하다. 이러한 속도에 사람이 직접 대응할 방법은 없다. 고빈도 거래는 신생 금.. 2022. 11. 4.
02. 프로는 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직접 만들어낸다. 2010년 7월 17일, 앤서니 워드는 24만 톤의 카카오를 샀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연간 초콜릿 생산량은 340만 톤에서 380만 톤 정도였다. 즉 그가 산 카카오는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의 약 7퍼센트에 달하는 양이었다. 카카오 매입에 든 돈은 1조 원 이상이었다. 워드는 이전부터 카카오 시장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유럽카카오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초콜릿 손가락’ 혹은 이를 짧게 줄인 ‘촉핑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가 카카오를 산 까닭이 로알드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윌리 웡카와 같지는 않았다. 워드는 초콜릿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워드의 매입이 이례적인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는 비밀리에 실물 카카오를 사들였다. 보통은 카카오 기초자산의 파생거.. 2022. 11. 3.
01. 값이 오를 것을 사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1952년,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쿠스 베커는 대학에서 법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광고 회사에 다니다가 1984년에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남아프리카의 한 방송미디어 회사에 들어갔고 1997년에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아프리카 남단의 듣도 보도 못한 회사를 이끌게 된 베커는 2001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선전에 있는 한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중국요리와 루쉰의 단편소설을 좋아했다”. 1998년 11월에 설립된 그 회사는 지난 3년간 계속 돈을 까먹고 있었다. 2001년 베커는 회삿돈으로 이 회사의 주식 46.5퍼센트를 사들였다. 이때 든 돈이 384억 원이었다. 시계를 돌려 2022년 2월로 가보자. 베커가 산 중국 회사의 시가총액은 그사이 7.. 2022. 11. 2.
00. <투머치머니> 연재 예고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부의 메커니즘 인류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시대를 살고 있다! 2011년 9월 17일, 미국 금융의 심장이라 불리는 월가에서 고학력 저임금 세대가 지속된 경제 불안과 사회의 부조리에 항의하며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를 벌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위의 물결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당시 미국 시위에 참여한 군중은 국가를 경제위기에 빠뜨리고서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긴 월가의 CEO들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들의 도덕적 해이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낳았으며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인한 여파는 평범한 시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수많은 개인과 기업을 경제적 파탄 상태에 내몰았던 금융인들은 그 어떤 처벌도 않았다.. 2022. 11. 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