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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126

10. A.I 시대와 섹스 로봇 (마지막 회) 지난 몇 년 간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킨 문제가 리얼돌(real dool)의 수입허가였다. 대법원의 승인과 세관 당국의 통관 불허는 리얼돌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이다. 개인의 성적 만족을 위한 성인용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키고 성범죄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의 대립은 좀 더 심각한 사회의 담론(談論)이 될 것이다. 인간은 욕망의 생명체이다. 그 욕망이 사회를 발전시킨 동력이 되었고 역사를 만들었다. 인간은 더 편하고 더 안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물질문명의 탑을 높이 쌓아 올렸다. 또한 데스몬드 모리스의 ‘성적으로 진화한 인간’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본능이라는 섹스의 영역까지 고도로 지능화된 기술을 도입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섹스로봇은 리.. 2022. 11. 23.
09. 섹스리스(sexless)와 무성애(asexual) 흔히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욕구의 세 가지를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하는데 이는 근거가 없다고 알려졌다. 성욕은 A.매슬로우(Abraham Maslow, 1908~1970)가 제시한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에 속한다. 이것이 만족되면 안전 욕구, 사랑과 소속 욕구(love &belonging)를 그리고 존경 욕구(esteem)와 마지막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를 차례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성욕은 종족 번식의 욕구에 속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일찍이 프로이트(1856~1939)는 인간 활동의 모든 바탕을 성욕에 있다고 보았으며 인류 문명 또.. 2022. 11. 22.
08. 호모에로티쿠스(Homo eroticus)』 - 생식 능력이 없어도 살아가는 이유 『호모 에로티쿠스(Homo eroticus)』는 인간의 성과 사랑을 동물 행동학의 관점에서 다케우치 구미코(竹內久美子, 1956~)가 「주간문춘(週刊文春)」에서 2000년 10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연재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50여 가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호모 에로티쿠스는 성적 인간이란 뜻으로 총 네 장의 구성은 성과 관련한 남자와 여자 그리고 동물의 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1장 남자에 대해서라는 주제 중 먼저 결혼한 남자가 자위로 고민하는 질문에 대해 자위행위는 낡은 정자를 몰아내어 발사 최전열을 신선하고 활기 있는 정자로 교체하는 작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유럽 붉은 사슴의 자위행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행해진.. 2022. 11. 21.
07. 『킨제이보고서(Kinsey Reports)』 - 여성의 성 해방을 위한 권리장전 『킨제이보고서』는 1930년대 당시 인디애나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앨프리드 찰스 킨제이(Alfred Charles Kinsey, 1894~1956)가 출간한 성에 대한 보고서로 『남성의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1948)과 『여성의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Female)』(1953)의 2권으로 되어있다. ʻ인간의 성(性)ʼ이라는 금기시되었던 내용을 주제로 방대한 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하였고 조사 결과가 미국 사회를 충격 속에 빠트렸다. 11,24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는 동성애, 혼전순결, 혼외정사 등 당시에는 쇼킹한 내용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동시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1950년대 미국은 교회의 영향으로.. 2022. 11. 20.
06. 인공지능 시대의 사랑 - <그녀(Her)> 인간과 OS(operating system)와의 만남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름다운 손 편지 닷컴’이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대필 작가이다. 아내 캐서린과는 1년째 별거 중인데 아내의 이혼 요구에 사인을 미루고 있는 상태로 지낸다. 영화의 배경은 2025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테오도르는 소심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로 감성이 풍부하여 그가 쓴 대필 편지들은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자신은 외로움 속에서 아내와의 추억을 되새김하는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우연히 최초의 인공지능 운영체제라는 광고를 보고 OS One을 구입한다. 당신에게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 주고 알아줄 존재.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닌 하나의 객체입니다.(An intuitive entity that listens to you, understands .. 2022. 11. 19.
05. 섹스의 부활을 꿈꾸다 - <호프 스프링즈(Hope Springs)> 데이빗 프랭클(David Frankel, 1959~) 감독의 영화 는 결혼 생활 31년째인 케이가 무미건조한 부부 관계에 대한 회의를 품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내 케이는 남편인 아놀드와 한 침대에서 잔 지 오래되었다. 무뚝뚝한 아놀드는 아침에는 신문을 보며 식사를 하고 귀가하면 골프 TV를 보다 잠들어 케이가 깨우면 자기 방에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다. 케이는 여전히 남편의 사랑을 그리워하다 케이블 방송에 나온 심리상담가 버닌 펠드 박사의 채널을 보게 된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는 책을 사서 읽고 그가 운영하는 상담 캠프에 참석하려고 티켓을 구매한다. 진정한 결혼 생활을 원하는 케이와 달리 마지못해 동행하는 아놀드. 상담캠프의 일정은 1주일이고 그들이 도착한 곳에 라는 간판이 걸려.. 2022. 11. 18.
04. 에로티즘의 환상 모험 -『0 이야기(Story of O)』 1954년에 발표한 폴린 레아주의 『O 이야기』는 프랑스 현대문학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한 ‘되 마고 상(Prix des Deux Magots)’을 수상하면서 일약 화제가 된 이 소설은 포르노라는 비판과 찬사의 상반된 입장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 중 『에로티즘』의 저자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1897~1962)의 다음과 같은 평가는 이 작품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O가 처한 역설적 상황은 ‘죽지 않으려고 죽어가는(mourir de ne pas mourir)’ 환상 광인의 상황과 유사하다. 그것은 곧 사형집행인이 희생자와 공모하는 순교의 현장과도 같다. 스스로 몸을 찢어, 에로티시즘의 환상을 불가능한 것에 대한 가장 거대한 환영 속으로 녹.. 2022. 11. 17.
03. 조선의 동성애 - 궁녀의 대식(對食), 남색(男色)을 하는 양반, 남사당패, 승려들 궁녀들의 동성애 조선 중기까지도 성 풍속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왕실과 공신들의 스캔들 못지않게 끊임없었던 것이 궁녀들의 성 추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궁녀들 간의 동성애는 구한말까지도 계속되었다. 궁녀의 동성애를 대식(對食)이라 하였는데 원래는 궁녀들이 가족이나 친지를 궁궐 안으로 불러들여 같이 식사하는 제도였다. 그런데 그것이 변질되어 동성애의 기회로 삼았기 때문에 대식이라 하였다. 조선 초에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은 문종의 2번 째 부인인 세자빈 봉씨의 폐출이었다. 『세종실록』 18년(1447)10월 26일자에 그 전말이 기록되어 있다. 봉씨가 궁궐의 여종 소쌍을 사랑하여 항상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니, 궁인들이 혹 서로 수군거리기를, “빈께서 소쌍과 항상 잠자리와 거처를 같이 한다.”고 하.. 2022. 11. 16.
02. 조선 초기의 성 스캔들 - 내시와 후궁, 공신의 첩과 태종(太宗) 왕자의 첩과 간통하고 임금의 후궁과 통정한 내시 정사징(鄭思澄)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한 때는 1392년. 조선은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았다. 유교는 성과 여성에 대해 억압적이었으나 조선 중기 까지도 조선 왕실과 양반, 일반 백성들의 성 풍속은 고려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풍속이란 것이 왕조가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 전기에 왕족과 궁녀, 내시, 양반들 사이에 간통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였는데 근친간의 사통, 동성애가 불러일으킨 치정 등이 실록(實錄)에 기록되어 전한다. 조선 초의 내시(內侍)들 중에는 거세되지 않은 자가 있었기 때문에 통정(通情) 사건이 계속되었다. 『태종실록』에는 내시 정사징이 태조의 넷째 아들 방간의 첩과 간통하였고 정종을 섬기던 궁녀.. 2022. 11. 15.
01. 고려인의 개방적인 성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이 기록한 『고려도경(高麗圖經)』이나 이나 이라는 고려가요 등을 통해 당시의 성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고려도경(高麗圖經)』의 기록에 의하면 고려에서는 이혼과 재혼이 자유로웠으며 남녀 혼욕 풍습까지 있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목욕을 한 후 집을 나서며, 여름에는 하루에 두 번씩 목욕을 한다. 흐르는 시냇물에 많이 모여 남녀 구별 없이 모두 의관을 언덕에 놓고 물굽이 따라 속옷을 드러내는 것을 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 『고려도경(高麗圖經)』 또한 ‘경합이리(輕合易離)’라고 하여 “가볍게 만나서 쉽게 헤어진다.”는 기록이 나타나 있을 정도로 고려인들의 성 풍습도 자유분방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고려의 태조 왕건(王建)은 지방 호족들과 혼인관계로 동맹을 맺어 .. 2022. 11. 14.
00. <불멸의 성> 연재 예고 섹스는 몸의 대화이며 인간 평등의 필수 조건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행복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풍요로운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연인과 부부들이 성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그것이 이유가 되어 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남녀의 성 문제는 관계 사이에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더 세밀히 살펴보면 성에 대한 편견과 억압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남녀의 성은 하나의 행성과 또 다른 행성의 만남인 동시에 한 세계와 다른 한 세계의 조우일 수 있다. 그것이 동물의 번식 욕망인 교접과 다른 의미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발달은 인간의 욕망을 상업화시켜 성을 소비적이고 배설적인 출구로 전락시켰던 것이.. 2022. 11. 10.
10. 별자리에 얽힌 옛이야기 (마지막 회) 『북두칠성이 된 일곱 쌍둥이』 5학년 1학기 과학교과 ‘태양계와 별’ 단원에 별과 별자리에 대해서 알아보는 차시가 있다.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고, 밤하늘을 보아도 별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별자리의 이름도 생소하고 과학 시간에 배운 별자리를 당장 찾아볼 수도 없다. 그래서 그 중에 하나라도 기억하고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오늘 과학 시간엔 선생님이 옛날이야기를 들려 줄거에요. 제목은 ‘북두칠성이 된 일곱 쌍둥이’이에요. 제목을 들어보니 어떤 이야기일 것 같나요?” “왠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와 비슷할 것 같아요.” “일곱 쌍둥이가 너무 친해서 하늘나라에 가서도 북두칠성이 되어 함께 있게 되는 이야기일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은 우리 입말을 그대로 살린.. 2022. 8. 10.
09. 역사도 그림책이다. 『첫 나라 고조선』 5학년 2학기 사회책은 모두 역사이다. 한 학기 동안 고조선에서부터 6.25전쟁까지 배운다. 내용이 너무 함축적이라 아이들이 어려워한다. 어려우니 지루하고, 지루하니 집중을 못 하게 된다. 그래서 역사 수업에도 그림책을 활용한다. 역사적인 내용을 이야기 들려주듯이 그림책을 읽어주면 잘 이해하며 집중해서 듣는다. 그래서 2학기 사회 수업은 역사 그림책 읽어주기로 시작하고, 사회 시간마다 학습 내용에 맞는 역사 그림책을 읽어 준다. “오늘 사회 시간에 배울 내용은 뭐에요?” “고조선의 건국과 발전과정 알아보기입니다.” “오늘 배울 부분을 각자 한 번씩 읽어 보세요.” 교과서 내용을 먼저 읽고 그림책을 읽어 줘도 되고, 반대로 그림책을 먼저 읽어 주고 교과서를 봐도 된다. 두 가지 방법 모.. 2022. 8. 9.
08. 그림책으로 읽는 위인전 『스티븐 호킹』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보다 중요한 것은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알려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스티븐 호킹] 그림책이다. 근육이 점점 굳어지는 루게릭 병을 앓으면서도 우주의 창조와 원리를 규명하는 데 평생을 바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에 대한 그림책이다. 특히, 우주의 블랙홀의 정체성을 식별하고 이론적으로 입증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21세에 루게릭 병을 진단받았고, 앞으로 2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갑자기 닥친 불행에 처음엔 좌절하고 방황했지만, 곧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고 마음먹었다. 불편한 몸을 장애로 생각하지 않고 76세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많은 저서와 업적을 남긴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이다. 작은 어려움에도.. 2022. 8. 8.
07. 교과 공부도 그림책으로 『김홍도』 교과서에 실린 그림만 감상할 수도 있지만 풍속화가 김홍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 주고 싶었다. “오늘은 조선시대 유명한 화가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미술 교과서에 나와 있는 이 그림을 보세요. 이 그림 밑에 누구의 그림이라고 적혀 있나요?” 미술 교과서를 실물화상기로 보여 주면서 물어보았다. “김홍도요.” “선생님, 저도 봤어요. 씨름하고 있는 저 그림 어떤 동영상에서 본 것 같아요.” “아마 많이들 봤을 거예요. 이런 그림들을 풍속화라고 하고 김홍도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풍속 화가에요. 풍속화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그린 그림을 뜻해요. 책에 나오는 김홍도 그림은 무엇을 하는 모습을 그린 건가요?” “씨름하는 모습, 서당에서 공부하는 모습, 대장간에서 일하는 모습이오." “홍도는 여간.. 2022. 8. 6.
06. 틀린 생각은 없어 『틀려도 괜찮아』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발표를 많이 한다. 초등 1~2학년들은 서로 발표를 하려고 손을 많이 든다. 반면에 고학년으로 갈수록 아이들은 점점 발표를 하지 않게 된다. 저학년 때는 맞는 말이든 아니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는데 고학년으로 갈수록 정답이 아닐까봐 두려워 많이 주저한다. 객관식 문항의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받다 보니까 점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학기 초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책 목록에 [틀려도 괜찮아] 그림책이 있다. 틀려도 괜찮으니 우리 반에서만이라도 자신 있게 말하라고 미리 말해두기 위해서다. “여러분들 중에는 저학년 때는 발표를 아주 많이 했다가 지금은 거의 안 하는 친구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이 자신 있게 내.. 2022. 8. 5.
05. 나는 어떤 존재? 『나는 누구일까?』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모두 소중한 존재다. 그냥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끊임없이 비교당해 왔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기도 한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아이들이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누구일까?] 그림책을 읽어 주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표지 그림이 의미하는 것이 뭐에요? 나비 날개가 귀처럼 생겼고, 꽃에는 눈이 있고… 괴물 같아요.“ 혜빈이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표지 그림이 좀 어렵죠? 그럼 제목으로 내용을 짐작해 보세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주인공이 우주로 자신을 찾아 나서는 내용일 것.. 2022. 8. 4.
04. 감정 출석부가 필요해요. 『오늘 내 기분은…』 5학년이 된 지 일주일도 안 되었지만, 그동안 윤서는 늘 밝은 얼굴로 소란스럽게 등교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윤서가 힘없이 조용히 들어온다. “윤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어요?”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요.” “그랬구나. 더 힘들어지면 바로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요?” “네~” 대답에도 힘이 없다. 오늘 하루 윤서를 신경 써서 살펴봐야겠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기분과 몸 상태를 매일 체크한다. 아프거나 우울한 아이가 있으면 더 신경 써서 살펴본다. 그래야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고, 무리한 활동을 시키지 않을 수 있다. 매일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기분을 일일이 물어볼 수가 없어서 학년 초에는 감정 출석부를 알려주는 수업을 한다. ‘신난다’, ‘기쁘다’,.. 2022. 8. 3.
03. 함께 만드는 규칙 『우리는 친구』 매 학년 초에 학급 규칙을 아이들이 직접 만든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규칙은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고,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규칙은 잘 안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이들이 직접 만든 규칙은 다르다. 학급 아이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토의와 토론을 통해 정해진 규칙이기 때문에 더 잘 지켜진다. 또한 학급에 대한 주인의식도 생기게 된다. 학급 규칙을 만들기 전에 읽어 주는 그림책은 [우리는 친구]이다. “오늘은 우리 오이반의 학급 규칙을 만들어 볼 거예요.” “학급 규칙이요? 그걸 저희가 만들어요? 선생님이 그냥 정해서 말해주시는 거 아닌가요?” “우리 오이반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저희들이요.” “그렇죠. 그럼 우리 반의 규칙은 누가 만들어야 될까요?” “.. 2022. 8. 2.
02. 화가 날 땐 행감바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한 교실엔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얌전한 아이, 장난 심한 아이,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 적극적인 아이 등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 20명이 하루 5~6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기준이 달라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몸으로 해결하려는 아이가 있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있고, 그냥 혼자 삭이는 아이가 있다. 화가 났을 때 화가 나는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기만 해도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성격과 취향이 다른 20명의 아이들이 1년 동안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기 위해서는 화가 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매년 3월 첫 주에 ‘행감바’를 알려준다. 행감바가 무엇인지 알려.. 2022. 7. 31.
01.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너는 특별하단다』 아이들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신체적 성장 속도도 다르지만, 운동, 음악, 미술, 수학, 이해력 등 배움의 속도도 다 다르다. 조금 더 빨리 배울 수도 있고, 조금 더 늦게 배울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어른들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성인 수준의 책을 읽는 아이가 있고, 어떤 아이들은 글만 있는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다. 몇 학년 필독 도서 등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내 아이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지 않고 많은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한다.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책을 읽게 되면 누구나 책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어하고 책과 친해.. 2022. 7. 28.
00. <그림책 놀이수업으로 부리는 마법> 연재 예고 초등교사의 그림책 놀이 수업으로 아이들이 변했어요 아이의 첫 책이 그림책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거나 입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도한 책은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 친구와 가족간의 관계의 힘을 키운 후에 더 쉬워질 수 있다. 실제 아이들에게 적용해 왔다. 그림책을 통해 일상에서 친구와 관계가 좋아지면 학교생활이 즐겁다. 커가면서 서먹했던 엄마 아빠와의 관계가 좋아지면 집과 학교를 오가는 생활이 안정되고 학업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진다. 점차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고 다른 책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말 마법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가족이 함께 읽기에도 그.. 2022. 7. 27.
08. 괜찮아(No pasa nada) 힘들거나 난처한 크고 작은 일은 일상생활에서 생긴다. 괜찮다고 표현할 때 스페인어로는 이렇게 말한다. No importa. (노 임뽀르따) 중요하지 않아. No pasa nada. (노 빠사 나다) 아무 일도 아냐. 두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정말 많이 쓰인다. 삶이라는 큰 쇠공은 계속 굴러간다. 그 길에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한다 하여도 공은 여전히 단단하다. 쇠공에 작은 상처가 날 수는 있어도 멈추지 않는다. 어떤 일은 일상생활 속 작은 일이 아니어서 정말로 공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왔던 길을 다시 가게 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버릴 수도 있다. 인생에는 고난과 시련이 항상 함께한다. No hay mal que por bien no venga. 아직 오지 않은 선(善)이 있기에 세상에 나쁜 것.. 2022. 5. 25.
07. 나는 알고 있는 걸까?(Saber vs Conocer) - 나는 미국이 어디 있는지 안다. - 나는 미국을 잘 안다. 위 문장은 모두 ‘~을 안다’로 끝난다. 하지만 스페인어로는 ‘알다’를 표현하는 동사는 두 가지가 있다. 정보나 지식을 알 때는 saber(사베르) 동사를, 내가 경험하여 깊이 알 때는 conocer(꼬노세르)를 쓴다. 첫 번째 문장에 나온 미국의 위치는 지식이기 때문에 saber 동사를, 두 번째 문장처럼 미국에서 살아봤다는 전제하에 정말 잘 알 때는 conocer를 쓴다. saber로써 알기 위해서 책을 보거나 뉴스를 듣는다. conocer로 알기 위해서는 가방을 싸서 여행을 가본다.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남에게 듣고 난 후 그 사람에 대해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지 saber에 그칠 뿐이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하고 같이 시간을 .. 2022. 5. 24.
06. 파이팅(¡Ánimo!) 국립국어원에서는 ‘파이팅’보다는 ‘힘내’ ‘아자아자!’ 등의 순화어를 권유한다. 파이팅의 원래 뜻이 ‘전투하다, 싸우다’라는 뜻이라서, 듣는 외국인이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이팅과 Fighting은 발음이 전혀 달라서 진짜로 외국인이 오해할지는 모르겠다. ¡ánimo! (아니모) 스페인어로 힘내라는 뜻이다. 추상적일수록 사전에 뜻이 많다고, 이 짧은 단어에 많은 뜻이 담겨 있다. ánimo의 여섯 가지 뜻 중에서 아래 두 가지가 응원과 가까워 보인다. [스페인 한림원 사전] 2. 용기, 힘, 노력(Valor, energía, esfuerzo) 5. 인간 활동의 기본이 되는 영혼 혹은 정신(Alma oespíritu, en cuanto principio de la actividad human.. 2022. 5. 23.
05. 특수기호의 용도?!(¡¿Uso de caracteres especiales?!) ¿Cómo estás? (꼬모 에스따스?) 잘 지내? ¡Atención! (아뗀씨온!) 집중! 간단한 스페인어 문장이지만 맨 앞에 거꾸로 된 느낌표와 물음표가 쓰여 있어 이색적으로 보인다. 한국어에서도 ‘작은따옴표’, “큰따옴표”, (괄호)를 쓸 때 처음과 끝 모두 쓴다. 【괄호】도 종류가 많다. [대괄호], {중괄호}, , ≪겹화살괄호≫. 「홑낫표」, 『겹낫표』도 빼놓을 수 없다. 괄호가 아닌 물음표와 느낌표는 문장 뒤에만 쓴다. 물음표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라틴어에서 질문에 해당하는 단어인 ‘questio’를 사용하다, 단어가 길어 알파벳 ‘q’를 변형하여 ‘?’로 사용했다고 한다. 영국 요크 출신의 철학자 알퀸(Alcuin of York, 735~804)은 카롤루스 1세(Karo.. 2022. 5. 20.
04. 인생의 모양(La forma de vida) La vida no es la cantidad de veces que respiras, sino los momentos que te dejan sin aliento. 인생은 숨 쉰 횟수가 아니다, 숨 멎을 듯한 순간들의 횟수다. 극적인 문장이다. 간 떨어지는 순간 빼고, 숨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일까. 여행을 하고, 도전을 하고, 기념일엔 모처럼 가족,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일주일 중 주말을, 일 년 중 휴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숨 멎을 듯한 순간은 숨을 잘 쉬어왔기에 찾아온다. 멋진 순간들은 평소에 일상생활을 잘 지낸 보상이다. 일상생활이란 위대한 매트리스다. 큰 슬럼프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슬럼프란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이다. 먹을 수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심신이 .. 2022. 5. 19.
03. 긍정은 노력을 요한다(Ser optimista o ser positivo) 강독 수업 첫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아래와 같이 질문하셨다. - (교재를 들며)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내가 보기에 책은 특징이 없었다. 표지가 세련되지도, 구성이 신선하지도 않았다. 일동 침묵. 그러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 왜 아무 말도 못 하지? 이 책이 작고 가벼워서 갖고 다니기 편하잖아. 이런 것도 좋은 특징 아닌가. 우리는 특징을 찾으려고 하면 무언가를 비평하려는 습관부터 있는 것 같아. 그때는 스물한 살이었고 이제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첫 시간이 생생하다. 그 후에 진행된 강독 수업보다도. 선생님 말이 맞았다. 나 역시도 선생님이 책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라고 했을 때 책의 구성이나 디자인만 생각했지, 책의 무게는 생각지 못했다. 책에 대해서 제대로 비평하지 않으.. 2022. 5. 18.
02. 너와 당신, 그리고 꼰대(Tú y Usted, y Conde) - 아, 그런데 몇 살이세요?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질문한다. 놀랍게도 한 살이라도 차이가 나면 계단이 생긴다. 1년 단위로 학년이 나뉘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해도 상하관계는 피할 수가 없다. 스페인어를 배우게 되면 이런 계단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장유유서, 존댓말이라는 장벽에 갇혀 한국어 안에서는 한정된 인간관계를 맺기가 쉽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쓰는 순간 너와 나는 친구(amigo아미고, amiga아미가)가 된다. 한두 살은커녕 몇십 살 차이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어디서 눈 똑바로 뜨고 어른을 쳐다 봐, 가 아니라 눈 똑바로 뜨고 나이와 관계없이 토론을 할 수 있게 된다. 스페인어를 배우는 한국 사람들은 자동반사적으로 어른을 지칭할 때 너(tú).. 2022. 5. 13.
01. 올해도 수고했어(Feliz cumpleaños) - 생일 축하합니다! - Happy birthday! - お誕生日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생일은 기쁜 날이다. 아니, 마냥 기쁜 날은 아니었다. 두려움, 부담감, 슬픔도 수반된다. 누군가에게 축하받아야 하는데 아무도 몰라줄 수도 있다.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도 애매하고, 잊고 싶어도, 내 정보가 등록된 가게에서 고객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온다. 설렘을 주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누군가는 더 외롭게 느끼는 것처럼 특별한 날은 오히려 고독함을 던져주기도 한다. 생일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증명일이다. 태어난 날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죽을 날에 가까워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amor fati)이다. 그렇다면 스페인어로는 ‘생일 축하해’를 어떻게 말할까. ¡Feli..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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