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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태양의 언어를 만나다>

01. 올해도 수고했어(Feliz cumpleaños)

by BOOKCAST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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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축하합니다!
- Happy birthday!
- お誕生日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생일은 기쁜 날이다. 아니, 마냥 기쁜 날은 아니었다. 두려움, 부담감, 슬픔도 수반된다. 누군가에게 축하받아야 하는데 아무도 몰라줄 수도 있다.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도 애매하고, 잊고 싶어도, 내 정보가 등록된 가게에서 고객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온다.

설렘을 주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누군가는 더 외롭게 느끼는 것처럼 특별한 날은 오히려 고독함을 던져주기도 한다.

생일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증명일이다. 태어난 날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죽을 날에 가까워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amor fati)이다. 그렇다면 스페인어로는 ‘생일 축하해’를 어떻게 말할까.

¡Feliz cumpleaños! (펠리스 꿈쁠레아뇨스)
행복한 생일!

국어사전에서 생일의 뜻을 보면, ‘세상에 태어난 날, 또는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해마다의 그 날’로 나와 있다. 생일(生日, 태어난 날)의 어원은 첫 번째지만 두 번째 뜻으로 인사말을 한다.

스페인어로 생일은 어원부터가 태어난 날이 아닌, 후자(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날)다. cumple(수행하다)+años(해)의 합성어로 여러 해를 수행한다는 뜻이다. 태어난 날로부터 매년 한 해씩 잘 수행한 것을 기념하는 날을 뜻한다.

생일의 뜻을 단순히 태어난 것을 축하받는 날이 아닌,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 한 해 버티면서 성장했다고 스스로 격려하고, 주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날이라고 바꿔 생각하니 더 이상 생일을 앞두고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매해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깨닫고,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며 태어난 날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꼭 단점만 있지는 않다.

Más sabe el diablo por viejo que por diablo.
악마가 더 많이 아는 것은 악마라서가 아니라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잔꾀나 좋은 머리보다도 연륜에서 나오는 지식과 지혜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격언이다. 경험을 통해 같은 실수를 덜 하는 능력이 생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본인의 취향, 어울리는 것 등을 알아간다. 삶에 있어서 여유가 생긴다.

스페인어에서 ‘몇 살이에요?’라고 묻는 표현은 아래와 같다.

¿Cuántos años tienes? (꽌또스 아뇨스 띠에네스)

영어로 옮기자면 ‘How many years do you have?’로 몇 해를 갖고 있냐는 뜻이다. 나이란 태어난 이후 내가 경험한 햇수다.

경험치가 쌓여 시야도 넓어진다. 삶은 지나온 해들이 쌓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밟고 올라가 더 먼 곳을 볼 수 있도록 성장하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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