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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이번에는 붙을 수 있을까>6

05. 왜 자꾸 선조를 인조라고 말씀하셨어요? (마지막 회) 면접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다음 날에 예정된 수업 실연을 준비해야 했다. 부산의 경우, 어느 단원에 있는 내용을 어떤 형태의 수업을 할지, 관련된 조건이 함께 담긴 문제를 보고 60분 동안 지도안을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20분의 구상 후 20분 동안 수업 실연을 진행해야 한다. 수업 실연에는 한국사 부분만 나온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한국사의 고대부터 근현대사까지, 어느 시대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모르니 한국사 전 시대의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했다. 우선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전 단원을 다시 한 번 모두 떠올려 보고 싶었다. 전 단원을 차근차근 판서하며 설명한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딱 고려까지 해보고 나니 까마득히 남은 단원들마저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현대사는 건.. 2022. 1. 23.
04. 퇴근하면 나는 여전히 수험생이었다. 4개월의 짧은 기간제 교사에 합격 연락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중에 설렘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꿈꾸던 그 자리에 다가가는 순간이었지만, 교사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내가 잘해낼 수 있을지, ‘공부’와 ‘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면접관으로 들어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셨던 선생님 한 분이 나를 맞아주셨고, 짧은 이야기를 나누며 인수인계를 받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를 펼쳤다. 사람 인생 한 치 앞을 모른다고, 1년 동안 지옥 같은 수험 생활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수많은 생각과 걱정을 누르고 앞으로의 공부 계획과 4개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과 공부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 2022. 1. 21.
03. 나는 들러리였구나 네 번째 시험을 치렀다. 이번 해만큼은 앞선 두 번의 시험보다 더 노력했다고 확신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기도에 다녀온 후 간단히 밥을 먹고 7시쯤 도서관으로 향했다. 열람실에 1등으로 도착해 창문을 열고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 착석하면 보통 7시 30분. 그렇게 남들보다 이르게 하루를 시작했다. 앞의 두해보다 더 노력했고, 사람들도 덜 만났다. 천재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건 시간 싸움, 엉덩이 싸움이라고 생각했고, 그 정도로 노력하면 당연히 될 거라 확신했다. 1차 합격자 발표 날. 애써 찾아보기를 미루던 그때 1차 합격을 축하한다는 교육청의 문자를 받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때가 돼서야 안심한 채 합격자 조회 사이트에서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는 불합격.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부랴부랴 .. 2022. 1. 20.
02. 잃어버린 생일 코로나 시국에서 떼놓을 수 없는 자가격리. 살면서 자가격리라는 단어를 이렇게나 자주 사용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생각해 보면 나의 수험기간이 곧 자가격리 기간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자발적으로 타인으로부터 혹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고립되고 격리되었던, 슬프고도 암울했던 기간이었다. 공부를 시작하기 직전인 2015년은 최고로 바쁘게 보냈던 한해였다. 모교의 한 연구소에서 보조 연구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교회 청년부 임원이자 대외활동 동아리 부대표이기도 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던 시기였다. 거기다 대학 졸업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슬슬 임용공부도 시작했다. 여러 역할을 맡으면서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졌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 그것들을 반증해준 것이 바로 생일이었다.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도.. 2022. 1. 19.
01. 취업열차 마지막 탑승객 학창 시절엔 보통 같은 반 친구들끼리 친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고1, 고2 때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 없는 친구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우리는 각 반의 반장으로서 학생회 활동을 하며 희로애락을 공유해서인지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우리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여섯 명은 우연히도 문과 세 명, 이과 세 명이다. 대학도 서울, 진주, 통영, 부산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졸업 후 타지에 취업하면서 자주 만나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오래가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도 종종 놀라곤 한다. 당연하게도 이과 출신 친구들이 취업 스타트를 끊었다. 이과 출신인 만큼 전공도 기계, 임상병리, 건축 등 다양했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순서대로 취업 소식을 전해왔다... 2022. 1. 18.
00. <이번에는 붙을 수 있을까> 연재 예고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당신에게 건네는 자그마한 위로 ‘선생님’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직업 중 하나다. 우리가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처음 관계를 맺을 때 그곳엔 대부분 ‘선생님’이 있었다. 우리는 선생님의 지도하에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기도 하고 뚜렷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개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 만큼, 선생님을 꿈꾸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 아이들을 좋아하거나,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등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건 한편으론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기..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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