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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5

04. 길에서도 미디어에서도 존재가 지워진 장애인 출근해야 하는데, 나 정말 바쁜데, 이 시간에 여기서 꼭 이래야 하나. 이동권 투쟁을 한다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아무개 씨가 탄 객차와 플랫폼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모르나? 지금 이 시위 때문에 불행한 절대다수가 안 보이나? 평소에는 길에서 잘 보이지도 않더니 오늘 여기에 다 모여있네, 휠체어들. 온갖 종류의 사람으로 변한다며. 그럼 장애인은? 소수자 문제를 향한 관심은 어떤 특별한 계기에서 비롯한 때가 종종 있다. 당사자 혹은 주변인처럼 삶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매우 사소한 사건으로 시작했다. 백종열 감독의 영화 (2015)를 보던 중이었다. 남자주인공 김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남자, 여자, 어린이, 노인, 다양한 인종의.. 2022. 7. 18.
03. 지겹고도 지겨운 꽃뱀 서사 아무개 씨의 지인이 고민 상담을 요청해 왔다. 갑자기 친해진 직원이 한 명 있는데 그쪽도 호감을 보이는 것 같아 회식 자리에서 은밀히 스킨십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일이었다. 정신적 손해배상과 함께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한다. “꽃뱀 아냐?” 이야기를 듣고 입을 연 아무개 씨의 첫 마디다. 웹툰 속 꽃뱀 서사 앉은 자리에서 전부 유료 결제를 할 수밖에 없는 흥미로운 웹툰을 보았다. 최경민, 영모 작가의 웹툰 (2020~2021)다. 계기는 언론사 칼럼을 통해 이 만화의 스토리 작가가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여성 혐오를 아무런 미화 없이 노출했다는 취지의 호평을 접해서였다. 칼럼니스트 위근우는 “는 작품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남성 창작자가 자신이 속한 남성 사회를 재현·고발하.. 2022. 7. 14.
02. 일진이 점령한 청소년 세상 요즘 애들 정말 문제다. 우리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뉴스를 보던 아무개 씨가 내뱉은 말이다. 현실이든 픽션이든 비슷하다. 요즘 애들이 본다는 웹툰을 보면 죄다 일진에 비행청소년투성이다. 그게 다 현실의 반영 아니겠나. 그래서 청소년의 실상을 밀도 있게 묘사한 영화가 상도 받고 그런 거겠지.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던데. 선정성과 현실성 사이의 외줄 타기 재미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보니 뭐 하나 자극적인 소재가 나오면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질풍노도’의 10대들은 한참을 우려내도 계속 진국인 소재다. 미성숙한 존재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은 (어쨌든 겉보기엔) 무사히 성인으로 살아남은 이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다. 대중은 만화, 영화, 뉴스 보도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그들.. 2022. 7. 13.
01. 사투리: 대한민국 비주류 언어 아무개 씨가 서울 사람으로서 본인도 모르게 누리는 기득권은 상상 이상이다. 말씨만 해도 그렇다. 교양 있는 그가 쓰는 서울말은 ‘표준어’라는 권위를 갖고 있다. 아무개 씨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말투나 억양을 ‘고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 적이 없다. 그의 언어는 대한민국 주류다. 사투리 핍박의 역사 서울말은 언제부터 중앙어의 지위를 누렸나. 조선왕조가 시작되고부터다. 알다시피 고려의 수도는 개성, 신라는 경주, 고구려는 평양, 백제는 부여다. 고구려와 백제는 각 2번씩 수도를 옮겼다. 그러니까 조선 이전에 중앙어라고 할만한 지역 언어는 한두 개가 아니었던 셈이다. 1394년 태조 이성계가 수도를 한양으로 옮긴 후부터 지금까지 쭉 서울말이 곧 중앙어다. 600년이 넘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조선 .. 2022. 7. 12.
00.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 연재 예고 변호사가 바라본 미디어 속 소수자 이야기 , , 등 K-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의 흥행과 함께 논란이 되었던 노인, 여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돌이켜보면, 자극적인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 빠른 전개에 초점을 맞추느라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 콘텐츠가 소수자를 어떻게 묘사하고 소비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K-콘텐츠의 엄청난 인기와 위상은 언제든 무너져내릴 수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는 의외로 많은 차별과 혐오 표현, 그리고 이에 기반한 말과 행동 등이 녹아 있다. 저자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소수자 유형을 크게 7가지로 분류했다. 주제로 나누면 서울중심주의, 에이지즘, 인종,..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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