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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가루전쟁>6

05. 밀 때문에 나선 러시아원정 (마지막 회) 근대 유럽의 역사에서 밀과 관련된 무역 때문에 전쟁까지 벌어진 경우도 있었는데,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원정이 그것이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은 1806년 11월 21일, 대륙봉쇄령을 발표했다. 이 대륙봉쇄령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유럽의 모든 나라는 영국에 어떤 상품도 팔거나 어떤 영국 상품도 사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폴레옹이 이런 대륙봉쇄령을 발표한 것은 영국 때문이었다. 대륙봉쇄령을 발동할 무렵 유럽에서 나폴레옹에게 맞설 적수는 영국밖에 없었다. 나폴레옹은 영국을 군사력으로 제압하기가 불가능했다. 영국은 유럽 본토와 육지로 연결된 나라가 아니라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여서 영국을 정복하려면 해군이 필요했다. 문제는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나자 프랑스 해군의 장군과 장교를 이루고 .. 2022. 6. 3.
04. 후추를 얻기 위한 모험과 전쟁 십자군전쟁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유럽 사람들은 후추의 원산지인 인도를 동경하며 가고 싶어했다. 서기 600년대 유럽 사람들은 인도의 후추나무는 사나운 뱀들이 지키고 있어서 후추를 가지러 온 사람을 물어 죽이며, 후추를 수확하려면 후추나무에 불을 질러 뱀들을 쫓아내야 하고, 그래서 후추가 검은색이라고 여겼다. 이는 후추에 대한 그들의 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왜곡된 이미지를 통해서라도 그들이 후추를 얼마나 갖고 싶어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유럽 사람들의 열망에 불을 지핀 책이 13세기 말엽 중국 원나라에 다녀왔던 여행가이자 상인 마르코 폴로의 회고록 《동방견문록》이었다. 이 책에서 마르코 폴로는 중국 남부의 항구 도시인 항저우에 매일 10만 파운드 무게의 후추가 무역선에 실려 들어오며, 그 양은 인도에서.. 2022. 6. 2.
03. 염전 싸움에서 혁명으로 소금의 수출이 나라를 부유하게 했다면, 소금의 수출이 막힐 경우 나라가 망할 수도 있었다. 16세기에 유럽의 최강대국으로 떠올랐다가 17세기에 이르러 국고가 바닥나 파산한 스페인이 그 좋은 사례다. 16세기, 스페인은 오늘날의 네덜란드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인들은 개신교 계통의 칼뱅파를 믿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에게 “너희들은 이단인 칼뱅파를 버리고 우리가 믿는 정통 교회인 가톨릭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네덜란드에서는 스페인의 지배에 대한 반발심이 높아졌다. 결국 1566년 8월 10일, 네덜란드에서 스페인을 몰아내려는 폭동이 일어났다. 이 폭동은 곧바로 네덜란드와 스페인 사이의 네덜란드 독립전쟁으로 번졌는데, 이 전쟁은 이후 80년 동안 계속되었다. 네덜란드 독립전쟁에서 눈부신 활.. 2022. 6. 1.
02. 흑인 노예들의 역사가 서리다 16세기로 접어들면서 유럽인들은 대서양 서쪽의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해나갔다. 그러면서 점차 늘어난 설탕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서양의 마데이라제도, 카리브해의 아이티섬과 남미의 브라질을 비롯해 아메리카 지역에 사탕수수 재배 농장을 세웠다. 이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주로 아프리카에서 끌고 온 흑인 노예들이었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붙잡아 노예로 부렸으나, 원주민들은 유럽인이 옮기는 전염병에 약해 많이 죽은 데다가 그들의 고향과 가까운 탓에 걸핏하면 도망치는 식으로 저항했다. 이에 유럽인들은 전염병에 잘 견디면서 도망칠 우려가 없는 먼 아프리카 흑인을 노예로 붙잡아 와서 부리는 방식을 택했다. 대략 1500년에서 1880년까지 최대 4천만 명의 흑인들이 노예선에 탄 채로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2022. 5. 31.
01. 이슬람 문화권의 설탕 사랑 설탕은 서기 600년대 후반부터 지중해 세계를 지배한 이슬람제국 시절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아랍인들은 설탕을 매우 좋아해, 사탕수수 재배가 가능한 이집트, 페르시아, 시리아, 크레타섬 등지에 설탕 제조 공장을 세웠다. 서기 1천 년 무렵, 아랍인들에 의해 크레타섬의 도시 칸디아(오늘날의 이라클리온)에 대규모로 설탕을 정제하는 공장이 들어섰다. 아랍인들이 지배하는 지역마다 설탕을 생산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은 제품은 이집트산으로 여겨졌다. 아마도 나일강을 낀 비옥한 토지로 풍족한 양의 곡식이 생산되는 환경 덕분에 설탕의 맛과 품질도 좋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실패한 설탕의 대량 생산을 어떻게 아랍인들이 성공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당시 지중해 지역의.. 2022. 5. 30.
00. <가루전쟁> 연재 예고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이들 가루에 숨어 있는 세계 역사!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것들의 세계사 소금, 설탕, 후추, 밀, 커피, 초콜릿. 이것들은 모두 오늘날을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오거나 기호품으로 즐긴다. 이것들을 일상에서 빼고 살라고 하면 도저히 그렇게 못 하겠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이것들이 우리 일상에서 보편화된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선뜻 믿지 못하겠다고,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근대 이전에 공장에서 화학식으로 만들어 내기 전까지 소금은 글자 그대로 작은 황금이라고 불릴 만큼 귀했다. 이 소금을 팔아 떼돈을 번 거상들이 출현하고 심지어 그들이 국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뒤엎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2022.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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