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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너를 만났다>11

10. 시즌3_엄마의 꽃밭, VR 버츄얼 휴먼에 이어서 이제는 풍경이다! (마지막 회) 2021년 여름. 제작진은 세 번째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하나 씨와 엄마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야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지를 고민했다. 시집와서 40년을, 이사 한 번 하지 않고 내내 살았던 인천의 이층집. 그중에서도 엄마가 좋아하던 곳은 마당의 꽃밭이었다. 봄이면 장미와 샐비어가 만발하던 꽃밭. 매년 5월이면, 하나 씨 가족은 엄마가 정성스레 가꾸던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엄마가 떠나시자 돌보는 사람 없는 꽃밭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곳에서 사진을 찍을 일도 없었고, 가족들은 서로 서먹서먹해지기 시작했다. 모두를 돌봐주던 엄마로 인해 가족이 함께할 수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제작진은 VR 공간에 엄마의 꽃밭을 만들고, 그곳에서 엄마와의 소소하지만 소중했던 일상을 체험.. 2022. 11. 15.
09. VR 저널리즘_용균이를 만났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첫 번째 방송 이후에 조금 더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늘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 경험을 사회적으로 가치 없다고 비난해준 분에게도 고마운 마음이었다. 시즌1에서 엄마와 나연이의 사연을 같이 지켜보고, 그 느낌을 전달한 것은 평생 만나기 힘든 아름다운 경험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떠올리고 의미를 찾아준 시청자분들에게도 너무나 감사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VR로 누군가를 만난다’는 개념 이 조금 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것인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휴먼 스토리를 너무 신파적으로 연출하는 게 아니냐, 과연 그런 기술의 결합이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는 말에 대한 답을 프로그램으로 대신하고 싶었다. 교양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이곳을 이끌어온 한 축이 사람의 이야기 (휴먼 스토리)라면,.. 2022. 11. 14.
08. 버츄얼 휴먼으로 스킨십을 흉내 낼 수 있을까? 아이들도 기억하는 부부의 사랑을 뽀뽀와 같은 스킨십으로 흉내 내 볼 수 있을까? 그것도 그리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러나 현실적으로 촉감 구현이 가장 어렵다. 가상체험에서 몰입감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요소가 ‘대상과의 상호 작용’이다. 몸짓, 눈맞춤, 무언가를 건네거나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현실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는 어떤 상호 작용을 통해서 아내를 그리워하는 체험자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 아내를 안아보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든 비슷하게라도 구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손과 눈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장갑과 HMD에 대상(버츄얼 휴먼)이 따라가고 반응할 수 있는 주요 트래커가 부착해 있고, 체험자의 움직임을 반영할 수 있었다. 부부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이 무기를 어떤.. 2022. 11. 13.
07. 시즌2_‘로망스’ VR로 이루어진 단 하루의 만남, “거기 있나요? 내가 왔어요.” 프로그램을 마치고 아이와 제주해녀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는 VR이나 AR을 결합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했다. 예를 들어, 어두운 공간에서 시작해 파도가 치고 바닷속이 느껴지는 영상, 소리, 냄새 등이 나를 감싼다. 그리고 그곳에 한 소녀가 등장한다. 할머니의 이미지로 남은 해녀가 아니라 철없는 소녀가 등장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할머니가 되어간다… 이런 스토리를 평생 함께하는 아름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바다의 이미지와 함께 풀어낼 수 있다면. 시간 여행 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박물관을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거, 언젠가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즈음에는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원격 회의가 일반화되고, 메타버스 관련주가 폭등하고 있었다. 이왕 발을 .. 2022. 11. 12.
06. 사랑하는 그대를 나 기억해요... 심금을 울린 <너를 만났다> 테마곡 사랑 사랑하는 그대를 나 기억해요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모두 사라지겠죠 그래서 나 노래해요 영원히라 믿는 노래로 그대를 _강아솔 ‘Dear’ ‘어떻게 이런 음악과 가사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하늘에 있는 가족을 가상현실에서 잠시 만난다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기다린 노래 같았다. 우리 둘의 일을 아는 모든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지금 이 지구의 모든 사람도 죽고 없어지는 것…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 이상하게도 기억에 관해 생각할수록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Dear’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각했던 시간과 기억에 대한 느낌을 너무나 짧은 가사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너, 우리가 사랑한 너랑 나 둘의 기억만큼은 영.. 2022. 11. 11.
05. 나연이 버츄얼 휴먼에 도전, 모션캡처가 뭐에요? 나연이의 버츄얼 휴먼이 완성되고 있었다. 이제 모션 캡처를 할 차례다. 모션 캡처용 수트를 입은 배우의 동작을 따서 그 데이터로 캐릭터를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녹화된 동작 그대로 엄마와 만남이 이루어진다. 동작을 맡은 배우는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연구하며 의욕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모션 캡처 전에 아이를 오랫동안 돌봐주셨던 유치원 선생님을 섭외해 아이의 동작을 세심히 물어보기도 했다. 아이가 어떻게 걷는지, 어떻게 뒤돌아보는지, 어떻게 웃는지 등을 배우가 시연하면 선생님이 수정하는 방식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닮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다. 나연이의 유치원 선생님은 성심껏 모든 동작을 기억해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다. 인터뷰는 한사코 사양했다. 속으로 내내 울고 계셨던 것 같다. 나연이가 달려와 안.. 2022. 11. 10.
04. 메타버스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한 게 아닐까? 나연엄마는 아이폰으로 아이의 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다 정리하지 못한 사진들을 외장하드에 몇 테라나 갖고 있었다. 마침 정리해 보고 싶었다며 건넨 그 외장 하드 속 사진과 동영상을, 우리는 끝없이 들여다보았다. 덕분에 사람의 외모를 비슷하게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어렵지 않게 골랐다. 그러나 살아 있는 어떤 사람을, 그것도 누군가와 만나는 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했다. 버츄얼 휴먼이라고 해도 움직이고 표정을 지으면 자아를 가진 존재처럼 보인다. 게다가 우리는 엄마를 실시간으로 만나는 딸을 재현해야 한다. 단순히 외모만 재현하는 일이라면 데이터로 이루어진 마네킹을 만들면 되고, 후보정이 가능한 3D 영상을 만드는 일이라면 마음이라도 편했겠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리 단.. 2022. 11. 9.
03. 시즌1_나연이네 가족, 낯선 VR와의 첫만남 사실 이 일을 하면 누군가를 잃은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난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연에 둔감해지고,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아이템이 될까 안 될까를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그날은 그냥 들었다. 너무 맑은 날에, 나연엄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인생이 실패로 느껴진다고 했다. 아이를 잃으면 엄마는 그냥 슬프기만 한 게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자기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인간이 된다. 이상하게 화가 났다. 나라면 어떨까. 아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 나라면 누구를 손가락질할까. 나와 비슷한 연배인 나연엄마는 90년대 개그감을 갖고 있어서 대화하며 자주 웃었다. 그런데 왜 나연엄마는 아이를 잃고 3년 동안, 그렇게 아픈 기억을 기록하고 있었을까. 나연엄마는 농담처럼, 이제 갱년기가 오는.. 2022. 11. 8.
02. 테크놀로지, 빅테크, VR 엔진.... 기억을 과학기술로 구현할 수 있을까?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이 나온 게 2008년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때 나는 이미 7년 차 PD였다. 테크놀로지라는 단어를 뭔가 어렵고 SF적인 것으로 느끼며, 우리의 삶과 결합한 약간 소프트한 느낌의 테크놀로지는 생각하지도 못 했다. 방송은 서서히 기울어갔다. 네이버와 카카오같이 개발자를 보유하고 삶의 영역을 바꾸는 빅테크 기업을 방송사와 비교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 되었다. 그래도 를 만들며 외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될 만한 아이템을 찾는 일은 다이내믹했다. V사와 최종 계약했다. 방송이 나간 뒤에는 둘 다 웃을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금액이고, 무모한 도전이었다. 의기투합했던 나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 2022. 11. 7.
01. 삶이란 너랑 했던 일들의 기억 VR 기술을 어떻게 결합할 생각을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다른 대답을 한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공간 안에서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난다면’이라는 기획안을 쓰긴 했다. 자신은 별로 없었다. 기획을 꺼내면 접어야 할 이유가 할 이유보다 많은 법이다. 가장 구체적인 부정적 반응은 “HMD를 쓰고 있으면 표정이 안 보이는데 감정이 전달되겠냐”라는 반응이었다. 맞는 말이라 뭐라 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아무래도 그렇지” 하고 접을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로부터 1년 후, 코로나가 막 유행하던 2020년 1월에 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홍보 자료에 VR과 휴먼 스토리의 결합이라고 해서인지 많은 기자가 와주었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는데 긴장해서 적어온 말들을.. 2022. 11. 6.
00. <너를 만났다> 연재 예고 MBC 창사 60주년 VR 휴먼 다큐멘터리 대기획 ***** 2020년 ABU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 ***** 2021년 프리 이탈리아 스페셜 멘션상! ***** 유튜브 3천만 뷰 VR 휴먼 다큐멘터리 화제의 방송!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기술의 힘을 빌려 하늘나라에 있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기술의 힘을 빌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떤 수식어도 없는 이 문장이 〈너를 만났다〉의 카피였다.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이었고, 2020년 2월 인간적인 시선과 과학기술의 완벽한 조합으로 이뤄낸 MBC 〈너를 만났다〉시리즈 1,2,3을 한 권에 담아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딸을 잃은 나연엄마의 이야기로 엄마의 사랑 이야기를, 아내를 잃은 정수 씨의 이야기로 남녀의 .. 2022.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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