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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너를 만났다>

10. 시즌3_엄마의 꽃밭, VR 버츄얼 휴먼에 이어서 이제는 풍경이다!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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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너를 만났다> 제작진은 세 번째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하나 씨와 엄마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야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지를 고민했다. 시집와서 40년을, 이사 한 번 하지 않고 내내 살았던 인천의 이층집. 그중에서도 엄마가 좋아하던 곳은 마당의 꽃밭이었다. 봄이면 장미와 샐비어가 만발하던 꽃밭. 매년 5월이면, 하나 씨 가족은 엄마가 정성스레 가꾸던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엄마가 떠나시자 돌보는 사람 없는 꽃밭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곳에서 사진을 찍을 일도 없었고, 가족들은 서로 서먹서먹해지기 시작했다. 모두를 돌봐주던 엄마로 인해 가족이 함께할 수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너를 만났다> 제작진은 VR 공간에 엄마의 꽃밭을 만들고, 그곳에서 엄마와의 소소하지만 소중했던 일상을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그네가 삐걱거리고, 세 아이가 키우던 강아지 ‘나나’가 뛰놀고, 장독대 아래로 엄마가 빨아놓은 이불이 널려 있는 옛집 그곳에, 엄마가 그때처럼 꽃밭을 돌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발짝 더 나아간 시도를 했다. 앨범 속 젊은 날의 엄마 유인애 씨와 딸 하나 씨가 자매처럼 닮은 모습에 착안해, VR 공간에서 젊은 엄마를 만나게 한 것이다. 희생으로 식구들을 돌본 나이 든 엄마와 꿈 많던 시절의 젊은 엄마. 두 명의 버츄얼 휴먼을 시도했다. 그리고 시간 여행자가 젊은 시절의 부모님을 마주하듯, 젊었던 엄마를 그곳에서 다시 만나는 시퀀스를 이어서 준비하기로 했다. 버츄얼 휴먼의 제작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나는 일이었지만, 적어도 가상 현실의 새로운 가능성을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나 씨가 느끼는 그리움과 미안함의 실체와 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희생하지 않았다면, 그때의 꿈 많던 엄마는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 마당에서 엄마에게 할 말을 토하던 하나 씨는 잠시 후 지금의 자신보다 더 젊은 엄마, 친구 같고 자매 같은 엄마를 만났다.

제작진은 하나 씨가 젊은 시절의 엄마를 낯설어할까 봐 우려했다. 그러나 하나 씨는 곱고 예쁜 엄마를 보며 엄마의 희생을 더욱 절절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하나 씨는 두 엄마를 만나서 자그마치 40분간, 폭풍처럼 가슴속에 쌓아 둔 말들을 쏟아냈고, 현장에 있던 모든 제작진을 울렸다. 꿈같은 엄마와의 만남이 끝나고 가족들은 꽃밭에서 오랜만에 가족사진을 찍었다. 하늘로 간 엄마도 함께였다. 매년 꽃이 피면 사진을 찍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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