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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너를 만났다>

08. 버츄얼 휴먼으로 스킨십을 흉내 낼 수 있을까?

by BOOKCAST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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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기억하는 부부의 사랑을 뽀뽀와 같은 스킨십으로 흉내 내 볼 수 있을까? 그것도 그리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러나 현실적으로 촉감 구현이 가장 어렵다. 가상체험에서 몰입감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요소가 ‘대상과의 상호 작용’이다. 몸짓, 눈맞춤, 무언가를 건네거나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현실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는 어떤 상호 작용을 통해서 아내를 그리워하는 체험자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 아내를 안아보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든 비슷하게라도 구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손과 눈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장갑과 HMD에 대상(버츄얼 휴먼)이 따라가고 반응할 수 있는 주요 트래커가 부착해 있고, 체험자의 움직임을 반영할 수 있었다. 부부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이 무기를 어떤 움직임과 결합할지를 상상했다. 이런 건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메타버스의 디테일은 여전히 광활한 빈 땅이다.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의 영역에 있어서 그렇다.

팔베개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먼저 팔베개가 가능한지 HMD를 쓰고 테스트해 보았다. ‘가상현실 최초의 팔베개’로 VR의 역사에 기록될 꿈을 안고 더미 모델과 시도해 보았다. 일단 기기가 뒤통수까지 연결해 있어서 눕는 게 쉽지 않았다. 시스템의 안정성과 체험자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다.

알게 되었다. 아무리 메타버스 붐이어도, 가상 현실에서 눕는 것은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았구나. 지금 장비로는 불가능했다. 목에 힘을 주어 자세를 고정할 수는 있겠지만, 이러면 감정을 유지하기 힘들다. 또, 대상이 되는 버츄얼 휴먼이 어깨에 머리를 대는 건 가능하지만, 너무 가까워지는 위험이 있다. 너무 가까워지면 그래픽이 뚫고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간상 세밀한 제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우리는 살던 집에 가서 천천히 숨바꼭질하듯 아내가 등장하고, 안부를 묻고, 춤추며 거실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월정사 전나무숲길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동선을 짰다. 누군가는 이런 시퀀스를 민망하고 너무 판타지적이라고 하거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연출부와 VFX 팀은 진지했다. 시즌1로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한 만큼, 이번에는 디테일한 장면일지라도 세상에서 처음 보는 것,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장면을 우리 식으로 창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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