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에세이/<너를 만났다>

05. 나연이 버츄얼 휴먼에 도전, 모션캡처가 뭐에요?

by BOOKCAST 2022. 11. 10.
반응형

 


 

나연이의 버츄얼 휴먼이 완성되고 있었다. 이제 모션 캡처를 할 차례다. 모션 캡처용 수트를 입은 배우의 동작을 따서 그 데이터로 캐릭터를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녹화된 동작 그대로 엄마와 만남이 이루어진다.


동작을 맡은 배우는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연구하며 의욕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모션 캡처 전에 아이를 오랫동안 돌봐주셨던 유치원 선생님을 섭외해 아이의 동작을 세심히 물어보기도 했다. 아이가 어떻게 걷는지, 어떻게 뒤돌아보는지, 어떻게 웃는지 등을 배우가 시연하면 선생님이 수정하는 방식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닮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다.

나연이의 유치원 선생님은 성심껏 모든 동작을 기억해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다. 인터뷰는 한사코 사양했다. 속으로 내내 울고 계셨던 것 같다. 나연이가 달려와 안기는 모습을 묻고 동작을 맞추는데 “이렇게 와서… 앞에 서서는 돌아서, 뒤로 안겼어요”. 엄마와 아빠에게 달려오다가 안기기 직전에 삭 돌아서 뒤로 안기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아, 나연이가 그랬구나” 하는데, 선생님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 방송을 만드는 모든 제작진과 이를 돕는 사람들이 이토록 한마음이었던 적이 없었다. 이 세상에 있던 한 아이를 기억해 내서 엄마의 기억으로 들어가는 이상한 작업.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한 번만 이야기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최선을 다했다. 다들 감성적이었다고 할까.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잊고 싶지 않고요. 그냥… 뭐라고 하지… 그냥… 제 자식이었던 것이 맞고, 저 아니면 사실 남이 우리 나연이를 기억해줄 일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기억하고 싶은 것 같아요. 잊지 않고 싶은 것 같고.”

어느덧 가을이었다. 모션 캡처는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암막 사이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올 때면 수트를 입은 배우가 감성적으로 보였다. 모션 캡처는 배우의 몸 주요 마디마디마다 부착된 트랙커를 통해 움직임을 데이터화하는 작업이다.

영화 산업에서 모션 캡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기한 배우도 거의 모든 장면을 그린 스튜디오에서 수트를 입은 채 찍었다. 내가 골룸이 되고, 실시간으로 정확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나를 표현하는 아바타에게 일어날 일일 것이다. 간단한 수트를 사서, 유튜브 촬영을 하듯이 화면 앞에서 움직이면 가상공간 안에서 또 다른 나로 사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장비와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작업이다. 우리는 나연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해 수없이 리허설한 뒤 배우가 똑같은 동작을 모사하도록 했다.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포인트를 살려서 아이다운 순간의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