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시·에세이/<스파이더맨의 비애>5

04. 스파이더맨의 비애 아침에 일어나니 작은 아이가 큰아이 방에서 함께 자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물었다. 엄마 : 진아, 자다가 무서운 꿈 꿨니? 그래서 형 방에서 잤어? 진 : 엄마, 어제 진짜 무서웠어. 내가 스파이더맨이 된 거야. 엄마 : 스파이더맨? 진 : 어. 근데 엄청 높은 빌딩에서 형한테 뛰어내리라고 했거든. 내가 잡아 준다고. 엄마 : 그래서? 진 : 형을 놓쳤는데, 죽은 거야. 얼마나 무섭고 놀랐는지 몰라. 자다가 깨서 형 방에 갔잖아. 엄마 : (웃으며) 그래. 괜찮아. 개꿈이네. 두 아이가 학교에 갔다 오더니 학원 갈 준비를 한다. 큰아이가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 : 어. 왜? 형 : 엄마, 진이가 나한테 새 자전거를 준대. 엄마 : 진짜? 형 : 엉. 영원히 가지래. 어제 살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2022. 5. 30.
03. 작심 1일 중간시험을 끝낸 일주일 뒤 작은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 진아, 이번 시험에서 반 이상 맞은 과목은 잘했는데 예고에 가려면 내신 성적이 최소 70점 정도 돼야 해. 진 : ……. 아이는 공부에 취미가 없다. 없어도 너무 없어서 걱정스럽다. 기획사 연습생으로 가겠다는 걸 겨우 말려서 예고 진학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엄마 : 예고 경쟁자가 많은데, 1차에서 성적으로 떨어지면 정말 억울하잖아. 진 : 이번엔 시험 준비 기간이 짧았어. 다음 기말시험 땐 한 달 전에 공부할 거야. 엄마 : 그럼 게임을 줄여야 공부에 집중할 수가 있잖아. 매일 게임 생각만 하다가 뇌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 하루에 게임하는 시간이 너무 많잖아. 진 : 어떡하지……. 아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진 : 엄마, 피파게임을 싹.. 2022. 5. 29.
02. 위로 진이만 보면 남편이 물어본다. “공부도 못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거야?”로 시작해서 “네가 정말 한심하다. 공부를 해보기나 했냐?”는 말로 끝난다. 오늘도 2시간을 실컷 닦달당하고 힘이 없어 보였다. 몇 시간 후.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 진아, 네가 힘들고 외로울 때 엄마가 항상 옆에 있을 거야. 진 : 항상? 엄마 : 응. 진 : 옆에만 있으면 뭐 해? 엄마 : 엄마가 너 대신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왜냐하면, 결국은 네가 헤쳐나갈 길이니까. 진 : ……. 엄마 : 계속 옆에 있어 줄게. 진 : (핸드폰만 보는) ……. 엄마 : 응? 진 : 알았어. 아이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게임을 한다. 나도 빨래를 마저 갠다. 우리 사이에 침묵이 있지만 우린 안.. 2022. 5. 27.
01. 공부 빼고 다 잘하는 아이 두 아들과 남편. 공부를 잘하는 큰아이와 공부를 못하는 작은 아이, ‘공부 못하는 것은 일부러 안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남편, 저녁 식사 시간에 남편이 작은 아이를 놀렸다. 아빠 : 넌 공부도 못하고 이담에 커서 뭐 먹고살 거야? 진 : (고개를 숙이며) ……. 아빠 : 먹는 것만 욕심내지 말고 공부 욕심도 좀 내봐. 진 : (표정이 굳은 채) ……. 아빠 : (실실 웃으며) 자다가도 먹는 거라면 벌떡 일어나잖아. 진 : ……. 계속 밥만 먹는 작은 아이. 아이의 고개가 점점 더 내려가는데 보다 못한 내가 한마디 던진다. 엄마 : (웃으며) 괜찮아. 진이는 공부 빼고 다 잘해. 어이없이 쳐다보던 남편, 날 빤히 보더니 그냥 웃는다. 그날부터 작은 아이는 아빠의 구박에도 씩씩해졌다. 공부 얘기만 나오.. 2022. 5. 26.
00. <스파이더맨의 비애> 연재 예고 남다르게 평범한 여성의 가족과 책과 인생 책을 여는 말 아이들을 키우면서 마주이야기를 썼다. 어디 풀 곳도 없고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아서 엄마인 나를 늘 좌절하게 했다. 육아는 오롯이 혼자만의 몫이었고, 모순투성이 엄마는 항상 흔들리고 약해지고 답답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행복과 기쁨에 1순위를 두었던 것은 지금까지 했던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다. 이제 20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은 최소한 ‘자기 행복에 대해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 덕분에 엄마인 나는 조금 마음을 놓아 본다. 자기 행복을 아는 사람이 남의 행복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따뜻한 사회 일원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즈음은 ‘혼자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혼자 하는 말도 점점 늘겠지,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잘 노는.. 2022. 5. 2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