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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 건축>6

05. 사는(buying) 집이 아니라 사는(living) 집 (마지막 회) 최근 들어 ‘사는(buying) 집이 아니라 사는(living) 집’이어야 한다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집이 부동산시장에 지배받는 경제적인 생존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파트 시세라는 객관적인 지표는 우리 사회에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경제·사회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입지 좋은 곳에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우상이 된 지금, 사람들은 기꺼이 부담스러운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아파트를 구매한다. 매달 감당해야 하는 대출금은 삶을 지속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지만, 결국 삶에서 가장 무거운 경제적인 짐이 된다. 집의 경제적 가치가 우선시되면서 투자 대상이 될 때 집의 본질적인 가치인 셸터, 즉 피난처의 의미는 점점 약해진다. 따라서.. 2022. 11. 3.
04. 서울에서 도시 산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유럽의 도시들보다 근대화를 뒤늦게 시작한 서울에서 도시 산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도심의 거리보다는 자연환경에 더 가까운 도심 내의 강변과 천변이나 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폐철길을 공원화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러나 밀도 높은 대도시에서 건축물이 만드는 인공 환경으로서의 도시 산책 공간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면, 몇몇 유행하는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동안 대규모 단지의 경계 때문에 나타나는 변두리성 문제를 언급하며 도심지에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고, 결국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라는 강경한 표현까지 나온 적도 있다. 다른 면에서 보면 서울은 파리의 6배에 이를 만큼 넓고 수도권까지 포함하면 거대한 생활권인.. 2022. 11. 2.
03.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와 같은 도시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 관점에서 파리와 로마 같은 유럽의 도시를 보면, 속된 말로 조상 덕분에 관광만으로도 먹고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만큼 과거 이 도시를 정비할 때부터 미적인 요소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도시화 과정 자체가 경제개발 논리 속에 매우 급격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미적인 요소까지 강요할 수 없었다. 사실 유럽의 건축법은 로마시대로 올라가고, 당시부터 건축법은 ‘황제가 보기에 좋았다’라는 식의 심미적인 가치가 내포된다. 파리 대개조 사업은 나폴레옹 3세의 실각 후에도 계속되어,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사업이 시작된 지 약 60년 만에 완결된다. 대규모 도시계획이 연속성을 갖고 장기간에 걸쳐 실행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은 근대화 사업이 완료.. 2022. 11. 1.
02. 서울에서 체감되는 사람들 사이의 밀도는 파리보다 낮다. 누군가는 서울에서 체감되는 사람들 사이의 밀도가 파리의 그것보다 낮다는 것을 믿지 못할 수도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사람들 간의 부대낌을 경험하다 보면, 서울의 밀도가 파리보다 낮다는 말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리의 면적은 105.40㎢로 서울 면적의 6분의 1이고 제곱킬로미터당 인구수는 20,641명이다. 서울의 인구밀도가 제곱킬로미터당 15,780명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제곱킬로미터당 5천 명이 더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밀도만으로 한 사회의 사회적 거리를 전부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마다 이런 밀도를 다루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유럽 도시의 거주자들 대부분은 서울에 사는 거주자들보다 더 밀접한 사회적 거리에 익숙한 것으로 보.. 2022. 10. 31.
01. 걷고 싶은 거리 세계적인 문호 괴테는 건축을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생각해 보면 이 표현 속에서 건축은 곧바로 음악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즉 건축=음악이라는 등식이 직접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가 ‘얼어붙은’, 즉 동결이다. 사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일정한 장소에서 정지된 사물을 바라보는 회화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야 느낄 수 있는 예술이다. 멜로디도 리듬도 시간의 흐름을 타고 완성된다. 그래서 음악은 현장성이 중요하며,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는 연주자와 연주를 들으며 현장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하거나 녹음된 음악을 통해 임의로 지연된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음악을 감상하면 시간의 흐름을 타고 바로 직전의 음률은 사라지지만, 그 여운과 함께 바로 이어지는 현재의 음률이 생명을.. 2022. 10. 17.
00. <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 건축> 연재 예고 건축은 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이며 건축가는 공간을 만드는 실천적인 예술가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으며,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존재다. 협력은 서로에 대한 이해이며,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함께 살아야 하고,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은 단순히 건물이나 구조물 따위를 세우거나 쌓아 만드는 데에 머물지 않는다. 공존을 위한 물리적인 환경과 사회적인 환경을 고민하고 제안하며 가시화해야 한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시리즈 중 아홉 번째 《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 건축》은 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으로서 건축의 의미를 생각하고 우리 주거문화를 이야기한다. 1장은 프랑스 파리의 도시 근대화 과정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주거 문..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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