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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청와대 마지막 대통령, 5년의 외교 비하인드>10

09. 한국 외교사의 획을 그은 아프간 탈출기 ‘미라클 작전’ (마지막 회) ‘미라클 작전’은 기적이 아니었다 2021년 8월, 한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이 발생했다. ‘미라클 작전’으로 잘 알려진 아프간 조력자 탈출 작전이다.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들이닥친다. 이미 부패하고 무능했던 아프간 정부는 속절없이 항복해버린다. 4월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선포한 뒤 넉 달 만이었다. 20년에 걸쳐 진행된 아프간 재건 사업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다. 탈레반은 기다렸다는 듯 미국과 서방 정부에 협력한 자국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을 예고했다. ‘우리를 몰아낸 자들을 도왔다’라는 논리다. 우리 정부도 오랜 기간 아프간 재건 사업을 도왔는데 여기에 협력한 아프간인 수백 명도 신변이 위험해진 상황이었다. 정부는 애초 이런 상황을.. 2022. 7. 6.
08. ‘사드’의 ‘사’자도 듣기 싫습니다. ‘사드’ 단어조차 부담스러운 한국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당시에도 찬반 여론이 갈렸지만 배치는 결정됐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드 배치 재검토’를 약속했다. 하지만 외교에는 상대국이 있는 만큼 한번 내려진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문 대통령 임기 초기 ‘사드’는 청와대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였다. 그렇다고 사드 때문에 한중 관계를 손 놓고 바라볼 수만도 없었다. 한국과 중국은 협의 끝에 2017년 10월 31일에 양국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하고 사드 갈등을 일단 접기로 한다. 우리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금지, 한ㆍ미ㆍ일 군사동맹 불가 등 ‘3불不 정책’을 이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합의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 2022. 7. 5.
07. “한국이 지소미아를 건드리다니!” 워싱턴의 분노 동맹의 균형추, 지소미아 미국과 한국은 오랜 동맹관계이고 한국이 타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게 돼 있다. 쉽게 말해 북한이 쳐들어 오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우리 국민을 보호해주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여러 측면에서 우리가 ‘을’인 경우가 많다. 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이다 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의 또 다른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는 좀 다르다. 한국을 대하는 것보다는 좀 더 ‘무게’가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한국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주제는 ‘북한’인 반면, 미국은 북한문제보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똘똘 뭉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 2022. 7. 4.
06. 독도 새우 한 마리는 왜 한미 갈등의 불씨가 되었나? ‘독도 새우’로 시작된 불만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청와대도 정권 교체 이후 미국 대통령을 처음 맞다 보니 정말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옆에서 느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회담 자체는 3번째였다. 사실 국빈방한이라는 게 ‘의제’보다는 ‘의전’이었기에 미국 정상이 와서 뭘 하고, 어디를 가고, 뭘 먹는지가 더 큰 관심사다. 청와대는 국빈만찬 메뉴를 사진 찍어서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정갈하게 세팅된 한식 한상차림에는 송이 돌솥밥, 갈비구이, 조갯국, 잡채 등이 놓여 있었다. 특히 잡채에 올라간 새우는 ‘독도 새우’라며 사진엔 새우 한 마리도 그릇에 담겨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우 갈비구이도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로 요.. 2022. 7. 1.
05. 북한 영변의 과학자들이 폭풍 눈물을 흘린 이유 도대체 영변은 어떤 곳? 외무성도 못 건드리는 과학자들의 성지 지난 몇 년 동안 평양만큼이나 자주 언급된 북한의 지명은 평안북도 ‘영변’일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 첫 단계로 꺼내놓은 ‘영변 핵단지’는 어떤 곳일까. 김소월 시인의 시 〈진달래꽃〉에 나오는 구절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그 영변이 맞다. 영변은 한마디로 북한의 핵심 핵시설이다. 북한은 1960년대 소련의 도움으로 영변에 핵시설을 조성하고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북한이 최초로 건설한 대규모 핵 연구 실험 단지라고 보면 된다. 영변은 분지 지형인 데다 구룡강이 근처에 있어서 시설을 위장하고 물을 끌어 쓰기 좋은 요새 같은 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이렇게만 들으면 사실 크게 와닿지 않는다. .. 2022. 6. 30.
04. ‘하노이 결렬’ 초강수 둔 미국의 진짜 속내 베트남 하노이 거리 곳곳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로 도배가 돼 있었다. 도로마다 화단도 만드느라 분주했다.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역사적 만남이 이뤄지는 것인 만큼 시민들도 기대 반, 설렘 반인 것 같았다. 이번 만남이 두 정상 간 두 번째이긴 하지만 처음과는 또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첫 만남에서야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고 그야말로 ‘신기’했지만 두 번째 만남은 좀 달라야 했다. 미국에게도 북한에게도 ‘성과’가 중요했다. 내 역할도 첫 싱가포르 회담 때와는 달라졌다.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청와대 출입기자로 출연 및 앵커를 담당했지만 하노이 회담에서는 외교안보팀장으로서 사실상 기자들의 업무 총괄을 맡아야 했다. 책임도 좀 더 무거워졌기에 기자들의 기사 아이템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일 수밖.. 2022. 6. 29.
03. 김여정 통해 20분 만에 빌린 ‘백두산 천지행’ 비행기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쏟아져 나왔지만 그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것 같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는 특히 더 그랬다. 차라리 해외 다른 나라에서 진행된 것이라면 서울에 있는 관계자들과 소통이라도 원활했을 텐데, 평양과 서울 간 소통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많은 관계자들이 애를 먹었다. 서울에서 평양의 화면이 전송돼 오기만을 기다리던 기자들도 갑갑하긴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평양에서 2박 3일간 회담과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시키는 건 더 어려웠을 거다. 실제 그랬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 평양에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평양을 다녀온 관계자들에게 뒷이야기를 생생히 들을 수 .. 2022. 6. 28.
02. 카톡으로 알려진 2차 남북 정상회담 2018년 5월 26일. 한가로운 토요일 저녁, 집에서 저녁을 먹고 휴대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 7시 50분경, 청와대 출입기자단 카톡방에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의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 내용은 이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 지역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정상은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개최했다고? ‘한다’가 아니라?’ 다시 읽어봐도 분명 ‘개최했다’였다. 일단 공지 내용을 회사 선배에게 보고 했다. 그날은 당일 근무가 아니어서 회사에 있지도 않았고, 당시 8시 뉴스까지는 1.. 2022. 6. 27.
01. 제가 잘하고 있는 거죠? 도보다리 브로맨스 “ 제가 잘하고 있는 거죠?” 도보다리 브로맨스 핵실험부터 ICBM, 선제타격론 등 수많은 고비와 긴장 끝에 찾아온 2018년은 그야말로 ‘한반도의 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길지 않은 그 기간에 펼쳐졌던 역사적 장면들이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2018년 4월 27일. 경기도 고양시에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는 국내외 3천여 명의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정말 취재 열기가 느껴지는 그야말로 ‘현장’이었다. 남북 정상이 정상회담을 하는 곳은 판문점이었지만 모든 취재진이 판문점에 가 있을 수 없는 만큼 이런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 기자들은 ‘풀’이라는 걸 만든다. 즉, 해당 행사에 기자단 대표로 가서 현장 모습을 기록하고 취재한 뒤 기자단에게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청.. 2022. 6. 24.
00. <청와대 마지막 대통령, 5년의 외교 비하인드> 연재 예고 JTBC 국제외교안보팀 정제윤, 신진 기자가 취재한 생생한 외교의 순간 역사가 기억할 문재인의 외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죄다 틀어졌다고 타박할지도 모르지만,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남·북·미가 함께 일군 일들은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외교의 소용돌이 속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 또한 많다. 지금 기록해두어야 추후 일어날 일을 대비할 수 있다. ‘기록’이 갖는 힘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제윤 정제윤 기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면서,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치렀고, 외교안보팀장을 맡아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까지 취재했다. “우리가 10년 .. 202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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