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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청와대 마지막 대통령, 5년의 외교 비하인드>

06. 독도 새우 한 마리는 왜 한미 갈등의 불씨가 되었나?

by BOOKCAST 2022.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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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새우’로
시작된 불만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청와대도 정권 교체 이후 미국 대통령을 처음 맞다 보니 정말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옆에서 느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회담 자체는 3번째였다. 사실 국빈방한이라는 게 ‘의제’보다는 ‘의전’이었기에 미국 정상이 와서 뭘 하고, 어디를 가고, 뭘 먹는지가 더 큰 관심사다. 청와대는 국빈만찬 메뉴를 사진 찍어서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정갈하게 세팅된 한식 한상차림에는 송이 돌솥밥, 갈비구이, 조갯국, 잡채 등이 놓여 있었다. 특히 잡채에 올라간 새우는 ‘독도 새우’라며 사진엔 새우 한 마리도 그릇에 담겨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우 갈비구이도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로 요리한 거라고 홍보했다. 가자미구이도 포함돼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요리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었다. 소고기는 전북 고창에서, 가자미는 문 대통령의 고향 거제도에서 공수해 왔다. 청와대는 ‘음식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우리의 문화를 전하면서도 첫 국빈을 위한 정성을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준비한 것이 느껴졌다.

이 만찬 메뉴에서 가장 화제가 된 식재료는 바로 ‘독도 새우’였다. 사실 평소 쉽게 접하는 식재료는 아니다. 독도새우는 독도 주변에서만 볼 수 있다는데 살이 단단하고 단맛도 나서 미식가들 사이에서 평이 좋다고 한다. 물론 가격도 꽤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 원가가 한 마리에 1만 5천 원 정도란다. 나도 아직 직접 먹어보진 못해서 그 맛이 궁금할 따름이다.

어쨌든 이 새우 한 마리가 외교적으로 큰 얘깃거리가 됐다. 왜냐하면 이날 만찬에는 독도 새우뿐 아니라 초청 손님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포함돼 ‘일본’을 강조하고 싶었던 청와대의 노력이 뚜렷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실제 2007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하원 공청회에 참석해 고 김금자 할머니와 피해 사례를 증언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그린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이도 하다. 이날 만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할머니에게 다가가 포옹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우리의 의도를 확실히 전달하고자 했던 이 만찬에 대해 일본이 발끈했고 그 때문에 미국의 ‘심기’가 불편했다는 전언이다. 일본 방문을 마치고 바로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 ‘위안부 할머니’와 ‘독도 새우’가 있으니 과거사를 고칠 생각이 없는 일본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을 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공개적으로 청와대 만찬에 문제를 제기했다. 스가 장관은 독도 새우가 포함된 것에 대해 “외국이 다른 나라 요인을 접대하는 것을 비평하지는 않겠지만 왜 그랬는지 의문이 든다”라며 불쾌감을 나타냈고, 위안부 합의 관련해서는 “2015년 12월 한·일 협정에 따라 위안부 문제해결이 양국 간에 확인됐으며 착실한 실시가 중요하다”면서 “외교 루트를 통해 일본의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일본이 발끈하는 건 우리 정부에게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오히려 역사왜곡을 일본이 직시하도록 만찬에서 충격요법을 보여준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국내 여론도 ‘아주 스마트한 만찬 외교’라는 식의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진 셈인데, 일본의 이러한 불만 제기 때문에 미국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렇게 전했다.
“한미 간에 불편한 기류가 생긴 게 독도 새우가 시발점이었대.”

만찬에서야 분위기도 괜찮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성공리에 끝난 건 같았지만, 독도 새우가 상에 올라올 배경을 한국 측이 사전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거다. 정상 방문이 있기까지는 수백 개 넘는 부분을 조율해야 하고 앞서 언급했듯 ‘의제’보다 ‘의전’이 중요한 법인데, 바로 이게 제대로 안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에서는 일본이 발끈하니까 그제야 ‘독도 새우가 뭔데?’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 것 같다. 소식통에 따르면 ‘왜 사전에 독도 새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느냐’라는 미국 측의 불만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0가지를 잘해도 실수 하나가 공들인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하는데, ‘새우 한 마리’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줄은 몰랐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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