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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아들과 함께 그리스문명 산책>6

05. 아프로디테에게 바친 도시 (마지막 회) 도시의 수호신인 아프로디테를 위한 신전은 이 도시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긴 건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내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유적지다. 12세기의 지진으로 폐허가 된 곳에 지금은 높은 기둥이 14개 늘어서 있지만,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떠올릴 만한 그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4세기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아프로디테 신전은 철저히 파괴되고, 5세기 말에는 교회로 전용되고 관련 유적이나 유물은 전부 말살된다. 기독교가 우상숭배라는 차원에서 그리스 신화 속의 유적들도 파괴한 일이다. 신전의 서쪽에는 나르텍스 고대 기독교 교회에서 본당 입구에 짓는 넓은 홀, 동쪽에는 기독교 성화가 그려진 아프시스(교회당 동쪽 끝에 튀어나온 반원형 부분)가 지어졌고, 신전 정원에는 무덤이 만들.. 2022. 2. 12.
04. 신들의 전쟁에서 인간의 역사로 드디어 일찍부터 반드시 오기를 기대했던 트로이에 왔다. 내가 트로이를 꿈꾸며 동경했던 때가 언제부터였을까? 50여 년도 더 되는 옛날에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처음에는 소설로 읽었을 때, 이 이야기가 실제 역사의 현장을 호머가 대서사시로 썼고, 슐리이만에 의해 트로이가 발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언젠가는 꼭 트로이를 내 눈으로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야 트로이를 오게 되었다. 저번에 터키 일대를 여행할 때 트로이를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기에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트로이를 가자고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이 일정을 짜 보고는 좀 어렵다고 했지만 내가 강권하여 트로이를 보는 여정으로 바꾸었다. 여기에는 아들도 트로이가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파도키아에서 버스로 약 5시간을 걸려서 앙.. 2022. 2. 11.
03.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올림피아의 발굴이 모범적인 것은 이곳에서 발굴되어 수습된 유물은 모두 그리스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조건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의 베를린박물관이나 영국이나 프랑스의 박물관이 아니라 올림피아의 박물관에서 올림피아의 유물을 볼 수 있다. 1928∼43년과 최근에도 발굴이 계속된 결과 스타디움도 발굴되고, B.C. 457년의 금상아제(金象牙製) 제우스상을 만든 조각가 페이디아스의 작업장 및 사용한 도구 등도 출토되었다. 198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기차를 타고 올림피아 역에 도착하니 내리는 사람이라고는 나와 아들뿐이다.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오랜 여행의 경험으로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하여 조그만 우산을 가지고 다녔기에 우산을 펴고 올림피아 거리를 걸어가서 먼저.. 2022. 2. 10.
02. 세상의 중심 델포이 아테네에 머물면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성한 땅으로 여기는 델피 델포이를 다녀왔다. 어느 날, 제우스는 독수리 혹은 비둘기 두 마리를 날려 세상의 중심을 찾았다. 서로 반대편으로 날려 보낸 독수리가 만나는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정하고 그곳에 원추형 돌 옴팔로스 을 땅속에 묻었는데 그곳이 바로 델포이로 현재는 델피로 불린다. 델피(Delphi)는 그리스 중부지방의 고대도시로 그리스 제2의 고봉 파르나소스 남쪽 산허리, 파이드리아데스 암벽을 배경으로 멀리 코린토스만의 바다를 바라보는 절경에 있는 아폴론의 성지로 옛날에는 여신 가이아(Gaia, 대지)를 모셨으며, 지금도 그 성스러운 사적이 남아 있다. B.C. 6세기 무렵 아폴론의 신탁을 들을 수 있는 델피신전(sanctuary of Delphi)은 그리스뿐만.. 2022. 2. 9.
01. 고대 그리스의 심장 파르테논신전에 올라가기 전에 옆으로 잠시 발길을 돌려 간 곳은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이다. 이 음악당은 아티쿠스가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내를 추모하며 세운 극장인데 6,000석 규모의 실내 극장이었다 한다. 지금도 객석과 무대를 복원해 야외 원형극장으로 재탄생시켜 아테네 페스티벌 기간에는 각종 연극과 음악을 연주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객석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는 아주 호화로운 극장이라고 한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디오니소스극장이 보인다. 오늘날 서양연극의 탄생지로 불리는 디오니소스 극장은 유적으로만 남아 아크로폴리스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기원전 6세기 때 지어진 고대 아테네의 극장으로서 드라마 예술의 근원지였으며, 소실되었다가 로마시대에 이르러 예술가이자 집정관인.. 2022. 2. 8.
00. <아들과 함께 그리스문명 산책> 연재 예고 그리스문명의 자취를 찾아 떠난 길고도 짧은 기록! "나의 여행은 항상 걷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의 기억은 강렬하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설렘,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 상상했던 여행지를 마주했을 때의 흥분. 평소에는 맛보지 못하는 그러한 감정들이 우리를 공항으로, 먼 나라로, 오래된 유적지나 유명 관광지로 이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에는 어떨까? 설렘과 흥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고, 나중에는 카메라에 담긴 사진 몇 장으로 당시의 감정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자신의 여행을 글로 쓰기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리스문명을 동경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그리스에서 터키까지 고대 문명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계획한다. 저.. 202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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