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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아들과 함께 그리스문명 산책>

02. 세상의 중심 델포이

by BOOKCAST 2022.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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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 머물면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성한 땅으로 여기는 델피 델포이를 다녀왔다.
 
어느 날, 제우스는 독수리 혹은 비둘기 두 마리를 날려 세상의 중심을 찾았다. 서로 반대편으로 날려 보낸 독수리가 만나는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정하고 그곳에 원추형 돌 옴팔로스 을 땅속에 묻었는데 그곳이 바로 델포이로 현재는 델피로 불린다. 델피(Delphi)는 그리스 중부지방의 고대도시로 그리스 제2의 고봉 파르나소스 남쪽 산허리, 파이드리아데스 암벽을 배경으로 멀리 코린토스만의 바다를 바라보는 절경에 있는 아폴론의 성지로 옛날에는 여신 가이아(Gaia, 대지)를 모셨으며, 지금도 그 성스러운 사적이 남아 있다.
 
B.C. 6세기 무렵 아폴론의 신탁을 들을 수 있는 델피신전(sanctuary of Delphi)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그 주변 국가들에게도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졌던 곳이다. 그들은 신탁을 얻기 위해서 이곳을 방문하였고 신탁을 얻기 위한 제물을 바치기 위해 그들의 보물창고를 이곳에 건립하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델포이를 이름하여 세상의 배꼽(navel of the world)’이라 부르고 아폴론신전 가운데 옴팔로스(omphalos)라는 돌을 묻었다.

델피의 신탁 - 아폴론 신전
 

아테네에서 하루에 다녀오기는 좀 먼 거리라 일찍 서둘러 호텔을 나왔다. 델피로 가는 시외버스터미널을 찾기가 좀 어려워 택시를 타려니 아들 녀석이 우버 택시를 타자고 한다. 자기가 유럽에서 많이 이용하여 안다고 해서 우버 택시를 호출하여 이용하니 참 편리하다. 요금도 인터넷으로 결제되어 바가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리오시온 버스터미널에서 델피행 버스를 타고 약 3시간 정도를 가니 버스터미널도 없이 길가에 간이정류소만 있는 조그마한 시골 동네에 내려 준다. 작은 마을이지만 여기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가장 신성한 땅으로 생각되는 곳으로, 그들에게는 하늘과 지하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온 세계의 중심이라 여겼던 신성한 장소이다. 아침 일찍 아테네를 떠났기에 먼저 가볍게 아침을 먹으려고 카페에 들어갔는데 카페에서 보는 경치가 두 눈을 황홀하게 하였다. 협곡 위에 카페가 줄지어 서 있는데 어느 곳을 들어가도 깊은 계곡과 저 멀리에는 코린토스만의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었다. 참 좋은 장소라고 생각하며, 과연 신탁을 받을 수 있는 장소라고 느꼈다.
 
사방으로 눈을 돌리면 저 멀리에 고대의 수많은 유적이 즐비하게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그 시대에 이와 같이 거대한 건축물을 건립할 수 있었을까? 하고 의문에 잠기기도 했다. 매번 생각하지만 그 시대에 이렇게 험준한 곳에 거대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예들이나 평민들이 지배층에게 착취를 당했을까? 아니면 자신들이 모시는 신들의 신전을 짓는 일에 기꺼이 참여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게 된다.

멀리 보이는 코린토스만
 

버스정류소에서 가까운 유적지는 델피 성역 아폴론신전 지구 이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아테네프로나이아 성역에서 거슬러 올라오기로 하고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미세 먼지에 찌든 한국의 하늘을 보다가 만난 먼지 하나 없이 파랗게 보이는 맑은 12월의 그리스 하늘이 나의 가슴을 더 맑게 만들었다. 핀란드에서 계속 우중충한 하늘만 보다가 티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그리스 여행에서 우리가 즐긴 것이 여러 유적지나 박물관을 제외하고도 많은 것 가운데 하나가 맑고 푸른 하늘이었다. 기온이 제법 높아서 조금 걸으니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햇살이 따가웠다. 한적한 도로에는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아 천천히 경치를 구경하면서 걸어가니 여러 나라의 국기를 게양한 것이 보이는데 우리 태극기도 게양되어 있었다.
 
 20분을 걸어가니 아테네 사람들이 세운 아테네여신의 신전과 성역인 아테네프로나이아 성역(Sanctuary of Athena Pronaia)’이 나타난다. ‘프로나이아란 신전 앞이라는 의미로 아폴론신전에 가기 전에 아테네신전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도 버스로 아테네에서 3시간여가 걸리는 거리인데 고대에 이곳에 아테네의 주신인 아테네신전이 있다는 것은, 도시국가 아테네가 아주 강력했음을 나타내는 징표로 여겨진다.
 

아테네프로나이아 성역 전경
 

이 신전 앞의 톨로스는 너무나 유명해 관광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원형건물이다. 원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남아 있는 세 개의 기둥만으로도 그 위용을 자랑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와 아마조네스의 전투장면을 묘사한 메토프 도리아 건축 양식의 프리즈에서 두 개의 트리글리프 사이에 위치한 사각형의 패널 는 델피고 고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톨로스가 너무 유명하고 신전은 폐허가 되어 돌무더기만 남아 있어 사람들은 이 톨로스를 신전인 양 착각하기도 한다.
 

톨로스
 

톨로스 왼쪽 위에 있는 유적은 보물창고로 고대 도시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신에게 봉헌했던 보물들을 보관하는 창고이다. 어느 국가에서 만들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두 개 중 서쪽의 것은 지금의 프랑스 마르세유의 교역항으로 번창했던 도시국가였던 마실리아의 보물창고이다. 이것으로 보아 그 당시에 얼마나 델피가 신탁으로 유명한 고장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소아시아, 심지어 이집트까지 신탁의 유명함이 널리 퍼져 신탁을 받기 위해 델피에 머무르는 기간이 심지어 1년을 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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