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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11

10. 석기시대의 돌침대는 어땠을까? (마지막 회) 7만 7,000년 전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KwaZuluNatal)주가 있는 지역에서 살던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사암 절벽에 파인 시 부두(Sibudu)동굴에서 기거했다. 이들은 고도로 발달한 두뇌의 소유자로서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을 터전으로 삼은 다음에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으로 내몰고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이들의 혁신적인 발명품 가운데는 물건을 접착하는 데 필요한 풀과 바느질용 바늘이 있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침대보를 똑바로 펴는 정도로 침구를 정돈하지만, 초기 호모 사피엔스는 침대를 만들기 위해 나뭇잎과 골풀을 모아 일일이 손으로 꿰맸을 가능성이 크다. 고고학자들은 동굴 안에서 1인치(약 2.54센티미터) 두께의 식물성 매트리스와 그 안에 있던 석제 도구, 불에 그슬린 뼈, 동.. 2022. 8. 21.
09. 황금빛 미소를 위한 치과 시술 우리는 실수로 유리문에 부딪힌다거나 해서 치아가 빠지면 치과의사를 찾아가 의치를 박아달라고 한다. 기원전 700년경 역사상 최초로 의치라는 묘안을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긴 사람은 (이탈리아 북부의 농경인인) 에트루리아인이었다. 이들은 이가 빠진 곳에 의치를 박거나 흔들리는 치아를 고정하는 기법을 고안했다. 인접한 건치에 상태가 좋지 못한 치아를 고정하기 위해 납작하게 편 금박이 교정용 브라켓(교정 시 치아 표면에 부착하는 물체)을 사용했는데, 브라켓은 럭비에서 나 같은 약골을 맨 앞줄에 붙들어 맬 때 쓰는 밧줄 같은 역할을 한다. 에트루리아인은 치아가 빠지고 없으면 황소의 이빨을 뽑아 가운데를 송곳으로 뚫고 금속 브라켓에 고정한 다음에 빈 공간에 딱 맞게 박아 넣었다. 금속성 미소하면 007 제임스 본드.. 2022. 8. 20.
08. 연금술과 '생명의 물' 알코올은 안티몬 황화물로 만드는 검은색 화장용 가루라는 뜻의 아랍어 알콜(al-kohl)에서 유래했다. 술의 원료는 중금속이 아니고, 이슬람교 신도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어째서 그러한 단어가 술을 의미하게 되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욱이 ‘알코올’은 18세기 이전만 해도 기분 전환용 음료를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알코올은 어쩌다 술을 나타내게 된 것일까? 모든 일은 일단 연금술이라는 매혹적이고 신기한 분야에서 비롯되었다. 연금술은 한층 고차원적인 지식과 마술적인 힘을 얻기 위해 과학, 종교, 철학을 혼합한 중세의 지식 운동이다. 연금술사는 대부분 영원한 젊음의 묘약이나 철학자의 돌을 얻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므로 의심할 여지 없이 높은 지성을 갖춘 사람이었지만, 현대인의 눈으.. 2022. 8. 19.
07. 식전에 치르는 의식 식탁에 앉은 모든 사람에게 전채를 내고 나서 우리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넘치는 음식물을 받은 데 대해 감사의 말을 하기 전까지는 빵부스러기 하나도 입에 넣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대부분 (전통적으로 영국인은 그렇지 않지만) 식사를 하기 직전에 전지전능한 신에게 짧고 간단한 감사 기도를 올린다. 힌두교 신자도 비슷한 식전 기도를 올리는 반면에 유대인은 식사를 하고 나서 비르카트 하마존(Birkat Hamazon)이라는 기도를 드린다. 이슬람교 신자는 식전 기도문인 비스밀라(Bismillah: 신의 이름으로)와 식후 기도문인 알함둘릴라(Alhamdulillah: 신에게 찬양을)라는 이중 장치로 만전을 기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중세 이슬람교 신자.. 2022. 8. 18.
06. 거품이 이는 '악마의 술' 샴페인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를 한 가지 소개한다. 1693년 8월 4일 베네딕도 수도회의 나이 지긋한 수사 돔 피에르 페리뇽(Dom Pierre Perignon)이 오빌리에(Hautvilliers) 수도원의 양조장에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페리뇽은 들뜬 목소리로 동료 수사들에게 양조장으로 오라고 외쳤다. “빨리 와보게!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네!” 페리뇽이 흥분한 것도 당연하다. 몇 년 동안 시행착오를 되풀이한 끝에 드디어 거품이 이는 술의 양조 비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흥미로운 일화는 실화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페리뇽이라는 수사가 거품 이는 백포도주를 발명했다는 생각은 19세기에 날조된 마케팅 신화라고 한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술인 삼페인은 우연한.. 2022. 8. 17.
05. 혁명가들의 바지 19세기 초반까지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가 지배적이었다. 그렇다면 긴 바지는 어떻게 해서 20세기 들어 다시 서구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을까? 1789년 프랑스혁명의 주동자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긴 바지를 입기 시작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화려한 줄무늬가 들어가고 발목까지 오는 바지를 입었던 이들은 ‘상퀼로트 (sans-culottes: 반바지를 입지 않는 사람들)’로 불렸다. 놀랍게도 줄무늬는 역사를 통틀어 부정적인 함의를 띠었다. 구약성서 의 “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지 말지며( 19장 19절)”라는 구절 때문인지 중세에는 줄무늬가 금기시되었다. 결과적으로 줄무늬 옷은 나병 환자, 사생아, 사형 집행인 등 소외계층만이 입었다. 20세기에 들어서까지 서구 각국이 재소자에게 줄무늬 죄수복을 입혔던 것도 우연의 .. 2022. 8. 16.
04. 어떻게 늑대가 개로 변신했을까? 석기시대에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거대 육상동물 가운데 85퍼센트 정도가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거대 나무늘보, 거대 웜뱃(wombat), 거대 캥거루, 그리고 매머드급 매머드가 사라졌다. 그런데 심장이 뛰는 존재라면 닥치는 대로 죽여 없앴던 석기시대 선조가 일부 동물을 살려주고 반려동물로 삼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인류의 가장 오랜 친구인 개가 사냥꾼과 파수꾼이라는 두가지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벨기에의 고예(Goyet) 동굴에서 발견된 동물 뼈는 과학적 측정을 통해 3만 1,7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데, DNA 분석을 통해 의도적인 번식 계획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늑대 뼈는 아니었으니 뼈의 주인은 가장 초기 버전의 개였음이 분명하다. 우리가 운동화를 신고 뒤편 베란.. 2022. 8. 15.
03. 비누 전쟁 머리를 감으면서 가사에 혼이 실린 ‘난 괜찮아(I’ll Survive)’를 열창한 다음에는 과일향이 나는 몸 전용 세척제를 피부에 바르고 물로 씻어 때를 없앤다. 그러고는 구아바 농축 에센스로 마무리한다. 이것은 대충 보더라도 현대인의 목욕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청동기 이후로 대부분의 사람이 사용한 세척제는 약초나 재와 동물 지방으로 만든 비누가 고작이었다. 실제로 고대 지중해 문화권에서는 ‘비누’란 단어가 켈트인이 머리 염색에 썼던 약초와 동의어였다. 로마인과 그리스인은 태운 재나 동물 지방 대신 기름을 바르고 잠시 후에 긁어내어 때를 제거했다. 올리브유로 만든 단단한 비누는 중세 이슬람 문화권의 발명품이며, 무어인이 지배하던 스페인 카스티야(Castilla)를 통해 유럽의 다른 국가로 전파되.. 2022. 8. 14.
02. 감자는 악마의 음식이었다? 경비병들이 무기를 손에 쥔 채 밭 가장자리에 버티고 선 가운데 현지 농부들이 경비병들 너머에 있는 밭을 유심히 살피며 대체 얼마만큼 귀하고 값비싼 작물이 흙을 뚫고 싹을 틔웠는지 감을 잡으려고 애쓴다. 호기심이 불붙은 농부들은 참을성 있게 땅거미가 지기만을 기다리다가 밤이 되어 경비병들이 병영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고 환호한다. 보초를 서는 사람들이 사라지자 농부들이 막무가내로 밭으로 달려가더니 달빛을 받으며 작물을 파내고는 살그머니 그 작물을 자기 밭으로 옮겨 심는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귀족 식품은 자기들이 처음으로 맛보게 될 터였다. 한 편의 연극 같은 절도 행위를 전해 들은 밭 주인은 흡족한 미소를 띤다. 그의 교활한 계획이 멋지게 성공한 것이다. 냉동 해시 브라운스(hash browns.. 2022. 8. 13.
01. 로마시대 엽기적인 공중변소 로마의 공중변소인 포리카(forica)에서는 남녀가 내외도 하지 않고 긴 벤치에 앉아 점잖게 잡담을 하면서 대변을 보았다. 그 아래로는 하수도가 흐르고 있었다. 영국인답게 지하철에서 시선이 마주치는 것조차 못 견뎌 하는 나로서는 생각만으로도 괴롭고 소름 끼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로마인은 분명 거리낌이 없었다. 수도 로마에만 엉덩이를 나란히 하고 앉는 공중변소가 144개에 이르렀으며, 로마제국의 다른 지역에도 수없이 많은 공중변소가 생겨났다. 현재 시리아의 영토인 아파메아(Apamea)에는 한 번에 약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변소가 있었다. 그러나 공중변소 대부분은 정원이 12명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포리카 한 귀퉁이에는 세면기와 부드럽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가 설치되었으며, 바닥 가장자리를.. 2022. 8. 12.
00.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연재 예고 하루 일과로 보는 100만 년 시간 여행 역사의 앞뒤를 가리지 않고 샅샅이 뒤져 밝혀낸 기막히게 흥미롭고 때로는 어리석은 일상! 역사 속의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영국의 역사평론가 그레그 제너의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100만 년 동안 형성된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 가운데 우리가 늘 궁금하게 생각했던 일이나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캐내어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시간은 수백만 년 동안 그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멈춤 없이 흐르고 우리는 초, 분, 시간, 일, 주, 월, 년 등 표준화된 단위로 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지만, 이것은 혼돈을 피하고자 인간이 수세기에 걸쳐 사용해온 약속이자 관례일 뿐이다. 1793년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프랑스를 장악..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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