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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그림에 끌리다>11

10. 색의 의미, Green (마지막 회) 노란색과 파란색을 혼합하면 녹색이 된다. 중용의 색으로 조용하고 평온하게 보이는 녹색의 배후에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부드러움과 엄격함을 가진 두 색이 혼합된 녹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드러움을 가지면서도 절제된 행동으로 자신에게 엄격한 성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녹색은 편안함, 자연, 순수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녹색은 자연을 바라보듯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감정의 안식을 허락하는 색으로 위로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몬드리안의 그림에는 초록이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선물 받은 튤립의 초록색 잎을 흰색으로 칠하는 파격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그는 자연을 닮은 색인 초록색을 싫어했다. 초록은 자연을 환기하는 색으로 생각했고 그가 탈피하고자 했던 변덕스럽고 무질서한 자연의 외형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 2020. 6. 18.
09. 마르셀 뒤샹-이것이 예술인가? 뒤샹의 초기 작품으로 카메라 기술의 발달로 동시적인 촬영을 이용한 작품이다. 속도감과 운동감을 회화로 표현한 그의 그림에 대해 입체파 화가들은 정숙하지 못한 우스꽝스러운 그림이라고 혹평했다. “예술가란 말은 화가가 개성적인 존재가 되면서 생겨났다. 회화는 끝났다. 누가 이 프로펠러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 마르셀 뒤샹 뒤샹은 현대사회에 팽배한 상업주의와 회화의 상품화에 대한 반발로 회화를 버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병을 말리는 기구를 사서 〈병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며, “색을 칠하거나 구성을 할 수도 있지만 단지 선택만 할 수도 있다.”는 궤변을 펼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선택한 작품에 레디메이드라는 용어를 붙였다. 1917년 4월 10일, 파리의 〈앙데팡당〉 전시를 모델로 한 독립.. 2020. 6. 18.
08. 고다이바-전설이 된, 숭고한 나체 시위 코번트리 마을의 영주였던 레오프릭 백작의 부인이 레이디 고다이바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과중한 세금 정책에 대해 언급하며 소작농들에게 받는 세금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레오프릭 백작은 고다이바의 간청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숭고한 마음을 비웃으며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제안을 했다. 그녀가 하지 않을, 아니할 수 없을 거라 확신하는 제안이었다. “당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돈다면 당신이 그토록 호소하는 세금 감면에 대해 고려해보겠소.” “뭐라고요? 벗은 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라고요? 그래요. 그렇게 하겠어요.” 레오프릭 백작이 자신의 아내 고다이바가 절대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던진 말이었다. 당시 11세기의 지극히 보수적인 영국.. 2020. 6. 17.
07. 젠틸레스키-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젠틸레스키는 ‘유디트’를 작품에 등장시켰는데, 이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다. 특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그림은 젠틸레스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인간과 사회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여자 화가가 여성의 모습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거나 옳은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재판 이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억압되고 억눌려 있던 분노를 회화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차용해 아고스티노를 벌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으로, 그녀는 적국의 진영에 잠입해 아시리아의 장군인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고 목을 잘라 살해해서 마을을 구한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 2020. 6. 17.
06. 고갱-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은 고갱의 그림 속에서만 존재했다. 현실은 냉혹했으며 처절한 외로움 그 자체였다. 고갱은 타히티에서 그린이 작품 등으로 개인전을 열었지만 예상과 달리 결과는 참담했다. 그림이 싼값에 팔리거나 팔리지 않았다. 그는 엄청난 좌절감을 느끼고 자살을 생각하다 죽기 전에 마지막 유작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때 그린 작품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이다. 그는 친구 몽프레에게 쓴 편지에서 이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오른쪽 아래에는 잠든 아기와 쪼그려 앉은 세 여인이 있다. 주홍색 옷을 입은 두 인물은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의도적.. 2020. 6. 17.
05. 색의 의미, Black 서양에서는 죽음과 슬픔을 상징하는 색으로 빛을 거부하는 색이다. 자신의 내부의 빛을 거부하면서 타인과의 의견에 동요하지 않는다. 사회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검정색 옷을 즐겨 입는다. 그래서 검정색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출 수 있어 신비로운 색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스페인의 작고 평화로웠던 게르니카 마을에 4시간 동안 50톤의 폭탄이 떨어지고 영문도 모른 체 죽어간 사람들을 그린 〈게르니카〉 그림이다. 나치의 무기테스트를 이유로 시작된 폭격은 게르니카 인구 7천여 명 중 약 6천여 명이 사망하고 가옥 80% 이상 폭격 당하는 대학살의 결과를 냈다. 피카소는 정치적 비판과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게르니카〉를 그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렸고 많은 사람들은 그날을 기억한다. 〈게르니카〉에 나타난 검정색은 .. 2020. 6. 17.
04. 마네-캔버스 속의 여인 마네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는 누구나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그의 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이 바로 ‘빅토린 뫼랑’이다. 그녀와의 만남은 지금으로 치면 길거리 캐스팅과도 같다. 마네는 기타를 들고 있는 빅토린에게 반해 자신의 그림 모델이 되어주길 요청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마네가 언제나 “나에게는 빅토린이 있어.”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녀가 그의 작품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그녀는 마네의 그림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 빅토린은 16살 때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다. 기능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노래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마네의 절대적인 모델이었던 빅토린 뫼랑은 1860년대 돌연 프랑스를 떠나.. 2020. 6. 17.
03. 요하네스 베르메르-실존했던 인물이었을까? 책 표지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몸을 드러내지 않고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반쯤 벌린 입술 사이로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말을 하려 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비평가들은 베르메르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내게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살짝 벌린 입술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 그림에 어떤 대단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거라며 괜한 기대를 해본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의 주인공인 소녀 모델에 대해 궁금해한다. 소설에서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하녀로 등장한다. 실제로도 소설과 같이 모델이 하녀였다는 설과 첫째 딸 ‘마리아’라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베 메르가 이 그림을 그릴 당시 그의 딸은 11세였고, 그 이후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모습에서도.. 2020. 6. 16.
02. 샤갈-사랑하는 여인을 위하여 “나는 태양이 밤에도 빛날 수 있다면 색채에 물들어 잠을 자겠네.” ‐ 샤갈의 시 중에서 그의 그림에서 노랑은 희망, 파랑은 평화를 상징한다. 빨강은 초기 작품에 많이 등장한다. 그는 톤이 밝은 노랑, 파랑, 빨강 색조의 그림을 그 렸다. 행복했던 상상 속의 찰나를 그렸던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의 힘이다. 오늘은 당신의 생일입니다. 움직이지 말고 거기 그냥 있어요. 나는 아직 꽃을 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손 밑에서 흔들리는 캔버스로 몸을 돌립니다. 당신의 붓으로 물감을 찍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 검은색이 튀어나옵니다. 당신은 나를 색채의 물결 속으로 인도합니다. 갑자기 당신은 나를 땅에서 끌어올리고 당신 자신도 뛰어오릅니다. 마치 이 작은 방이 너무나 좁다는 듯이.. 2020. 6. 16.
01. 모딜리아니-사랑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완성 모딜리아니의 초상화는 목과 얼굴이 기다랗다는 특징이 있다. 자신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직감하고 있었던 그는 말년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과 얼굴이 길어진 초상화를 무수히 그렸다. 그 모델의 주인공은 바로 아내 잔느 에뷔테른(1898~1920)이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그녀도 그림을 사랑하는 화가였다. 모딜리아니와 잔느 에뷔테른은 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나 숙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유대인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잔느의 부모는 14살 연상의 유대인 무명 화가에 병약했고 알코올중독자인 모딜리아니를 탐탁지 않아 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연인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때 잔느 에뷔테른이 19세였고 모딜리아니는 33세였다. 운명은 그 두 사람의 사랑을 잠.. 2020. 6. 16.
00. <그림에 끌리다> 연재 예고 모든 순간이 그림이 되는 삶에 대해 우리가 만날 그림은 어떤 계절일까…. 마음이 기억하는 그림에는 분위기가 있다. 그림은 모든 순간에 함께 있다. 굳이 미술관에 들르지 않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명화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무수히 접했던 많은 그림 중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눈에 밟혔던 그림이 있을 것이다. 그림 속의 모델에게 강렬한 끌림이나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기도 한다. 모딜리아니의 영원한 모델, 잔느의 긴 목과 텅 빈 눈에서 슬픔을 느낀다. 샤갈이 사랑하고 추억했던 날아다니는 벨라에게서 사랑의 설렘을 느낀다. 존 밀레이가 그린 눈먼 소녀의 평온한 미소에서 현실이 힘들 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희망을 느낀다. 존 클리어의 가냘픈 선으로 묘사된 고다이바의 누드화에서 애처로움을 넘어선 숭.. 2020.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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