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에세이/<그림에 끌리다>

07. 젠틸레스키-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by BOOKCAST 2020. 6. 17.
반응형

 


 

젠틸레스키는 유디트를 작품에 등장시켰는데, 이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다. 특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그림은 젠틸레스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인간과 사회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여자 화가가 여성의 모습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거나 옳은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재판 이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억압되고 억눌려 있던 분노를 회화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차용해 아고스티노를 벌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으로, 그녀는 적국의 진영에 잠입해 아시리아의 장군인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고 목을 잘라 살해해서 마을을 구한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이 이야기는 많은 화가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였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1614~1620년, 158.8×125.5㎝, 캔버스에 유채, 우피치 미술관 소장

 


그녀는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에 자신을 강간했던 아고스티노의 얼굴로 그려 넣고 유디트의 얼굴 대신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홀로페르네스에 대한 유디트의 응징 과정은 자신을 추행했던 타인에 대한 복수였다. 젠틸레스키처럼 그림 속 유디트는 용감한 영웅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물의 목을 자르듯 냉정함을 유지하며 자행한다. 젠틸레스키가 행하고 있는 일에 열중하는 모습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젠틸레스키의 그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배경을 알고 나니, 그녀의 처연한 복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고스티노는 살아생전 죄에 대한 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그림 속 모습처럼 고통스럽게 응징당하고 있다. 그녀는 시대로부터 외면당했던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불합리한 사회적 인식에 통탄했다. 또한 단순한 모방으로 그치지 않고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그녀만의 독창적인 화풍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