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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그림에 끌리다>

04. 마네-캔버스 속의 여인

by BOOKCAST 2020.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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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 〈숙녀와 앵무새〉 1866년, 185.1×128.6㎝, 캔버스에 유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마네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는 누구나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그의 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이 바로 ‘빅토린 뫼랑’이다. 그녀와의 만남은 지금으로 치면 길거리 캐스팅과도 같다. 마네는 기타를 들고 있는 빅토린에게 반해 자신의 그림 모델이 되어주길 요청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마네가 언제나 “나에게는 빅토린이 있어.”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녀가 그의 작품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그녀는 마네의 그림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 빅토린은 16살 때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다. 기능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노래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마네의 절대적인 모델이었던 빅토린 뫼랑은 1860년대 돌연 프랑스를 떠나 미국으로 가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1870년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살롱전에 자화상 작품을 출품해 입선하기도 했다. 음악과 미술에 재능이 많았던 그녀는 훗날 마네와 같이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에두아르 마네 〈피리 부는 소년〉 1866년, 160×97.2㎝, 캔버스에 유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피리 부는 소년〉의 초상화이다. 소년은 모호한 시선을 던지며 피리를 불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림에는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다. 소년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 속의 모델은 소년이 아니라 빅토린 뫼랑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림만 봐서는 소년이 빅토린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 그림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배경 없이 평면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그려왔던 초상화와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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