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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6

05. 글을 팝니다. (마지막 회) 회의를 위해 출판사에 가는 날이었다. 출판사 앞에 도착했는데 선뜻 들어가는 게 내키지 않았다. 회의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기도 했지만, 현재 내 모습이 어딘지 불편했다. ‘나, 왜 여기 이러고 있는 걸까?’ 무거운 마음이 내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작가와 기획자로서 경험이 쌓이면서 일면식도 없던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늘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했다고 해서 일이 바로 성사되는 건 아니다. 회의과정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나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면 결론적으로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 출판사 입구에 선 나는 ‘나’를 팔아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다. 작가는 자영업자이면서 프리랜서다. 자영업자처럼 자신의 글쓰기를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해야 한다. 원활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어.. 2022. 3. 24.
04. 넘어질 기회 아들은 1월생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1월생, 2월생인 일곱 살짜리가 입학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몇 년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입학을 결정했다. 다만 아이가 또래보다 어리니 세심히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몇 개월만 늦게 태어나도 앞서 태어난 아이와 성장 정도 차가 크고, 그만큼 손이 가는 일이 많다. 또래보다 아직 어린아이가 학교를 다니게 되었으니 집에 있을 때보다 신경 써야 할 일이 훨씬 많았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어떤 일이건 척척 도와주는 엄마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스케이트 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난 스케이트를 잘 타지 못한다. 걱정이 많은 성격 그대로 어릴 때부터 스케.. 2022. 3. 23.
03. 무서운 사람 열심히 잡지 기획안을 만들어 출판사로 향했다. 미팅에 가기 전 내 기분은 떨리면서도 마치 전장에 나서는 장수처럼 비장했다. 내 기획안을 출판사 편집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다. 총포가 날아오듯 공격이 들어와 너덜너덜해지면 그간의 노력은 수포가 되어 난 기획안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 무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왜 그런 기획을 짰는지, 왜 그런 내용과 형식이 필요한지 설명할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막상 회의 현장에서는 주장을 강하게 펼칠 수 없었다. 내가 초짜인 게 티가 날까 걱정이 되었다. 나 자신도 우려하고 있는 초짜 작가라는 불안 요소를 상대에게 인지시켜 득이 될 건 하나도 없었다. 한편 내가 출판사로부터 외주 일을 맡은 기획자 ‘을’이었다.. 2022. 3. 22.
02. 쏟아진 한 끼, 쏟아진 눈물 아기와의 시간은 행복하면서도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갓난아기는 삼시 세끼만 먹는 게 아니다. 서너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여야 하고, 수시로 기저귀도 살펴 갈아줘야 한다. 그러니 엄마인 내가 밤잠을 이어서 잔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 하루하루가 쪽잠이고 선잠이다. 게다가 집안일은 얼마나 서툰지 하루 24시간이 서툰 일과의 사투였다. 저녁은 퇴근한 남편이랑 먹느라 어떻게 준비한다고 해도, 나머지 시간에 나를 위한 식사를 따로 준비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뱃속이 이런 사정을 헤아려줄 리 없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강하게 온다. 그런 날이 반복되던 어느 날이었다. 내게도 밥을 줘야 하는데 집에 마땅히 먹을 것이 없었다. 나는 컵라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기가 자는 틈에 .. 2022. 3. 21.
01. 연봉 200입니다만 지나고 나면 부끄러운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부끄러운 사건들이 여러 상황에서 생겨났다. 우선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글쓰기는 턱없는 글쓰기 실력 탓에 제대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임신과 출산이 이어지면서 점점 더 글을 쓰기 힘들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사람들은 알 거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입덧과 자도 자도 밀려오는 졸음, 나중에는 잠을 제대로 자기 힘든 괴로움을. 아기의 탄생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이었지만 퇴원 후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전쟁 같은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힘들어서 직장은 그만두었지만 글쓰기는 이어가고 싶었다. 성실하게 글을 쓰겠다는 다짐도 여전히 유효했다. 아쉬운 것은 마음속 다짐과 달리 결과가 너무 미미하다는.. 2022. 3. 18.
00.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연재 예고 꼬꾸라져도 그 순간 나를 잡아주는 것이 있다면 “어른이 되면 나아질 거야.”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어른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 어른이지만, 여전히 성장 중인 우리에게 작가는 ‘나 또한 그러하다’고 자신의 지난 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가정과 사회에서 온전히 한 사람 몫을 하며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기도 하고,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한다. 가족처럼 너무 가깝거나 잘 알아서 그러고, 때론 너무 뭘 몰라서 그런다. 상황과 상대를 원망하고,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다 ‘어른이 되면 나아질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자신을 다독여본다. 하지만 쉽사리 어른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이며, 어른은 완벽..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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