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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청와대 마지막 대통령, 5년의 외교 비하인드>

05. 북한 영변의 과학자들이 폭풍 눈물을 흘린 이유

by BOOKCAST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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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영변은 어떤 곳?

외무성도 못 건드리는 과학자들의 성지

지난 몇 년 동안 평양만큼이나 자주 언급된 북한의 지명은 평안북도 ‘영변’일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 첫 단계로 꺼내놓은 ‘영변 핵단지’는 어떤 곳일까. 김소월 시인의 시 〈진달래꽃〉에 나오는 구절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그 영변이 맞다.


영변은 한마디로 북한의 핵심 핵시설이다. 북한은 1960년대 소련의 도움으로 영변에 핵시설을 조성하고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북한이 최초로 건설한 대규모 핵 연구 실험 단지라고 보면 된다. 영변은 분지 지형인 데다 구룡강이 근처에 있어서 시설을 위장하고 물을 끌어 쓰기 좋은 요새 같은 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이렇게만 들으면 사실 크게 와닿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영변을 ‘원통형의 육중한 건물이 들어차 있고, 그 안에서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공상 영화 속 악당 과학자들의 요새’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북핵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변의 과학자들은 상당히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외무성 관계자들이 와도 끄떡하지 않는다”라고도 전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학자들에게 최고 대우를 해준다. 고급 주택이나 자동차 선물 같은 경제적 혜택뿐만 아니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민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각종 처벌에서도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평양 시내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미래과학자거리’를 만들면서 수십 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과학자들에게 제공했다고 한다(그런데 그 아파트들이 날림 공사로 붕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건 ‘안 비밀’이다. 무리한 공사로 정작 민생은 어려워졌다는 것도. 어마어마한 자본이 들어간 시설이 소수 특권층에게만 돌아간다는 불편한 진실. 진정한 과학 발전을 위한 길이라기보단 체제 유지를 위한 기형적인 투자인 셈이다).

아무튼 과학자들에 대한 대우가 좋다 보니 김일성대 원자력공학과의 인기도 좋은 편이라고 한다.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북한이 핵 개발을 동결하기로 약속한 제네바 합의(1994년) 당시 잠시 인기가 사그라졌다가, 핵 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던 2000년대엔 또다시 인기가 높아졌다.

영변의 과학자들은 자부심이 매우 강하며, 핵 연구에 목숨을 건 만큼 일에 대한 애착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정치적인 목적, 당에 대한 충성심과는 별개로 인생을 바친 과학자로서 핵시설을 자식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일례로 제네바 합의가 이뤄진 뒤 북쪽 과학자들이 폭풍 눈물을 흘렸다는 뒷얘기도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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