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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청와대 마지막 대통령, 5년의 외교 비하인드>

02. 카톡으로 알려진 2차 남북 정상회담

by BOOKCAST 2022.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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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6일. 한가로운 토요일 저녁, 집에서 저녁을 먹고 휴대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 7시 50분경, 청와대 출입기자단 카톡방에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의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 내용은 이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 지역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정상은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개최했다고? ‘한다’가 아니라?’ 다시 읽어봐도 분명 ‘개최했다’였다. 일단 공지 내용을 회사 선배에게 보고 했다. 그날은 당일 근무가 아니어서 회사에 있지도 않았고, 당시 8시 뉴스까지는 10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같이 청와대를 출입하는 선배가 있는 카톡방에 보고를 올렸다. 선배 역시 청와대 출입기 자단 방에 있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보고했다. 회사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뉴스 시작을 5분 남짓 남겨두고 좀 전에 들어온 짧은 공지만으로 2차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난 일단 공지를 전달한 뒤,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화 취재를 시작했다. 그런데 꼭 급할 때는 통화가 더 안 된다. 그나마 어렵게 통화를 한 관계자들도 “내일 오전에 대통령이 직접 결과 발표하실 거야”라는 말이 전부였다. 일단 당일 뉴스는 가까스로 잘 넘겼다. 하지만 모든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됐다. 왜냐하면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몰랐던 너희가 기자냐’라고 타박할 분도 있겠지만 남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데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핑계 정도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

첫째, 4월에 남북 정상이 만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고, 둘째, 정상회담 같은 행사는 행사 중에서도 가장 준비가 오래, 많이 필요하므로 준비기간만 통상 한 달 이상을 잡는다. 그러나 2차 남북 정상회담은 그런 성격의 회담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김 위원장이 하루 전에 문 대통령에게 연락해 다음 날 회담을 잡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며 “김 위원장이 그제(25일 금요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따져보면, 남북 정상의 만남이 중간에 언론 등에 새 나갈 수 있던 물리적 시간은 30시간이 채 안 되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북측 전화를 받고 나서 ‘함구령’이 내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자칫 사전에 유출돼 언론에 보도될 경우, 북한에서 불만을 표했을 것이고 그러면 남북, 북미 관계가 다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2차 남북 정상회담 사진엔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꼭 껴안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회담은 판문점 북측 장소인 통일각에서 이뤄졌다. 두 시간여 동안 이뤄졌다고 한 2차 회담은 그야말로 ‘대화’를 위한 것임이 사진에 확연히 드러났다. 1차 남북 정상회담만 해도 남북 양측 의전팀이 긴 사전 준비기간을 거쳐 리허설도 하고 동선도 다 확인했다. 그런데 2차 회담 사진을 보면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회담’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탄 차량이 통일각 앞에 서고, 김여정 제1부부장이 차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을 맞았다. 통일각 안에 들어간 두 정상은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이 방명록에 서명한 다음, 두 정상은 회담을 시작했다. 회담 배석자로는 우리 측에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자리했다. 수행원은 많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인물 극소수만 동행한 것이다.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은 포옹하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다른 거추장스러운 이벤트는 없었다. ‘논의’를 위해 만난 실무적인 회담 그 자체였다.

남북 정상회담 장면
 


이 만남이 갑자기 성사된 배경은 이러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고 물밑 논의가 진행되던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라는 발표를 했고, 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SOS를 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카드’에 맞서,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다시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야 했기 때문에 이날 남북 정상은 정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저는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하였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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