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국제외교안보팀 정제윤, 신진 기자가 취재한 생생한 외교의 순간
역사가 기억할 문재인의 외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죄다 틀어졌다고 타박할지도 모르지만,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남·북·미가 함께 일군 일들은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외교의 소용돌이 속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 또한 많다. 지금 기록해두어야 추후 일어날 일을 대비할 수 있다. ‘기록’이 갖는 힘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제윤
정제윤 기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면서,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치렀고, 외교안보팀장을 맡아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까지 취재했다. “우리가 10년 동안 있었어도 경험 못한 거 2년 안에 다 한 것”이라는 선배의 말처럼,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줄줄이 펼쳐지는 현장을 몸으로 겪어낸 그는, 변화무쌍한 소용돌이를 제대로 직시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해두어야 한다고 믿는다.
외교 안보라면 무겁고 심각한 주제로 여겨 밀려난 이슈들에 관심을 갖도록,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에피소드를 꺼내놓았다. 덕분에 독자는 커튼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보도를 통해 접한 사건은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그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삭막한 외교가에도 모처럼 생생한 현장이 펼쳐졌다. 유례없는 외교 이벤트가 잇따라 열렸다. 발로 뛰고 열심히 듣고 많이 만나면 그만큼 고급 정보가 모였다. 기사 쓸 맛 나던 시절이었다. 그 시간을 기록한 취재 파일을 들여다보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슈와 과제를 고민한다. 외교는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단순히 성공 혹은 실패로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신진
이른바 ‘장이 섰다’라고 표현할 만큼, 지난 5년간의 한반도는 이슈의 중심지였다. 신진 기자는 매 순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현장을 누비며, 기자여서 볼 수 있었던 현장 속 단서들을 챙겼다. 정부부처 내부의 은밀하고 날카로운 소문, 엄숙한 협상장 뒤에서 벌어지는 피 말리는 신경전이 어떤 형태로 가시화되고 실현되는지를 낱낱이 목격했다. ‘책상이 아닌 길바닥이 일터’인 말진 기자가 취재수첩에 담은 정보들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작은 밑거름이기도 하다. 비핵화와 한미 동맹, 한일 과거사 문제,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이슈까지,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주제는 고스란히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첫 번째 방문국으로 대한민국을 선택한 현재, 외교지형상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막중하고 위중하다. 이제 핵보유국이 되어버린 북한을 머리에 두고, 점차 심화되는 미중 경쟁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우리는 어떤 전략과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에 담긴 5년의 궤적은 앞으로의 선택에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문재인의 외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휘몰아친 5년의 외교사, 그 시간을 복기해야 하는 이유
싱가포르 회담부터 남·북·미 판문점 회동, 하노이 회담까지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이 약 1년 반에 걸쳐 한꺼번에 일어났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우리에게 찾아왔던 ‘한반도의 봄’은 정상들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결단이 있기까지 물밑에선 정말 많은 대화들이 오갔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한반도의 봄’은 결과적으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봄’이 찾아왔을 때는 모두가 꽃내음에 취해 바삐 움직였다.
2018∼2019년의 격동기를 주시한 1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남·북·미 관계를 이야기한다. 남북, 북미, 남·북·미가 어떻게 만날 수 있었고, 또 만나기까지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공개한다.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참 쉽지 않은 조건을 갖고 있다. 세계 강대국들 간 힘이 맞서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이지만 중국과는 지리적으로 맞붙어 있다. 그런 와중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데 우린 누구 편을 들기도 애매하다. 일본과는 안보 때문에라도 친하게 지내야 하지만 과거사 문제로 인해 절대 친해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외교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의 대미 외교는 역대 대미 외교와 좀 달랐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라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스타일의 ‘직설적’이고 ‘즉흥적’인 미국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 많은 일이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미국과 얽힌 뒷이야기도 많았다. 일본과는 표면적으로도 갈등이 드러났는데 커튼 뒤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어보니 더 화가 났다. 그래도 일본에게는 ‘미워!’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중국과의 외교에선 그조차 쉽지 않다. 2장에선 지리적, 정치적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한 한국의 외교전을 전한다.
지난 5년의 외교사가 다이내믹했던 이유는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소동 때문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은 시기이기도 했다. 3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은 어땠는지, 북한은 어떤 기상천외한 논리로 국경을 꼭꼭 걸어 잠갔는지, 현장에서 보고 들은 에피소드를 풀어본다. 청와대와 외교부의 알력 다툼부터 양날의 검이 된 외교부 장관의 영어 실력까지……, 출입처 기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 외교가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들도 공개한다. ‘미라클 작전’이라 불린 아프가니스탄 조력자 탈출기, 30년 전 유엔 가입 당시를 되돌아본 전직 외교관들의 소회 등, 공식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서도 짚어보았다. 그리고 막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저자의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현장과 사람들 이야기도 추가했다.
저자 l 정제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 ABC 방송국의 인턴도 해봤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한국에 들어와 《매일경제》 영문뉴스팀 에디터로 첫발을 들였고, 당시 팀원들과 함께 책 《글로벌 리더들의 명품 영어 시크릿》을 펴냈다. 영어 특기를 살려 《코리아중앙데일리》에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JTBC 개국 멤버로 국제부, 사회부, 정치부를 두루 거쳤다. 특히 탐사팀을 거치면서는 잠입 취재를 통한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의 마약 공급책 인터뷰와 ‘주한 미군의 지카 바이러스 실험 의혹’ 보도 등이 주목을 받았다.
외교안보 분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취재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고나서부터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치렀고, 외교안보팀장을 맡으면서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까지 취재했다. 현재도 외교와 통일 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저자 l 신진
책상이 아닌 길바닥이 일터인 말진 기자. 2013년 《중앙일보》, JTBC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남북 관계의 해동기가 시작되던 2018년부터 외교·통일부를 출입했다. 엄숙해 보이는 외교가에도 땀 냄새나는 현장이 있다는 것을 격동의 5년간 제대로 배웠다. 이전에는 주로 사회부에서 각종 사건사고와 탐사보도 아이템을 맡았다. 목포 세월호 인양 현장, 광화문 촛불집회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현장들을 취재했다.
[연재 목차]
01. 제가 잘하고 있는 거죠? 도보다리 브로맨스
02. 카톡으로 알려진 2차 남북 정상회담
03. 김여정 통해 20분 만에 빌린 ‘백두산 천지행’ 비행기
04. ‘하노이 결렬’ 초강수 둔 미국의 진짜 속내
05. 북한 영변의 과학자들이 폭풍 눈물을 흘린 이유
06. 독도 새우 한 마리는 왜 한미 갈등의 불씨가 되었나
07. “한국이 지소미아를 건드리다니!” 워싱턴의 분노
08. ‘사드’의 ‘사’자도 듣기 싫습니다
09. 한국 외교사의 획을 그은 아프간 탈출기 ‘미라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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