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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너를 만났다>

07. 시즌2_‘로망스’ VR로 이루어진 단 하루의 만남, “거기 있나요? 내가 왔어요.”

by BOOKCAST 202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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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마치고 아이와 제주해녀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는 VR이나 AR을 결합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했다. 예를 들어, 어두운 공간에서 시작해 파도가 치고 바닷속이 느껴지는 영상, 소리, 냄새 등이 나를 감싼다. 그리고 그곳에 한 소녀가 등장한다. 할머니의 이미지로 남은 해녀가 아니라 철없는 소녀가 등장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할머니가 되어간다… 이런 스토리를 평생 함께하는 아름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바다의 이미지와 함께 풀어낼 수 있다면. 시간 여행 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박물관을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거, 언젠가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즈음에는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원격 회의가 일반화되고, 메타버스 관련주가 폭등하고 있었다. 이왕 발을 담갔기에 이머시브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 등과 관련한 영상을 유심히 보았다. 실감 기술 영상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삼성역 인근의 초대형 전광판에서 틀어주던 ‘파도’가 아닐까. 삼면이 패널로 된 영상을 통해 입체적인 공간이 연출되고, 그 안의 유리에 갇혀서 파도가 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시원했고, 이것이 앞으로의 실감 콘텐츠 기술이 보여주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제주도 곳곳에 이런 기술을 활용해 꿈같은 공간을 연출한 전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1년 사이에 사람들은 누구나 메타버스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MBC의 VFX 팀이 직접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가상 현실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미 시즌1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고, 많은 드라마 VFX를 제작한 경험이 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이 기회에 MBC의 메타버스 활용 기술을 축적하면 좋을 것이다. 시즌2는 동료인 조윤미 PD 와 함께 3부작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이 알려진 탓에 사례자를 찾는 일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선뜻 해보고 싶다는 분이 많았다. 그러나 참여자가 너무 준비되어 있으면 맥이 빠질 수 있기에 시즌1처럼 잘 모르고 참여하는 사례자가 있었으면 했다. 또, 촬영에 가족 모두가 동의하지 않거나, 고인을 VR로 구현하기 위한 사진과 영상이 부족한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기술적인 준비를 하면서 적당한 사례자를 찾아다녔다. 이야기도 시즌1과는 조금 달랐으면 했다.

두 달 넘게 인연이 되는 출연자를 만나지 못하자, 시즌1부터 함께 해 오던 최미혜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모신 추모관에서 찾아보자고 했다. 사랑을 많이 받은 고인은 티가 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가족을 만났다. 고인의 납골함 주변에는 아이들이 쓴 예쁜 손편지들과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편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먼 곳에서도 외롭지 말라고 얘기해 주는 듯한 다정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추모공원에 성지혜 씨와의 만남을 부탁드렸고, 그렇게 남편 김정수 씨를 만났다. 김정수 씨는 제작진의 연락에 놀라워했다. “지혜가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왔나 봐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보고 싶어서 방송국 분들을 보냈나 봐요.” 남편은 이 인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너를 만났다> 두 번째 이야기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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