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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태양의 언어를 만나다>

02. 너와 당신, 그리고 꼰대(Tú y Usted, y Conde)

by BOOKCAST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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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런데 몇 살이세요?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질문한다. 놀랍게도 한 살이라도 차이가 나면 계단이 생긴다. 1년 단위로 학년이 나뉘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해도 상하관계는 피할 수가 없다.

스페인어를 배우게 되면 이런 계단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장유유서, 존댓말이라는 장벽에 갇혀 한국어 안에서는 한정된 인간관계를 맺기가 쉽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쓰는 순간 너와 나는 친구(amigo아미고, amiga아미가)가 된다.

한두 살은커녕 몇십 살 차이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어디서 눈 똑바로 뜨고 어른을 쳐다 봐, 가 아니라 눈 똑바로 뜨고 나이와 관계없이 토론을 할 수 있게 된다.

스페인어를 배우는 한국 사람들은 자동반사적으로 어른을 지칭할 때 너(tú)와 구분되는 당신(usted)을 고르곤 한다.

그러나 스페인어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사람 간 가깝고, 멀고를 나타내는 거리의 언어다. 나와 나이 차이가 많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가까우면 너(tú)다. 신(Dios)에게도 너(tú)를 쓴다.

여러 해 전부터 꼰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원래 있던 말이나 근래에 더욱 부각되는 듯하다. 꼰대란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는 나이나 직급에 따른 상하관계를 기반으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 어원에 대해서 영남지역 사투리라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 하나로 불어 ‘Comte(콩트, 백작)’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작위를 수여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백작이라고 칭해 이를 비꼬기 위해 쓰였다는 설이다. 백작은 스페인어로 Conde로 발음은 ‘꼰데’다. 한국어 ‘꼰대’와 발음이 정말 비슷하다!

과거 모든 귀족계층이 현대에서 생각하듯 우아하지는 않았다. 로마시대에 약탈을 일삼는 이민족에게 회유정책의 일환으로 귀족 칭호를 내린 경우도 있었다. 우아해지라고 칭호를 내린 셈이다. 한국의 백작(꼰대)들도 마치 회유정책으로 받은 칭호 같다.

백작 칭호를 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꼰대라는 왕관을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너와 나(Tú y yo)’의 개념에 서 있으면 되지 않을까. 같은 높이에 서보는 것이다. 한 계단 위에 있으려고 하지 않고 수평적 관점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경청하는 자세. 그러면 사람들에게 회유정책으로 받은 백작 지위(꼰대)를 자연스레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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