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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그림책 놀이수업으로 부리는 마법>

01.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by BOOKCAST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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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특별하단다』

너는 특별하단다 표지 맥스 루케이도 글, 세르지오 마르티네즈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고슴도치 발행,(2002. 01)
 


아이들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신체적 성장 속도도 다르지만, 운동, 음악, 미술, 수학, 이해력 등 배움의 속도도 다 다르다.

조금 더 빨리 배울 수도 있고, 조금 더 늦게 배울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어른들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성인 수준의 책을 읽는 아이가 있고, 어떤 아이들은 글만 있는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다. 몇 학년 필독 도서 등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내 아이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지 않고 많은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한다.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책을 읽게 되면 누구나 책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어하고 책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한 해가 시작되면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상관없이 그림책을 읽어 준다.

오이반 아이들에게 읽어줄 첫 책으로 [너는 특별하단다] 그림책을 준비했다. 이 그림책은 ‘너는 단지 너라는 이유로 특별하단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선생님에게도 우리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그림책은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선생님은 [너는 특별하단다] 이 그림책을 읽고 눈물까지 흘렸는걸요? [너는 특별하단다] 제목을 보니 어떤 내용일 것 같아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가 나올 것 같아요.”
“장애가 있는 아이가 나올 것 같아요.”

“그럴까요? 어떤 내용인지 잘 들어보세요. 그림책은 그림을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림도 잘 보세요.”

실물화상기를 통해 그림을 잘 볼 수 있도록 비춰 주면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출처 : 너는 특별하단다(고슴도치)
 


“엥~사람이 왜 저렇게 생겼어?”

시우의 목소리였다. 시우가 장난만 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림을 보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였다. 못 들은 척하고 계속 책을 읽었다.

"나뭇결이 매끄럽고 색이 잘 칠해진 웸믹들은 항상 별표를 받았어. 하지만 나뭇결이 거칠고 칠이 벗겨진 웸믹들은 늘 잿빛 전표를 받았지.”

“스티커로 평가하는 것은 정말 싫은데...”
누군가 조용히 이야기를 한다. 잘 듣고 있다는 증거다.

엘리라는 목수 아저씨가 만든 웸믹이라는 작은 ‘나무 사람들’이 있었다. 웸믹들은 금빛 별표가 든 상자와 잿빛 점표가 든 상자를 들고 다니면서 서로 별표나 점표를 붙이며 하루를 보냈다. 재주가 뛰어나거나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별표, 재주가 없거나 실수를 하면 점표가 붙여졌다.

이 책의 주인공인 펀치넬로에게는 점표가 잔뜩 붙어 있었고, 스스로 좋은 나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별표도, 점표도 아무것도 없는 루시아를 만났고, 루시아를 통해 엘리 아저씨를 알게 되었다. 펀치넬로는 엘리 아저씨를 만나면서 자신이 특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 점표 하나가 떨어졌다.

그림책을 다 읽어 준 다음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수진이는 특별하단다, 미정이는 특별하단다, 준서는 특별하단다, 온유는 특별하단다, 하늘이는 특별하단다, 대호는 특별하단다, 찬우는 특별하단다...”

“아이, 낯간지러워요.”
대호의 반응이었다. 그러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이어서 문태준 시인의 ‘나는 내가 좋다’라는 시를 나의 시로 바꾸기를 했다.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
예닐곱 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보지만
나는 내가 좋다
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
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
눈물이 괼 줄을 아는 나의 눈이 좋다
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
- 문태준 <나는 내가 좋다> 전문


전제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시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상징과 은유는 쉽게 설명을 해 주었다.

시인은 눈(안구)를 다쳤는데 벼와 관련된 사고인 것 같다. 여섯 살이나 일곱 살 때 다쳤는데 어른이 된 지금도 어머니는 나를 보며 안타까워하신다. 지금도 아파서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이것이 원망스럽거나 싫지 않다. 오히려 못자리처럼 눈물을 고이게 하는 내가 좋다. 슬픔을 거부하지 않는 내가 좋다.

후반부에는 다소 철학적이고 역설적이라 단순한 아이들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겠지만 나이가 들면 이해하리라 생각하고 나의 시로 바꿔보기로 했다. 패러디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아이들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내용이 나와 뿌듯했다.
5학년쯤 되면 아이들은 자기가 다 컸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과 생활을 하다 보면 5학년도 아이는 아이일 뿐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대호도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순수함을 지닌 아이일 뿐이다. 특별하지 않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독서지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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