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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불멸의 성>

10. A.I 시대와 섹스 로봇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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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간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킨 문제가 리얼돌(real dool)의 수입허가였다. 대법원의 승인과 세관 당국의 통관 불허는 리얼돌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이다. 개인의 성적 만족을 위한 성인용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키고 성범죄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의 대립은 좀 더 심각한 사회의 담론(談論)이 될 것이다.

인간은 욕망의 생명체이다. 그 욕망이 사회를 발전시킨 동력이 되었고 역사를 만들었다. 인간은 더 편하고 더 안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물질문명의 탑을 높이 쌓아 올렸다. 또한 데스몬드 모리스의 ‘성적으로 진화한 인간’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본능이라는 섹스의 영역까지 고도로 지능화된 기술을 도입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섹스로봇은 리얼돌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각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주제는 섹스로봇이 인간성을 파괴하느냐의 문제에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섹스로봇에 대한 순기능과 부정적 견해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데 다가올 미래의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1년에 만든 영화 <A.I>에는 인간이 되고 싶었던 로봇 데이비드에게 남창(男娼)인 섹스로봇 지골로가 “로봇 애인을 경험하면 다시는 인간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질 거야!”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 섹스로봇은 인공지능과 바이오 기술, 로봇 공학,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날로 진화하는 현실이며 세계 각국에서 남성용, 여성용 등의 판매가 증가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섹스로봇은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 과학자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박사는 2007년에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Love and Sex with Robots)』에서 “현실의 연애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동 성범죄자의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애정 관계가 어려운 사람에게 섹스로봇은 큰 선물이라고 강조하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가상 도우미와 개인적인 연결감을 느끼고 우리는 로봇을 재미있는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볼 때, 장기적 파트너십을 넘어 결혼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또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이안 피어슨(Ian Pearson) 박사는 2016년 『미래의 섹스(The Rise of the Robosexuals)』라는 보고서를 통해 “2035년이면 대다수 사람들은 가상섹스를 하는 섹스토이를 가지며 2050년 로봇섹스가 인간끼리의 섹스보다 많아진다.”고 전망하였다. 어디까지 예측에 불과할 뿐이지만 미래에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2017년 국내 성인 콘텐츠 전문 사이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년 안에 섹스 로봇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0%가 넘었다. 2020년 기준으로 1인 가구가 30%를 넘는 현실과 대비하면 섹스로봇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2017년 영국의 ‘책임 있는 로봇연구재단(Foundation for Responsible Robotics)’은 섹스로봇의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섹스로봇이 부부의 성욕 불균형을 해소하고 성관계 상대를 찾기 어려운 사람이나 노인, 장애인 등에게 혁신적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여성이나 소아성애, 성폭행 등에 대한 욕망을 만족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2018년 영국의 로빈매켄지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이 결합해 머잖아 인간의 성적 욕구에 따라 지각력과 자아의식을 갖춘 남성·여성 섹스 로봇이 설계·생산될 것이고 섹스 로봇은 인간을 사랑하도록 제작돼 자기 학습 과정에서 인간에 대해 깊이 알고 고통도 느끼는 수준까지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하였다.(<아시아경제>2018.12.11.)

그 후 2020년 미국에서 남성용 섹스로봇 하모니와 여성용 헨리가 출시되었다.
하모니는 안드로이드 앱과 연동해 20개 이상의 성격 및 표정, 말투 등을 내장했다. 대화가 가능한 건 물론이고 눈썹, 눈꺼풀, 안구, 입술, 턱 근육까지 움직여 인간의 표정을 구현한다. 이처럼 섹스로봇은 계속 진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제니 클리먼(Jenny Kleeman)의 『AI시대, 본능의 미래(Sex Robots&Vegan Meat)』에서 섹스로봇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언급하였다.
 
사용자들은 섹스로봇이 반려자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결핍을 채울 완벽한 인간 대체재라는 것이다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섹스인형이 소아성애자의 충동을 외려 부추긴다는 실험 결과와 함께 섹스로봇이 인간관계의 디스토피아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있다이들은 섹스로봇이 남성들이 권력과 지위를 잃어가는 시기에 등장한 피조물로 남자의 강간 판타지를 충족시킬 뿐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니 클리먼은 우리가 로봇과 관계를 맺었을 때 생길 인간성의 변화를 두려워한다.
 
순전히 주인을 즐겁게 할 목적으로 존재하는 파트너친척이나 생리 주기나 화장실 습관이나 감정의 응어리나 독자적인 뜻과 같은 걸림돌 없이 언제든 사용 가능한 파트너를 소유하는 게 가능해진다면그리고 어느 한쪽만의 즐거움만 중요한 상황에서 타협할 필요 없이 성관계를 갖는 게 가능해진다면다른 사람과 상호 관계를 맺는 우리의 능력은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공감이 사회 소통에 필요하지 않은 때가 온다면공감은 우리가 연습해야만 하는 기술이 될 것이다그리고 우리는 모두 조금 덜 인간적이 될지도 모른다.
 
그의 예상은 어쩌면 다가올 미래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인간 사이에 공감 능력은 떨어지는 반면에 섹스로봇과 더 친밀해질 수도 있다.

로봇 공학의 발전은 섹스로봇이 단순한 성적 대상을 넘어서서 정서적인 유대감을 갖는 존재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2015년의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는 인공지능을 가진 여성 로봇 에이바를 통해 인간의 미래에 대해 섬뜩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섹스로봇의 진화는 인간을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배자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읽혀진다.

영화 <엑스 마키나> 포스터
 


섹스로봇의 일상화는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만 현재 세계적인 추세로는 판매량이 증가하고 기능이 업그레이드되는 것도 현실이다.

이제 섹스로봇은 로봇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과 정신적 교류, 정서적 친밀감을 인간에게서 느끼지 못하고 섹스로봇에게서 찾게 된다면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한 예로 인간과 상호 작용을 목적으로 설계된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Sophia)는 60여 개 감정을 표현하며 사람과 대화할 수 있으며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섹스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신체의 질감도 인간의 피부와 유사해지고 일상적 대화뿐 아니라 좀 더 심도 있는 내용까지 말할 수 있으며 섹스 능력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다면 그야말로 인간의 존재는 무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아무튼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의 결합이 섹스로봇 산업을 더욱 확장시킬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외로운 사람이나 독신자로 성관계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만든 것에서 시작한 섹스로봇은 인류의 미래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로봇과의 섹스, 로봇과의 결혼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입장과 섹스로봇이 사회에 가져다줄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찬반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섹스로봇의 긍정적인 작용도 분명히 있다고 보인다. 그리고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무조건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섹스로봇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닥칠 문제라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섹스로봇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지점에서 인간의 사랑과 섹스는 어느 쪽을 향할 것인가?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또한 그 변화가 행복지수를 높일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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