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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불멸의 성>

08. 호모에로티쿠스(Homo eroticus)』 - 생식 능력이 없어도 살아가는 이유

by BOOKCAST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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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로티쿠스(Homo eroticus)』는 인간의 성과 사랑을 동물 행동학의 관점에서 다케우치 구미코(竹內久美子, 1956~)가 「주간문춘(週刊文春)」에서 2000년 10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연재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50여 가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호모 에로티쿠스는 성적 인간이란 뜻으로 총 네 장의 구성은 성과 관련한 남자와 여자 그리고 동물의 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1장 남자에 대해서라는 주제 중 먼저 결혼한 남자가 자위로 고민하는 질문에 대해 자위행위는 낡은 정자를 몰아내어 발사 최전열을 신선하고 활기 있는 정자로 교체하는 작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유럽 붉은 사슴의 자위행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행해진다고 한다. 수컷은 풀숲에 머리를 파묻고 풀을 뜯는 것처럼 뿔로 풀을 비비고 있는 사이 흥분되어 사정한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사람의 페니스가 고릴라나 침팬지의 것보다도 큰데 침팬지는 8cm이고 고릴라는 3cm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다케우치 구미코는 데스몬드 모리스가 주장한 “페니스가 클수록 여자에게 쾌감을 준다. 따라서 크게 되었다.”는 입장과는 반대로 큰 페니스는 아프기만 할 뿐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견해도 일률적으로 적용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남자의 페니스 모양이나 길이, 굵기가 다르듯이 여자의 질도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크거나 긴 페니스가 여자를 기쁘게 해 준다는 논리는 남자들의 로망인 대물 콤플렉스의 투영일 뿐이다.
 

생식 능력이 없어져도 아직 살아 있는 이유

1장에서 ‘석션(suction) 피스톤 가설’은 남자들이 피스톤 운동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정자를 새롭게 보내고자 하는 ‘뽑아내기’ 때문에 길고 굵은 페니스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생식 능력이 없어져도 아직 살아 있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코끼리의 사례를 들고 있다. 암컷 코끼리는 50세 정도에 폐경기를 맞고 수명은 60년인데 10년 동안 번식 능력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데 몸은 계속 커진다는 것이다. 외부의 적에 대한 암컷 우두머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경우 성공한 남자는 그 명성에 의해 자손이 유리하게 번식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손을 돌보면 되는 것이다. 여자는 장수의 경험으로 지혜를 축적하여 자손의 성장이나 번식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제2장은 여자에 대한 많은 질문과 응답으로 되어 있는데 세 가지를 논의해 본다.
 

여자의 오르가즘과 자위

첫째는 여자의 오르가즘이 갖는 의미이다.
보통 여자가 남자보다 먼저 절정에 도달하면 남자들은 대개 만족스런 미소를 띠는데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남자보다 훨씬 빠르게 절정에 이르는 것은 그의 유전자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남녀의 섹스에서 서로 사랑의 감정이 깊으면 보부상이 장터 국밥 먹듯이 삽입에 몰두하고 오르가즘이나 사정(射精)을 빨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애(性愛)를 천천히 하면서 기쁨을 나누다 거의 같은 순간에 똑같이 오르가즘과 사정을 하게 된다.

한편 여성 중 일부는 남성처럼 사정을 한다는 실험도 있다.
여성의 인체엔 요도 점막 쪽으로 늘 분비물을 내보내는 분비샘과 관이 있는데 이를 ‘스킨(skene)씨’ 관이라 부른다. 성적 자극을 받으면 요도와 방광 근처에 있는 스킨씨 관에 액체가 모이는데 오르가즘 상태가 되면 1회 혹은 2~3회에 걸쳐 요도를 통해 분출된다. 하지만 여성이 사정을 경험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알려져 있다.

저자는 여성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면 질 안에 산성이 강한 점액이 분비되어 정자를 죽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성의 자위행위에는 질 안의 나쁜 균을 없앤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동성애 행동은 하나의 번식 전략이다

제3장 내용 중 동성애를 동물 행동학의 관점에서 본 바로는 동성애 행동은 하나의 번식 전략이라고 설명하였다. 저자는 ‘헬퍼(helper) 가설’을 비판하였는데 그 가설은 자신은 번식하지 않지만 혈연자의 번식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간접적으로 남긴다는 내용이다. 다케우치 구미코에 따르면 동성애자의 상당수는 실제로 이성도 사랑하고 있어 그 본질은 양성애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양성애는 사상 최강의 번식 전략임이 틀림없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현재 세계 정신학회에서는 동성애를 이성애, 양성애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상적인 성적 지향 중 하나라고 결론지었다.

오늘날 동성애를 칭하는 용어인 호모섹슈얼리티(Homosexuality)는 어원적으로 그리스어 ‘같음’을 뜻하는 접두사 호모(Homo)와 ‘성(性)’을 뜻하는 ‘섹슈얼리티(Sexuality)’가 합쳐진 것이다. 동성애는 고대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론, 히타이트, 고대 인도, 고대 중국 등등 고대 문명 뿐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서도 신라, 고려, 조선 시대와 근대 사회에서도 계속 지속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중세 시대 기독교에서는 동성애를 종교적인 죄악으로 보았기 때문에 동성애자는 이단자, 악마 숭배자와 같이 취급하여 탄압하였고 근대 후기에 와서는 ‘동성애는 고칠 수 있는 정신병’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았다.
 

생물의 최대 과제인 기생자(寄生者) 대책과 뻐꾸기의 탁란(托卵)

한편 에이즈(후천면역결핍증후군,後天免疫缺乏症候群,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줄여서 AIDS 바이러스와 관련한 설명에서 인간이나 동물을 포함한 생물의 최대 과제는 기생자(寄生者) 대책이라고 하였다. 개개 생물의 종, 개개의 개체는 기생자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각의 개성을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기생자야말로 진화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에이즈를 그 예로 설명하였다. 에이즈는 걸리면 죽는다고 여겼지만 현재 에이즈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0년이라고 하였다. 숙주와 기생자의 공생화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생자의 목적은 본래 숙주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기 위한 장소나 환경, 시스템을 숙주로부터 빌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감기 바이러스도 같은 맥락에서 인간과 공생 관계에 있다고 하였다.

한편 뻐꾸기가 탁란(托卵: 조류가 다른 조류의 둥우리에 알을 맡기는 일)하는 배경에 대한 설명은 적자생존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뻐꾸기가 알을 떨어뜨릴 때 주로 선택하는 대상은 휘파람새, 물까치 등 자기보다 훨씬 몸이 작은 새들이라고 한다. 그 숙주들의 크기에 맞춰 작은 알을 낳고 색깔이나 모양도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뻐꾸기 새끼는 숙주의 알을 둥지 밖으로 내팽개치고 둥지에서 새 부부의 먹이를 받아먹으며 성장한다. 뻐꾸기는 눈매도 날카롭고 섬뜩하여 맹금류(猛禽類)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족제비나 쥐, 뱀 등의 포식자로부터 경찰 마네킹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새 둥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숙주의 혈연자가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뻐꾸기와 숙주가 되는 새도 공생 관계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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