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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불멸의 성>

09. 섹스리스(sexless)와 무성애(asexual)

by BOOKCAST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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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욕구의 세 가지를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하는데 이는 근거가 없다고 알려졌다. 성욕은 A.매슬로우(Abraham Maslow, 1908~1970)가 제시한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에 속한다. 이것이 만족되면 안전 욕구, 사랑과 소속 욕구(love &belonging)를 그리고 존경 욕구(esteem)와 마지막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를 차례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성욕은 종족 번식의 욕구에 속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일찍이 프로이트(1856~1939)는 인간 활동의 모든 바탕을 성욕에 있다고 보았으며 인류 문명 또한 근원적으로 성욕에 근거한 것으로 주장하였다. 그의 이론은 오랫동안 20세기 문화 전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성(性)은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 남녀의 교접, 섹스라는 관점에서 보면 애인이나 부부간에 성은 다양한 생활로 나타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에 따라 빈부의 차이가 있듯이 성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성에 대해 무지한 상태는 색맹(色盲)이라 할 수 있다.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성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성은 옛 문헌에는 색(色)으로 표현하였다. 반면에 성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갖추고 즐기는 상태는 색락(色樂)이라 볼 수 있다. 락(樂)은 즐겁다는 뜻인데 좋아할 요로 쓰이기도 한다.

『논어(論語)』에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라는 내용이 나온다.

공자(孔子, 기원전 552~기원전 479)의 『시경(詩經)』에는 “관저의 시는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지는 않는다. 관저 낙이불음 애이불상(關雎 樂而不淫 哀而不傷)”라는 내용이 나온다.

관저(關雎)라는 시에 대해 공자가 평한 말이다. 관저(關雎)란 ‘꾸욱 꾸욱하고 우는 물수리 새’이다. 이 시의 내용은 남녀 간의 사랑을 ‘물수리’와 ‘물풀의 흔들림’에 비유하면서 남녀가 서로 애타게 짝을 구하여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몸을 섞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그린 남녀 간의 연애시라 할 수 있다.

주희(朱熹, 1130-1200)는 이를 “음란하다는 것은 즐거움이 지나쳐서 정도를 잃은 것이다. 마음을 상했다는 것은 슬픔이 지나쳐서 조화를 해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절제와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음(淫)을 인도에서는 카마(kāma)라고 하여 쾌락 추구의 욕망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카마수트라』에서 강조하는 것도 욕망의 절제라는 사실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성욕을 억제하기 어려웠음을 알 수 있다.

한때 이혼의 사유의 하나로 성격 차이라고 하니까 성격이 아니라 성적 차이라는 얘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부부의 성생활은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연인 간의 관계에서 갈등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성생활에 대한 조사에서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섹스리스(sexless)는 성기능 저하와 질병을 유발한다

2021년 ‘서울 거주자의 성생활’ 연구 결과에서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지난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중 여성은 절반에 가까운 43%가, 남성은 29%가 섹스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취업난과 시간적 여유, 연애할 기회 없음, 이성에 대한 두려움, 섹스보다는 자기계발이 중요하다 등등을 들었다.

그러면 섹스리스가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걸까?
젊었을 때 섹스리스는 성기능 저하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들고 섹스리스로 분비량이 떨어지면 운동능력과 골밀도가 저하한다. 성욕 자체가 생기지 않을 수 있으며 각종 전립선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떨어지면 질 내부 조직의 근육이 약해지고 세균 감염이 잦아질 수 있다. 섹스리스는 골반저근을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골반저근이 약해지면 성기능 저하와 더불어 이른 요실금을 겪을 수 있다. 케겔 운동이나 성관계같이 반복적인 수축과 이완은 골반저근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섹스리스가 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젊었을 때 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경험을 안 하면 연애와 결혼 생활에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포르노 영상이나 도색 잡지를 통해 여성과 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갖는다면 상대 여성은 물론 자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독신으로 살면서 연애를 하지 않으면 성생활은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성에 대한 지식과 올바른 인식을 가질 필요는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인 자위와 운동을 통해 자신의 신체적 건강을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반려가전’이라고 하는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가 독신 여성에게는 섹스 대체용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성애(無性愛, Asexual)는 제4의 성(性)이다

무성애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킨제이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대상자들을 상대로 이성애와 동성애 경향에 따라 등급을 매겼는데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X등급으로 분류했고, 이들을 무성애자(無性愛者·Asexual)라고 불렀다. 이들은 동성이나 이성, 어떤 상대에게도 스스로 주체가 돼 성적 이끌림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던 것이다.

무성애는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그 어느 것에 속하지 않는 ‘제4의 성적 지향’이다.
무성애 연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서니 보개트(Anthony F. Bogaert)는 2013년 『무성애의 이해(Understanding Asexuality)』를 출간하였는데 영국 일간지에서는 ‘성욕 과다(very sexualized)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킬 책’이라는 논평을 하였다.

의사 출신의 심리학자인 앤서니 보개트에 의하면 타인과의 성적 활동에 관심이 없으며 성욕을 느끼지 않는 무성애자는 전 인구의 1%로 추정된다고 한다.

특징은 첫째, 성적인 매혹이 없다. 둘째, 지속적인 성 충동의 결핍이 있다. 셋째, 성적 파트너와 배타적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넷째, 자신이 성행위의 주체라는 관념이 없다. 그에 의하면 무성애란 단순히 중년의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성에 대한 무기력이 아니라, 성적 매력과 성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결여된 상태를 의미한다.

무성애자는 단순히 매력을 느끼는 사람과 성적인 교감을 나누고 싶지 않아 할 뿐, 엄연히 성욕은 존재하기 때문에 성욕의 해소를 위해 포르노를 보거나 자위행위를 하거나 원나잇 섹스를 하기도 한다. 무성애자들은 성적 끌림, 즉 애초에 타인에 대한 성적 끌림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연애는 관계 지향적이며 정신적인 교감과 낭만을 주로 원한다. 무성애자에게 있어 성관계는 그저 연인 관계에서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교감하는 방법의 하나에 불과하지 사랑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대다수 무성애자는 성관계보다는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감하는 것을 선호한다.

무성애를 한때는 정신적 장애로 인식하기도 했지만 무성애자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성적 취향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무성애에 대한 담론은 인간의 행복과 관련해 성애를 보는 관점을 넓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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