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ndrillon
France
샤를 페로 / 17세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
『페로 동화집』은 이후 그림 형제의 동화집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 안에 수록된 「샹드리용」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대표적인 신데렐라 서사로 유명하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줄거리와 가장 비슷하며 신데렐라 서사의 원조가 유럽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옛날에 아름답고 상냥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만다. 소녀는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새엄마와 함께 온 두 자매와 살게 된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무척 짓궂었고 소녀에게 엄하게 대한다. 세 여자는 소녀를 하녀 취급하며 샹드리용이라고 부른다. 샹드리용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항상 재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의붓자매들보다 훨씬 아름답고 마음씨가 순수했다. 그리고 매일 열심히 일했다.
어느 날 왕자가 신부를 구하기 위해 무도회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샹드리용의 두 의붓자매에게도 초대장이 도착한다. 계모와 의붓자매들은 야단법석을 떨면서 아름답게 차려입고 성으로 향한다. 상드리용은 그들이 외출하는 것을 도울뿐이었다. 모두 사라진 뒤 혼자 남은 샹드리용은 연회에 가고 싶어 펑펑 운다. 그러나 남루한 옷차림으로는 무도회에 참가하기는커녕 성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눈앞에 요정이 나타난다. 이 요정은 샹드리용에게 이름을 지어준 대모이자 대리인이다. 요정은 샹드리용이 착실하게 일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선행을 높게 사 무도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요정이 샹드리용에게 밭에서 호박을 따 오도록 한 뒤 마법 지팡이로 두드리자 호박이 황금 마차로 변한다. 이어서 생쥐를 흰 말로, 회색 쥐를 마부로, 도마뱀을 시종으로 변신시키고 마지막으로 샹드리용의 너덜너덜한 옷을 멋진 드레스로 바꿔 놓는다.
샹드리용이 성에 도착하자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왕자는 샹드리용에게 춤을 청해 한시도 그녀의 손을 놓지 않는다. 즐거운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 보니 12시가 되기까지 15분밖에 남지 않았다. 12시가 지나면 마법이 풀리기 때문에 바로 성에서 나와야 했다. 샹드리용은 서둘러 성을 빠져나가려다가 유리구두 한 짝이 계단에 걸려 벗겨지지만 그대로 두고 떠나 버린다. 그녀를 쫓아온 왕자는 떨어져 있는 구두를 줍고는 이 구두의 주인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다음 날부터 신하들이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기 시작했고 이윽고 샹드리용의 집에 도달한다. 두 의붓자매는 구두에 발을 쑤셔 넣지만 맞지 않는다. 주인을 찾지 못하고 신하가 돌아가려고 하자 샹드리용이 나타나 구두를 신어 보겠다고 한다. 계모와 두 의붓자매는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며 비웃었지만 구두는 샹드리용의 발에 딱 맞았다. 그렇게 샹드리용은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 계모와 두 의붓자매는 샹드리용에게 그동안의 일을 사과했고 마음씨 착한 샹드리용은 그들이 궁전에서 살 수 있도록 허락한다.
– 샤를 페로, 『페로 동화집』 중에서
샹드리용은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으로 불우한 신세가 되었지만 계모와 의붓자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요정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 이 조력자는 대모였다고 설명한다. 중세 이후의 유럽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세례 의식을 받았고 이때 부모 외에 아이를 돌볼 대부와 대모를 정했다. 출산 후 산모가 사망하거나 병에 걸리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런 당시 상황을 배경으로 요정 대모가 탄생했다.

요정 대모는 마법으로 말, 마차, 마부, 시종을 탄생시켰다. 이때 사용한 것은 마법의 지팡이였다. 이렇듯 마법이 등장하는 장면은 환상동화의 특징인데, 당시 사람들은 마법을 부리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홀리듯이 판타지 세계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샹드리용」에서도 신발이 결혼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많은 구두 중에서 왜 하필 ‘유리구두’여야 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표적으로 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의 비판이 유명한데, 그는 페로가 동화를 개편할 때 원작에 쓰여 있던 ‘다람쥐 모피(vair)’를 같은 발음인 ‘유리(verre)’로 잘못 썼다고 주장했다. 다람쥐 모피는 왕비만 신을 수 있었던 값비싼 구두 재료였기 때문에 그의 주장대로라면 구두는 샹드리용이 고귀한 신분임을 암시하는 요소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으로 유리구두만은 마법이 풀려도 사라지지 않고 왕자와의 결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동화적 연출이라고도 여겨진다.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페로 동화의 매력이다.
베르사유궁의 판타지
프랑스의 동화 작가 페로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아래에서 재상 장 바티스트 콜베르를 섬기는 관리였다. 또한 프랑스의 학술기관 중 하나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이자 문학가로도 활동했다. 『페로 동화집』은 페로가 자신의 늦둥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민화를 수집한 것인데, 한편으로는 궁정인들을 의식해서 편찬한 부분도 있었다. 이야기의 무대인 성은 그가 드나들던 베르사유궁을 연상케 하고 성의 화려한 거울의 방은 신데렐라의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거울의 방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샹드리용」의 세계를 상상하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장치 덕분에 궁정의 시녀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고, 『페로 동화집』은 세계적인 동화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또한 페로의 동화는 귀족을 겨냥했기 때문에 품위 있고 세련되었으며 잔혹한 장면은 삭제되었다. 왕비가 된 주인공은 자신을 괴롭히던 계모와 의붓자매들이 잘못을 뉘우치자 그들을 용서하고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이처럼 페로의 동화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며 교육적으로 배려한다는 특징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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