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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신데렐라 내러티브>

04. 이마에 뜬 달_소의 고기를 먹지 말라

by BOOKCAST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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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pishani
 
Persian Empire
작자 미상 연도 미상
 
 
소의 고기를 먹지 말라
 
「이마에 뜬 달」은 「고양이 첸네렌톨라」와 전개가 유사하다. 다만 다른 점은 이슬람의 특색이 짙게 묻어난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달과 별은 이슬람의 상징이다. 주인공의 이름인 ‘파티마’는 달의 여신을 의미하기도 하며 동시에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의 딸 이름이기도 하다.
 
어느 부유한 부부에게 파티마라는 딸이 있었다. 파티마에게는 믿고 존경하던 종교 학교 교사가 있었는데, 그 교사는 딸이 하나 있는 과부였다. 교사는 파티마 집안의 재산에 눈이 멀어서 제자인 파티마를 부추겨 그녀의 어머니를 죽이려 한다. 파티마는 교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자신의 어머니를 식초가 든 항아리에 빠뜨리고 뚜껑을 닫아 죽인다.
 
교사는 파티마의 아버지와 재혼하자마자 파티마에게 차갑게 대하기 시작한다. 파티마는 상한 음식만 먹으며 노란 암소를 돌보고 뜨개질을 해야만 했다. 서러워진 파티마가 울고 있자 노란 암소가 말을 걸어 일을 도와준다. 암소는 사실 항아리 속에서 죽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암소는 엉덩이에서 황금 실을 꺼내 주었고 그런 신기한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받은 황금 실이 바람에 날려 우물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파티마가 노란 암소에게 사실을 말하자, 암소는 이렇게 답한다.
 
“우물 안으로 들어가 꺼내 오는 수밖에 없어. 그 안에는 마녀가 사는데 예의를 갖추고 황금 실을 돌려 달라고 부탁해 봐.”
 
그 말대로 우물 속으로 들어가니 정말 마녀가 있었다. 파티마는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우물 안으로 들어온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마녀의 머리카락에 있는 이를 잡아 주기도 하고 방 청소도 대신해 주며 마침내 황금 실을 가져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는다. 방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했지만 파티마는 황금실만 챙긴 뒤 사다리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마녀가 갑자기 사다리를 흔든다. 파티마는 황금 실만 가지고 있었기에 떨어뜨릴 것이 없었다. 마녀는 흡족해하며 “이 아이의 이마에 달이 뜰 것이다.”라고 주문을 외운다. 이윽고 파티마가 지상에 이르자 마녀는 “이 아이의 턱에 별이 뜰 것이다.”라며 한 번 더 주문을 외운다.
 
파티마의 얼굴은 달과 별이 새겨져 아름다워진다. 그러나 암소는 눈에 띌 수 있으니 천을 감아 숨겨 두라고 충고한다. 파티마는 암소의 말대로 했지만 어둠 속에서는 달빛과 별빛을 숨길 수 없었고 결국 계모가 눈치채 버린다. 파티마는 계모의 추궁에 못 이겨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는다.
 
계모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자신의 딸에게도 같은 행운을 얻게 하기 위해 딸을 우물 바닥으로 내려보낸다. 하지만 그녀는 마녀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방 안에 있던 보석을 훔쳐 그대로 지상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그러자 마녀가 화를 내며 “네 이마에서는 당나귀의 성기가, 턱에서는 뱀이 자라날 것이다!”라고 외친다. 계모의 딸은 괴이한 얼굴이 되었고 죽을 때까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계모는 암소가 파티마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닫고 잡아먹으려 한다. 암소는 위험을 예감하고 울면서 파티마에게 말한다.
 
“나의 고기는 먹지 말고, 뼈를 모아서 묻어 줘.”
 
계모는 결국 암소를 죽이고 먹어 버린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가까운 동네에서 혼례 소식이 들린다. 계모와 딸은 옷을 차려입고 나가며 파티마에게는 밤을 골라내는 일을 시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자 닭이 병아리를 데리고 나타나 도와준다. 가축 막사 안에는 아름다운 의상도 갖춰져 있어,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결혼식 연회에 참석한다. 그러나 예식장에서 의붓자매에게 들켜 황급히 빠져나오려다 연못에 한쪽 신발을 빠뜨리고 만다.
 
때마침 이웃나라의 왕자가 말을 타고 예식장에 도착한다. 말에게 물을 먹이려 연못으로 데려갔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말은 연못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왕자가 말에서 내려 연못으로 다가가자 아름다운 신발이 떨어져 있었다. 왕자는 그 신발에 발이 딱 맞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신발의 주인을 찾아다닌다.
 
마침내 왕자는 파티마의 집까지 찾아왔고 파티마는 부뚜막 안에 숨는다. 그러나 수탉이 나타나 파티마가 부뚜막에 있다고 노래하는 바람에 들키고 만다. 구두는 파티마의 발에 딱 맞았다. 왕자는 그녀와 결혼했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다. 반면 계모와 그 딸은 파티마의 행운이 분한 나머지 결국 홧병이 나 죽고 만다.

– 야마무로 시즈카세계의 신데렐라 이야기』 중에서
 
 
동서양 서사의 만남그리고 달과 별
 
「이마에 뜬 달」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신데렐라 서사가 합쳐진 독특한 현상이 눈에 띈다. 우물 안으로 들어가 마녀를 만나는 장면은 『그림동화』에 수록된 「홀레 아주머니」와 비슷하고 조력자 암소는 동양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암소가 뼈를 묻어 달라고 한 대목에서는 뼈에 초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오래된 애니미즘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페르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동이라는 위치적 특성 덕분에 동양과 서양이 섞인 모티프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슬람을 상징하는 달은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도 등장한다. 위 그림은 무함마드가 달을 쪼개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며 ‘무함마드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심판의 날에 달이 갈라지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무함마드는 이슬람교의 우상 숭배 금지령에 따라 얼굴이 가려져 있다. 작자 미상, 달을 가르는 모하메드, 16세기
 

한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달과 별은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기 때문에 이마에 뜬 달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과거 오스만 제국의 국기에도 붉은 바탕에 흰색 달과 별이 그려져 있었다. 현재도 터키, 파키스탄, 리비아, 알제리, 튀니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이슬람 국가들은 달과 별을 본뜬 국기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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