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문화/<신데렐라 내러티브>

10. 결혼에 대한 소망과 못 다 이룬 꿈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3. 11.
반응형

 


 

결혼과 가문의 재산

신데렐라 서사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된 이유는, 행복한 결혼이 모두의 관심사이자 과제였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가문을 잇는 것이 자신의 큰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중세 이래로 유럽에서는 결혼 상대를 점치는 것이 유행이었고 사람들은 불안정한 현재의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았다. 오늘날에는 개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정착되었지만 과거 결혼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종의 운명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동화 속 인물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하며 신분 상승이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근대까지 신분 제도가 고정되었던 사회에서 결혼 상대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일반적으로는 한 집안의 가장이 자녀의 배우자를 결정했다. 결혼할 남녀는 사회 계층이 같아야 했고 재산이나 신분, 지위의 차이도 용납되지 않았다.

프랑스 중산층의 결혼 문제를 다룬 앙투안 퓌르티에르의 풍자 소설 『서민 이야기』(1666년)에는 남녀의 결혼 조건과 평가액에 관한 자료가 남아 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서민 이야기』 : 결혼 조합과 평가액의 일부.
 

그렇게 가장의 지배를 받던 딸은 결혼하면 남편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만약 부모가 결정한 상대가 싫어서 결혼을 거부한다면 하층민의 경우 하녀와 매춘부, 중·상류층에서는 수도원 혹은 가정 교사라는 선택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대다수 여성들은 신데렐라처럼 결혼하는 일이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민화 「아름다운 대추야자」에서, 이야기를 끝마친 시칠리아 섬의 70세 노인은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매듭짓는다.

두 사람은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이를 갈 뿐이죠.


서민들은 현실과 이야기의 격차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환상 세계를 동경해 왔다. 신데렐라의 삶과 결혼을 향한 거대한 환상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자신이 바라는 결혼 상대를 계속 기다리는 여성’을 일컫는 이른바 ‘신데렐라 콤플렉스’도 화제가 되었다. 신데렐라 서사에서 결혼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여성의 결혼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반면 젠더론의 입장에서는 신데렐라의 결혼은 환상이며 여성의 자립과 거리가 먼 남성 의존증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처럼 신데렐라 서사는 사랑받는 동시에 손가락질을 받는 양면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물론 젠더론적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왜 여전히 신데렐라 서사가 매력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계속해서 끌어당기고 있는지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간이란 마음 한구석에 계속 간직해 왔던 꿈과 이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으로 삼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데렐라 서사를 계속 사랑하는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