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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신데렐라 내러티브>

08. 계모는 왜 항상 가해자일까?

by BOOKCAST 2022.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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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결혼 형태와 계모의 악행

계모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이야기는 가족 구성의 변화 및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유럽의 경우 남녀 간 합의하에 결혼하여 서로 존중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점차 남성이 여성을 지배할 권력을 가지는 가부장적인 형태로 변화했다. 이때, 아내가 죽고 재혼할 경우 아이를 슬하에 두기 때문에 아이는 계모에게 학대당하기 일쑤였다. 이후 크리스트교가 전파되자 가장을 대 신해 교회가 결혼과 재혼을 주도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일부일처제가 실시되었다. 그렇게 중세에는 여러 가족이 함께 살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크리스트교 정신과 청빈 사상에 의해 노골적인 학대가 어느 정도 억제되어 왔다.

그러나 중세에서 근대 초기,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전쟁과 출산으로 인한 사망이 잦아지면서 가족 관계가 무너졌다. 위생상태가 나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평균 수명마저 짧았다. 그 결과 교회는 대부, 대모제를 마련했고 친부모에 후견인 부모를 더한 독특한 자녀 양육 방식을 장려했다. 고아를 만들지 않기 위한 방책이자 지혜였다. 그러나 가족 구성이 단순해지면서 아이들이 또다시 가정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근대 초기부터 핵가족화가 시작되었다. 유아 사망률은 높고, 평균 수명은 30대에 불과했으며 가족 구성원은 기껏해야 5~6명이었다. 르네상스가 시작된 이탈리아에서 개인주의가 생겨난 이유도 핵가족화로 독립된 자신만의 공간이 생긴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그리고 높은 사망률이 아동 학대를 조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익숙한 현상이 이야기에 스며들어 퍼지게 되었다.


일본 서사의 특징과 학대 서사의 뿌리

고대 일본에서는 남편이 밤에만 아내의 집에 드나들었기 때문에 아내가 사망하더라도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머물지 않았고, 덕분에 아버지가 재혼을 해도 학대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헤이안 시대의 귀족은 원칙적으로 일부다처제였기 때문에 아이는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 들어온 계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가마쿠라 시대에는 여자가 시집을 가는 형태로 결혼이 이루어졌다. 일본도 사망률이 높았던 시대에는 재혼이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이 경우 계모와 의붓자식 사이에 학대가 발생했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일본에서는 계모가 재혼 후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았다. 즉 일본에서 계모란 결혼을 처음 했거나 재혼을 하더라도 자녀가 없는 여성을 일컫는다. 그래서 일본의 신데렐라 서사에서는 의붓자매가 아닌 이복자매가 등장한다.

일본에서 아이를 학대하는 이야기로는 「누카후쿠와 고메후쿠」, 「오긴과 고긴」, 「바리때를 뒤집어쓴 아가씨」 등이 있다. 그러나 계모의 괴롭힘이 있을지언정, 자매끼리는 아버지의 피를 함께 이어받은 사이이기 때문에 갈등이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오긴과 고긴」에서처럼 서로 협력해 위기에 대처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자매끼리 혈연관계가 없어 서로 대립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한편 독일에서도 계모의 학대 서사가 꾸준히 전해져 오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는 베트남의 「떰과 깜」과 유사하며 좡족의 신데렐라 서사에도 비슷한 전개가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학대 서사의 뿌리를 찾는다면 동남아시아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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