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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신데렐라 내러티브>

09. 대이동_다지역 진화설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

by BOOKCAST 202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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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대규모 집단 이주


다지역 진화설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

현재까지 인류학에서는 원인(原人) 등의 ‘호모’ 종류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최초의 대이동은 170만~70만 년 전에 발생했다고 알려져 왔다. 즉, 대이동을 통해 인류가 각지로 갈라져 나와 네안데르탈인, 베이징 원인, 자바 원인 등으로 분화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것을 ‘다지역 진화설’이라고 한다. 또한 이 설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원인과 구인(舊人)의 시대는 시기상 신데렐라 서사가 발생하기 이전이므로 이동과 서사의 원형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인 1987년에 캘리포니아 대학의 레베카 캔과 앨런 윌슨 등이 다지역 진화설에 반론하는 연구 성과를 『네이처』에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공통조상이 밝혀졌다. 이들은 20만 년 전쯤에 아프리카에 있었는데 그 후손들이 7만~6만 년 전쯤에 아프리카에서 세계 각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가설이 도출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이다.

그럼 그 이전에 세계 각지에 있었던 네안데르탈인, 베이징 원인, 자바 원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이주 과정에서 생존한 유럽 원주민인 네안데르탈인과 유럽의 호모 사피엔스인 크로마뇽인 사이에 일부 혼혈이 탄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생 인류와 친인척 관계에 있던 또 다른 인류들의 상당수는 약 10만 년 전에 기후 변화를 비롯한 어떠한 사건으로 사멸했다고 여겨진다. 그에 비해 도구를 사용하며 대응 능력이 훨씬 뛰어났던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다.

최근의 문화인류학에서는 미토콘드리아 분석상 이 학설을 거의 정설로 굳히고 있다. 또한 두 가지 가설 모두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이지만 후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공통조상이므로 보통 ‘단일 기원설’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인류학자 가이후 요스케는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유라시아 대륙 및 유럽으로 진출한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 집단이 최초로 확산된 곳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에 이르는 지역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보르네오 섬에는 적어도 4만 5천 년 전의 것으로 여겨지는 확실한 호모 사피엔스의 유적이 존재하는데 그 시기는 이들이 유럽으로 진출하기 훨씬 이전이었다. ……동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한 시기가 언제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북경 근교의 저우커우뎬 유적군에서는 4만 년 전에 존재했던 호모 사피엔스의 뼈 화석이 발견되고 있으며, 일본 열도로 향한 것은 3만 8천 년 전 즈음으로 추정된다. ……

유럽 지역에 살던 구석기 시대의 호모 사피엔스 집단을 일반적으로 크로마뇽인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확립된 아프리카 기원설로 보면 크로마뇽인은 본래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자였다는 것이 된다. ……유적 밀도가 높은 유럽 지역에서 크로마뇽인이 최초로 나타난 연대는 상당히 짧았으며 4만 5천 년~4만 2천 년 사이로 보고 있다.

–가이후 요스케,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인류의 긴 여행」 중에서

 


인류학 연구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각지에서 출토된 인골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이동 경로와 연대가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다만 이 시대는 마지막 빙하기로, 대륙 주변의 해수면이 낮고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가 육지로 이어져 있었으며 일본 열도와 한반도, 인도네시아의 섬들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현재의 지형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왜 이동했을까

그렇다면 인류가 이동한 원인은 무엇일까? 열대 아프리카의 울창한 밀림에서 큰 변고가 있지 않았다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세계 각지로 무리들이 이주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기후와 자연환경이 변하면서 생존에 필요한 식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예상된다.

물론 동물의 무리를 따라 이동했을 가능성도 높지만 우선적으로 식량 확보 문제나 집단 혹은 부족 간의 싸움으로 인해 이동이 불가피해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덧붙여 집단이나 부족 바깥에서 배우자를 얻으려 한 것도 한몫 했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세상을 목표로 하는 모험심 역시 없었을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신화와 민화를 통해 볼 때 그즈음에는 풍요로운 ‘약속의 땅’에 대한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불모의 황야를 지나 비옥한 북아프리카의 이집트에서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강에 이르는 ‘초승달 지대’로 이주하는 상상은 고된 삶의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고난을 넘어 약속의 땅에 이르는 이런 스토리는 신데렐라 서사와 일치한다. 고대 인류의 대이동은 『구약성서』에도 암시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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