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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맛있는 맥주 인문학>

01. 독일의 라거, 영국의 에일

by BOOKCAST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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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실크로드는 현대에 와서는 자원을 연결하는 송유관으로 변신했다. 바닷길은 더 다양해지고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고대의 ‘비어 로드’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변신했을까?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맥주는 이집트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현재 맥주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중 영국,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체코 등 유럽 국가들이 맥주 강대국으로 꼽힌다. 기후가 따듯한 와인 생산국과 달리 포도 재배가 어려운 북유럽과 동유럽에서는 보리를 원료로 한 맥주가 발달했다.

주요 맥주 국가를 살펴보면, 물의 구성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연수로 맥주를 만드는 체코 쪽으로 가면 라거 전통이 강하고, 영국과 아일랜드 쪽에서는 경수로 빚는 에일의 전통이 강하다. 독일은 ‘맥주의 나라’답게 라거를 비롯한 다양한 맥주가 분포되어 있고, 벨기에는 국가 전체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맥주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 벨기에에는 여러 지역의 맥주가 혼재되어 있어,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생산량과 소비량으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저온 발효 맥주인 라거가 대세다. 특히 라거 가운데 필스너(Pilsner) 계열의 맥주가 전 세계 맥주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맥주는 대부분이 라거다.

‘독일=맥주’의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15세기경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탄생한 라거의 영향이 크다.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을 보면 체코가 1위고 아일랜드가 2위지만 맥주의 본고장으로 독일을 꼽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맥주의 효모가 발효를 끝내면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상온 발효 방식(Top-Fermentation, 윗발효)으로만 맥주가 만들어졌는데, 뮌헨에서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저온 발효법(Bottom-Fermentation, 아랫발효 또는 밑발효)이 발견된 것이다.

저온 발효법은 우연히 발견되었다. 여름에 맥주가 쉽게 상하는 것을 막으려고 수도사들이 맥주를 만든 뒤 온도가 낮은 동굴에 보관했던 방법을 차용한 것이다. 그랬더니 기존의 상온 발효와 달리 깔끔하고 청량한 맥주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동굴에 저장해두었다가 마시다 보니 ‘저장하다’라는 의미인 ‘Lagern’에서 온 ‘Lager’가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이후 맥주 주조장들은 땅을 파서 지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맥주를 보관했다. 이렇게 라거가 만들어지고 널리 퍼지면서 맥주의 종주국 자리에 서게 된 독일은 맥주 순수령으로 위치를 굳건히 지키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도 오래된 맥주 회사에 가면 지하에 저장고를 만들어 사용하는 곳이 많다. 라거가 오늘날처럼 대량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독일 맥주 회사 슈파텐(Spaten)의 제들마이어가 영국의 페일 에일 기술을 가져와 페일 라거를 만들면서다. 저온 발효 맥주는 처음에는 맥주 시장을 점령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저온 발효를 저온 숙성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저온 발효 맥주가 상온 발효 맥주를 누르고 주류가 된 것은 1950년대부터다.

 

 

 

 

맥주 종류는 크게 에일과 라거로 나뉜다. 에일은 상온에서 윗발효를 하고, 라거는 저온 에서 아랫발효를 한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에일이, 독일에서는 라거가 발달했다.

뉴질랜드의 모턴 W. 쿠츠(Morton W. Coutts)가 저온 발효 맥주 생산기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연속 발효 공정(Continuous Fermentation System)을 개발했다. 연속 발효 공정을 도입한 대형 맥주 업체들은 라거를 만들어 유통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상온 발효 맥주들을 누르고 저온 발효 맥주가 전 세계 맥주 시장을 석권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라거의 대세는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주로 두줄보리를 가공한 맥아를 사용했는데, 미국은 크래프트 비어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로 여섯줄보리를 활용한 맥주가 만들어졌다. 두 보리에는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도 분명히 있다. 두줄보리는 전분이 많은 대신에 효소 성분이 적어 풍미가 뛰어나고 볼륨감 있는 맥주가 만들어진다. 전분의 양이 적고 상대적으로 효소가 많은 여섯줄보리를 사용하던 미국에서는 적은 전분의 양을 보충하기 위해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을 사용해 다양한 맥주를 만들었다. 물론 유럽이라고 두줄보리만, 미국이라고 여섯줄보리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보리 종류에 따른 특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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