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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도/<세계를 읽다 태국>

03. 타이, 태국인, 태국 사람들

by BOOKCAST 2022.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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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에 대한 정의

태국인들은 스스로를 ‘사람’으로 정의한다. 태국인을 뜻하는 ‘타이(Tai)’라는 말 자체가 1940년에 태국 내 모든 시민을 지칭하는 단어로 바뀌기 전까지는 단순히 사람(People)을 의미했다(사람을 뜻하는 일상적인 용어는 ‘쿤’, 인구라는 의미에서는 ‘프라차꼰’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기는 하다). 시암을 태국(타일랜드)으로, 시암인을 태국인(타이)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1940년 이전에 태국인들은 스스로를 타이 시암(또는 쿤 시암)이라 불렀다. 당시 ‘타이’는 쿤 보롬(Khun Borom, 태국과 라오스의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조상으로 한 모든 사람을 의미했다. 라오스의 타이-라오족, 태국 북부의 타이-위안족, 현재 태국-라오스 국경 지역과 중국(쿤밍까지)에 걸쳐 사는 타이-루족, 지금의 라오스 씨앙쿠앙에 정착한 타이-푸안족, 그리고 모든 태국인의 건국신화 탄생지인 지금의 베트남 북서부에 사는 타이-카오족과 타이-담족까지를 넓게 아우른 개념이었다.

태국인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부족과 언어에 따라 세분화된 한 민족으로 보고 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각각의 분파는 라오스처럼 한 나라를 이루었거나 ‘타이족’이라는 단일한 민족 정체성으로 동화되었거나, 또는 여전히 스스로를 타이-루족, 타이-담족 등으로 부르면서 각자의 방언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한다. 그와 동시에 포괄적인 민족 개념으로는 타이족으로, 정치적 의미에서는 태국 시민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태국인은 복잡한 이중적 정체성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이라는 단어가 갖는 이런 퍼즐 맞추기 같은 성격 때문에 ‘태국인’에 대한 정의는 수세기 전 이주해 와서 스스로를 태국인으로 보는 중국인과 고산 부족, 국경이 다시 그려질 때 태국인이 되었거나 적어도 태국의 시민이 된 남부 말레이인의 존재를 더해, 민족적 정체성에서 한참 너머로까지 확대된다.

다행히 분명한 정의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다. 태국인들은 스스로 그 모호함을 받아들인다. 복잡한 문제가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대부분은 통합보다 동화를 선택한 정부의 결정으로 초래된 것들이고, 현대 태국인들은 이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이미 태국 중부지역(방콕-아유타야와 그 주변의 쌀을 생산하는 평야지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모국어를 국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것이 오늘날 태국 학교들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며 상업 및 산업, TV, 영화, 문학 등에서 사용되는 표준어이다. 많은 소수민족들도 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서로의 차이를 억압하기보다 인정하는 분위기다.
 

인구와 분포

2018년 8월, UN은 태국 인구를 6919만 4581명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태국인의 54%는 도시에서 거주하며 일하는 도시인이고, 그중 방콕의 인구는 979만 명이다(전체 인구의 7분의 1). 북동부에 있는 우돈타니와 나콘랏차시마는 규모 면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크고, 남부의 핫야이가 네 번째, 중부의 촌부리는 다섯 번째, 치앙마이가 여섯 번째 도시다. 이런 통계 수치와 달리, 태국인과 외국인 모두 치앙마이를 태국 제2의 도시로 여기고 있다.

산아제한 정책의 성공과 소가족을 선호하는 새로운 가치관 덕분에 태국의 인구 통계는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극적으로 변화했다. 자연적인 인구 성장률은 2018년 현재 0.3%에 불과해 동남아 지역에서도 이례적으로 낮다. 오늘날 태국의 보건, 교육, 현대적 의료 서비스의 가용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5년 이후에는 입원환자를 포함해 병원 1회 방문당 평균 1달러에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보건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 덕분에 기대수명이 극적으로 높아져 75세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79세) 수준에 육박한다.

교육 또한 최근 몇 년 간 크게 향상되었다. 태국의 식자율은 93%로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16년간 학교 교육을 받으며 그중 12년은 무상이다. 태국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쭐랄롱꼰대학교와 탐마삿대학교는 아시아 고등교육기관 중 상위 50위 안에 든다. 많은 태국인들이 더 공부하기 위해 해외유학을 가고, 특히 태국 의사들 중 상당수는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방콕의 핫스팟인 시암파라곤 몰 앞에서 쇼핑과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현대 태국인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johnas/2435562667
 

사회적 변화와 함께 이전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해진 소가족 위주의 인구가 증가했다. 태국인들은 이제 스스로를 교육 수준이 높고 미래지향적인 ‘신흥 부자’로 여긴다. 시각도 현실적이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을 분리보다는 교역과 협동을 앞세우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ASEAN)의 일부로 본다. 친척과 공동체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개성과 경력이 더 중시된다.

태국 인구의 약 75%는 타이족이다. 이 비율은 지리적으로, 언어적으로, 그리고 정도는 다르지만 문화적으로 구분되는 네 개의 주요 집단으로 다시 나뉜다. 짜오프라야 삼각주(주요 쌀 생산지)에 정착한 중부 타이족이 과반수를 이루며, 이들은 전통적으로 (외국인이 주로 배우게 되는) 중부 태국어를 써왔다. 집에서 라오어(태국에서는 이산어라고 부른다)를 쓰는 약 900만 명(라오스 인구보다 많은)이 북동부에 산다. 남부(춤폰, 핫야이, 나라티왓)와 북부(치앙마이, 치앙라이)에도 각각 자신들의 언어(방언)와 전통을 가진 타이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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