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여 년 전, 젊은 싱어송라이터는 ‘조금은 지쳐서 아무 계획 없이 춘천행 기차에 탔다’는 노래를 한다. 스무 살 김현철이 만든 <춘천 가는 기차>였다. 노래는 인기를 얻었고 덕분에 춘천행 기차에도 관심이 더해졌다. 경춘선은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 젊음의 해방구를 잇는 열차였다. 춘천행 기차가 중랑천을 건너면 주변 풍광이 바뀌었다. 차창 너머 모습을 보며 들떠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은 풍경이다. 빠르고 편해지면서 기차가 멈춘 구간이 있다. 그 기찻길을 기다란 공원으로 만들었다. 경춘선숲길.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으로 남을 곳이겠다. 경춘선숲길 옆에 임금님 무덤이 있다. 태릉과 강릉이다. 이곳에는 봄가을에만 열리는 숨은 숲길이 있다.
떠나기 전에
• 태·강릉(매주 월요일 휴관)
봄・가을(2~5월, 9~10월): 9~18시
하절기(6~8월): 9~18시 30분
동절기(11~1월): 9~17시 30분 입장료는 일반 기준 1천 원
• 태릉~강릉 숲길(봄 ・가을에만 개방)
5월 16일~6월 30일: 9~17시
10월 1일~11월 30일: 9~16시 30분
• 음식점과 편의점은 (구)화랑대역 경춘선숲길 출입구 부터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구간에 있다. 여러 횡단보도 부근에 음식점과 매점이 있다. 카페는 여러 곳에 있다.
• 화장실은 태릉, 강릉, (구)화랑대역,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월계역에 있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1번 출입구 앞에서 태릉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
6, 7호선 태릉입구역 7번 출입구 앞에서 태릉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
버스
태릉 버스정류장
돌아오는 길
지하철
1호선 월계역
버스
월계보건지소 버스정류장
길 찾아가기
8.6km | 2시간 25분 | 난이도 ★
➊ 태릉매표소
➋ 강릉매표소
➌ (구)화랑대역 경춘선숲길 출입구
➍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➎ 지하철 1호선 월계역
임금님 무덤을 잇는 숲길
서울 동북쪽 불암산 기슭에 조선 왕릉 두 기가 있다. 바로 태릉과 강릉이다. 태릉은 조선 11대 임금 중종의 세 번째 왕비 문정왕후 윤씨 능이다. 강릉은 13대 왕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 능이다. 태릉에는 왕비만 있고, 지아비인 중종은 강남 정릉에 있다. 태릉과 강릉은 불암산 숲길로 이어진다. 이 숲길이 일 년에 두 번, 봄가을 석 달 반 동안만 열린다.
능역으로 들어서면 높다란 나무들이 길손을 맞는다. 숲길 출입구는 정자각 오른쪽 뒤편에 있다. 숲길은 불암산 능선을 넘어간다. 경사가 조금 있지만 힘이 들 정도는 아니다. 좋은 숲길에서 급하게 걸을 일은 없다. 늦은 가을에 오면 갈잎이 폭신하게 쌓인 숲길을 걷게 된다. 능선에서 숨을 고르고 내려가면 언덕 아래 강릉이 있다. 임금님과 왕비가 나란히 있는 쌍릉이다. 능역을 나서면 경춘선숲길은 지척이다.
기차는 가고 그리움은 남고
옛 경춘선 철길은 여전히 활기차다. 기차는 멈췄지만 사람들 발길은 잦다. 주변 주민들은 산책 삼아 걷고, 옛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일부러 찾아온다. 1970~1980년대에는 화랑대역부터 태릉까지 이어지는 찻길이 인기 있는 데이트 코스였다. 찻길이기는 해도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늘씬하게 자란 플라타너스가 낭만을 더했다. 기차를 타고 와서 화랑대역에 내려 낙엽 쌓인 플라타너스 길을 걸었다. 그리고 먹골배와 태릉갈비를 먹었다. 봉화산 북쪽 지역을 예전에는 먹골이라고 했다. 먹골은 배가 유명했다. 가을이면 과수원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옛 화랑대역에서 길을 건너면 주변 풍광이 바뀌며, 길은 아파트 숲 사이로 크게 휘돌아 간다. 공릉동 도깨비시장도 길옆에 있고, 작고 예쁜 카페들이 걸음을 잡는다. 중랑천에 걸린 경춘철교는 걸음 끝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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