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쯤이면 해맞이를 생각한다. 정동진, 대왕암, 설악산, 지리산 같은 곳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멀고, 힘들고, 어렵다.
사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도 해맞이 명소가 있다. 서울 동쪽 한강변 아차산도 그중 하나다. 높지 않아 접근성이 좋고,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강 너머에서 솟는 말간 해가 만드는 풍광은 어느 곳과 비교해도 아랫길이 아니다. 아차산과 주변 한강은 옛적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하던 곳으로, 지금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걷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보루, 범굴사, 아차산성 등이 옛일을 증언한다. 아차산 능선에 서면 ‘삼국은 왜 이곳에서 힘겨루기를 했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풀린다.
떠나기 전에
• 아차산해맞이공원 또는 아차산 제1보루에서 여유 있는 일출을 보고 싶다면 광나루역 기준으로 1시간 20분 전, 아차산 출입구 기준으로 1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 눈이 내린 뒤라면 아이젠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아차산 구간에는 음식점이나 편의점이 없다. 광나루역부터 광장초등학교 사이에는 음식점과 편의점이 있다. 아차산 입구에 매점이 있다.
• 화장실은 아차산역, 아차산어울림광장, 아차산 휴게소 입구, 범굴사 앞에 있다
찾아가는 길•돌아오는 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1번 출입구
버스
광나루역 버스정류장
길 찾아가기
7.4km | 3시간 10분 | 난이도 ★★
➊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➋ 아차산 출입구
➌ 아차산해맞이공원
➍ 아차산 4보루
➎ 범굴사
➏낙타고개
➐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서울을 동쪽에서 보듬고 있는 곳
서울을 외곽에서 감싸고 있는 외사산 가운데 동쪽 산이 아차산이다. 아차산은 남북으로 길게 벋어 있는 산줄기다. 산자락 발치로는 한강이 돌아간다.
아차산은 산자락이 한강에 바로 접해 있고, 주변에 높은 곳이 없어 능선에 서면 한강 건너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는 덕소, 하남, 팔당까지도 거침없이 보인다. 옛적 고구려, 백제, 신라가 명운을 건 싸움을 한 이유가 바로 이 모습 때문이었을까?
지금은 가벼운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 차지가 되었다. 더구나 아차산 능선은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새해가 되면 첫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옛 성터에는 다람쥐만 넘나들고
아차산 출입구로 들어서면 늘씬하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아차산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서울과 구리시 경계에 있는 낙타고개를 지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아차산 남사면을 덮고 있는 바위를 타고 오르는 길이다. 낙타고개를 지나는 길은 편하다. 눈이나 비가 내린 뒤라면 낙타고개를 경유하는 것이 좋다. 바윗길은 경사가 있긴 하지만 힘들거나 위험하지는 않다. 바위를 오르는 재미가 있다.
바위를 올라 팔각정자 고구려정에서 한숨 돌린다. 고구려정 뒤쪽에서 바윗길보다 조금 돌아온 낙타고개 노선과 만난다. 바위틈을 비집고 힘겹게 자란 키 작은 소나무 숲을 지나면 아차산해맞이공원이다. 전망대에 서면 아득히 먼 곳까지 한 프레임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쾌하다.
능선 길 따라 바람길 따라
아차산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보루’ 순례길이기도 하다. ‘보루’는 사방을 살피기 좋은 곳에 쌓은 작은 석축산성인데 아차산을 비롯한 주변 산에서 20여 개 보루들이 확인됐으며, 대부분 고구려 군사시설로 밝혀졌다.
해맞이전망대 조금 위에 아차산 1보루가 있다. 이곳은 해맞이공원보다 시야가 더 넓어서 다른 설명이 없어도 이곳에 보루를 만든 목적이 바로 이해된다. 아차산 1보루를 지나면 능선을 따라 편하게 걸으면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다. 서쪽으로 시야가 터지는 곳에 전망대가 있다. 멀리 관악산과 북한산 줄기가 눈에 들어오고, 남산과 한강도 찾아볼 수 있다. 아차산 3보루 꼭대기가 아차산 정상이다.
4보루를 돌아 범굴사로 간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오는 작은 절로 근세에 대성암으로 바뀌었다가 2009년에 다시 범굴사로 환원했다.
내려가는 길에 아차산성을 찾아본다. 아직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아 멀리서 석축 일부만 확인할 수 있다. 언제 누가 쌓았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백제 개로왕(재위 455~475)이 이곳에서 고구려와 싸우다 전사한다. 또 고구려 온달장군이 신라와 싸우다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국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 군사 요충지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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