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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로드 투 카타르>

05. 국대, 그 남자들의 모든 것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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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늘 TV와 온라인에 등장하고 팬들은 이를 통해 선수들을 본다. 누군가는 경기장에서 만나기도 한다. 경기장과 관중석, 모니터와 경기장, 딱 그 정도만큼의 거리감이 선수들과 대중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없고, 팬들도 선수들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 번쯤 내가 본 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보고 싶었다. 비록 내가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지만 대중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면모를 전할 수 있다면 팬들이 선수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선수단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선수들이 모인다. 이들은 팀을 위해 한 몸으로 움직이지만, 각자의 개성과 생각으로 호흡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팀이라는 이름으로는 볼 수 없었던 개개인의 면면을 엿볼 수 있었다. 대표팀 선수라는 무게 뒤에 숨겨진, 피와 살이 도는 이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미남과 패션피플

팀닥터로 일하면서 선수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가상현실이 실제가 된 것처럼 신기했으나 그들이 매우 낯설진 않았다. TV와 온라인 매체를 통해 수시로 그들을 접했으니까. 그런데 실제 첫 만남에서 깜짝 놀랐던 선수가 한 명 있다. 김건희 선수다. 전형적인 호남형으로, 수원삼성에서 인정받는 포워드로 활약 중이다. 2021년 대표팀에 처음 소집된 그와 처음 만났을 때, 보자마자 놀랐다. 너무 잘생겨서. 순전히 내 주관적인 시선임을 전제하고 대표팀 내 미남 원톱은 김건희 선수라 말하고 싶다.

김 선수는 눈에 띄는 외모의 소유자지만 성격은 차분하고 얌전하다. 경기장에서 공격수로서 활약할 때는 강단이 있다. 감독의 요구를 수용해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잘생긴 외모라거나 기타 다른 이슈로 화제가 되기보다는 실력으로, 경기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선수다.

선수들은 누구를 최고 미남이라고 생각할까.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 자신이다. 모두들 자신이 가장 잘 생겼다고 자부하기에 타인의 미남성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선수들이 인정하는 미남은 없어도, 누구나 인정하는 패션피플은 있다. 조현우(울산현대), 황희찬(울버햄튼윈더러스), 작은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 선수 등이다.

조현우 선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이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대표팀을 통틀어 단연코 돋보인다. 패션은 톡톡 튀지만 초식남, 순정남 스타일이다. 매우 조용하면서 순수하고 착한 성품의 소유자이다. 가족에게 참 잘하고 특히 애처가로 소문나 있다. 조 선수가 아내에 대한 애정을 막 드러내면 선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러거나 말거나 딱히 관심이 없다. 같은 소속팀이자 대표팀 큰형인 김태환 선수가 “왜 저래~” 하고 반응을 보이는 정도.

조현우 선수는 경기장에서는 순발력과 판단력이 돋보인다. 센스가 좋고 임기응변에 강해서 선방을 잘한다. 다실점의 우려가 있는 강팀과 맞붙을 때 조 선수의 센스가 두각을 나타낸다.

황희찬 선수는 귀국 때나 선수단 소집 때 늘 화려한 패션 센스를 자랑한다. 대단히 솔직하고 성실하며 의지가 강한 타입이다. 있는 그대로 자기를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면 때문에 황 선수가 참 매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솔직한 성격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 누군가는 나처럼 이런 점을 사랑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황 선수는 자신을 향한 복잡한 시선들을 충분히 이겨낼 정도로 강인하고 긍정적이다.

개인적으로 황 선수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 2020년 오스트리아 원정 때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가장 고생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고 소속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중이라 감사할 따름이다. 황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다 보니 몸을 사리지 않을 때가 있다. 2021년 12월 브라이튼과의 경기에서 우측 햄스트링에 부상을 입었다. 그는 통증 때문에 스스로 교체를 요청했다. 경기력을 발휘하면서도 본인을 보호하는, 다치지 않는 선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배워가면서 프리미어 리그에 잘 적응해가리라 믿는다.

독일에서 뛰는 정우영 선수와는 2020년 3월 일본 원정경기 때 처음 만났다. 권창훈 선수와 함께 프라이부르크에서 활약했는데, 이제는 혼자 남았다. 정 선수는 미래가 기대되는 대기만성형 타입이다. 여러모로 센스가 뛰어난데 특히 패션에 두각을 나타낸다. 힙하고 스타일리시하다. 특이한 디자인을 즐기면서 당당하게 어필한다. 그런 점은 황희찬 선수와도 유사하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게, 멋지게 꾸밀 줄 안다. 작은 정우영이 나타나면 선수들의 시선이 쏠리고 “오~ 멋진데!” 하는 감탄이 이어진다. 정 선수의 센스는 경기장에서 뛸 때도 드러난다. 감각적이면서 당당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태환이형’이란 애칭으로 유명한 김태환 선수(울산현대)의 패션 센스도 빼먹을 수 없다. 그의 패션은 뭐랄까, 최종 보스 같은 느낌이다. 선수단 소집 때마다 다른 선수들의 패션을 발라버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늦가을 소집 때 태환이형 홀로 가을을 독식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김 선수가 쇼핑갈 때 꼭 한 번 따라가고 싶다.


절제미가 빛나는 외유내강형

선수를 자주 만나다 보면 성격, 성향을 알 수 있다.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있어 선수들의 성격, 성향은 관찰 요소 중 하나이다. 좋다, 나쁘다의 차원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징으로서 인식한다. 자신의 성격에 따라 플레이하는 선수가 있고, 정반대로 플레이하는 선수도 있다. 감독은 선수들의 특징을 관찰해서 적재적소에 투입한다. 선수들은 자기 성격에 따라 전략이나 훈련법 등을 다르게 받아들이는데, 내향성인 이들은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우리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선수들이 꽤 많은 편이다.

대표팀에서 절제미와 외유내강의 일인자는 단연코 권경원(감바오사카) 선수라고 생각한다. ‘디에고’라는 별명을 가진 권 선수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많이 활동했다. 왼발잡이 센터백으로서 경기 조율 능력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은데, 그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희소성 덕분에 어느 팀에 소속되든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내성적 성향으로 절대 눈에 띄게 행동하는 법이 없다. 경기장에서의 플레이 역시 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요소요소에서 중요 역할을 한다. 조용히 자기 할 일을 다하기 때문에,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막상 없으면 빈자리가 확 표난다. 그의 가치를 알아보는 팀에서 그를 영입해 귀중한 자원으로 활용해왔다. 2021년 오랜만에 한국에 복귀한 뒤 성남FC의 K리그1 잔류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올해에는 일본 감바오사카로 소속팀을 옮겼다. 일본에서도 권경원 선수의 성공을 응원한다.

이재성(FSV마인츠05)은 사려가 깊고 시야가 참 넓은 선수다. 가치관이 편협하지 않아서 어떤 일이든 다각도로 고민하고 포용하려고 노력한다. 호들갑을 떠는 법이 없이 늘 차분하다. 이런 면모가 감탄스러워 나는 그에게 ‘대표팀의 칸트’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글을 퍽 잘 쓴다. 현재 네이버에서 본인의 축구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팬들과도 만나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과 더 깊이 있게 교감하면서 축구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는 멋쟁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포용력과 상황을 조율하는 능력이 있으며, 필요한 순간에는 자신을 내놓을 줄도 안다. 의미 없는 희생이 아니라 모두를 살리는 희생이다. 한 마디로 소금 같은 존재랄까. 재성 선수와 같은 참모가 있다면 리더는 100% 성공을 거두지 않을까 싶다. 빈틈을 채워주는 콘크리트처럼 팀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대중의 시선에 늘 노출돼 있고 환호와 비난의 바다를 오간다. 팬들의 마음을 이해해도 사람이기에 멘탈이 흔들릴 때가 있다. 이재성 선수도 그랬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시간들은 그를 더 성장시켜주었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하게 제 할 일을 한다.

강상우 선수(베이징궈안)는 인내심이 탁월하며 팀을 위해 자기희생을 할 줄 안다. 평소에 말투가 조곤조곤하고 차분하고 조용한 성품이지만, 경기장에서는 파이팅이 넘친다. 사실 예의가 너무 발라서 모범생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라운드를 달릴 때의 표정을 보면 누구보다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포항FC에서 공격수로 자리를 잡지 못할 때 감독을 찾아가 수비수로라도 뛰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었다. 수비, 공격, 중앙 어디에서든 팀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해낼 능력을 갖췄다. 얼마 전에 중국 베이징으로 이적했는데 그곳에서도 재능을 꽃피우리라고 믿는다.

이동경(독일 FC샬케04)은 정말 열정으로 가득 찬 선수다. 대단히 열심히 훈련에 참여하고, 여가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른 뭔가를 하지 않는다. 머릿속엔 오직 축구뿐인 것 같다. 바깥 활동보다는 집에서 보내는 걸 더 편안해한다는 점에서는 손흥민 선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성격이 순수하고 승리만 생각하다 보니 승부욕이 장난이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 하고 싶어 한다. 도쿄올림픽 축구 예선전에서 뉴질랜드 대표팀과의 경기가 끝나고 뉴질랜드 공격수의 악수를 거부했을 정도로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경기할 때 상당히 날렵하고 민첩하며 기민하게 움직인다. 승리에의 열망, 적극성, 공격성을 바탕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준 선수(헤르타BSC 베를린)는 축구선수로서 특화된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팀의 기대치에 잘 맞춰서 활약한다. 적정선을 유지하며 오버하지 않는 걸 보면 치밀한 계산과 고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섬세한 성격에 재주가 많다. 게임을 퍽 좋아하는데 엄청난 위닝 일레븐 실력자다.

백승호 선수(전북현대모터스)는 182cm의 훤칠한 키를 자랑하지만, 어릴 땐 키가 안 커서 고민이었다. 아버지가 연세대학교 체육대학 백일영 교수인데 내게는 선배가 되므로, 그 인연으로 선수가 어린 시절 성장 정도를 진찰했던 적이 있다. 2019년에 처음으로 벤투호에 소집되었다. 당시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이 소집해제될 때 대표팀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에 감동해 울음을 터뜨렸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그가 축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말수가 적고 진중하고 겸손하며 절제하는 타입이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여 일정한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자기를 통제하려고 한다. 부모님의 교육과 독일, 스페인에서의 경험이 백 선수를 내재적으로 강하게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전북현대에서 자기 재능을 꽃피우고 있으며, 2022년 초 두 번의 평가전(아이슬랜드, 몰도바)에서 연속적으로 골을 터뜨리면서 화제에 올랐다.

엄원상 선수(울산현대)는 내향적인 성격의 전형이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고, 선수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런데 경기할 때는 딴판이다. 본래 기질을 벗어버리고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이집트 출신으로 리버풀의 핵심 공격수인 살라 선수와 유사하다고 대표팀에서는 ‘엄살라’라고 부르는데 일상에서의 자아와 축구할 때의 자아가 분리되는 타입으로 보인다. 쉽게 가질 수 없는 컨트롤 능력이라 놀라울 때가 많다. 이런 면은 선배인 강상우(베이징궈안) 선수와 닮은꼴이다. 엄 선수는 2021년 12월 K리그 마지막 경기인 인천유나이티드와의 경기 때 종료 직전에 다른 선수에 밀려 넘어져 왼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아쉽게도 2022년 1월 경기에 뛰지 못했으나 이후 울산현대로 소속을 바꾸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내향적인 선수들이 드러내는 모습이 여러모로 흥미롭다. 나와 닮은 기질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정식으로 MBTI 검사를 실시해서 선수들의 성향을 알아보고 싶다.


분위기를 띄우는 재간둥이형

선수들 중에 ‘나만 보자니 참 아깝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타입들이 있다. 말주변과 유머감각이 탁월하거나, 재주가 많은 선수들이다. 특히 배꼽 이탈을 유발하는 입담꾼들을 보면, 기회가 된다면 꼭 배틀 무대를 마련하고 싶다는 의욕이 불끈불끈 샘솟는다.

박지수 선수(김천상무)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수비수이다. 다른 유부남 선수들처럼 사랑꾼인데, 표현을 많이 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런데 그는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인정하는 코미디언이다. 어휘력이 좋고 상상하기 어려운 언어의 유희를 부린다. 썰렁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단, 그의 유머에는 단서가 있다. 아주 친해져야만 그의 말재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유머 쪽으로 도통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박지수 선수가 정말 부럽다. 선수들끼리 게임을 할 때도 박 선수가 참여하면 재미가 배가된다. 소위 말하는 ‘드립’의 제왕이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재치가 넘치는 데, 여기에 그의 말재간을 옮길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지수 선수의 언어적 센스는 축구 실력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정승현 선수(김천상무)는 박지수 선수와 쌍벽을 이루는 분위기 메이커이다. 선수들의 기분이 처져 있을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가가 재롱을 부리면서 분위기를 풀어준다. 기분 안 좋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런 걸 잘한다. 축구 실력, 성격 모두 좋다. 긍정적이고 발랄하지만 진지한 면이 있다. 그래서 그가 농담을 많이 해도 아무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서 어색함을 없애주고 으쌰으쌰 하면서 분위기를 돋우는 선수단의 감초이다.

홍철 선수(대구FC)는 대표님 내에서 형님 그룹에 속한다. 처음엔 낯을 많이 가려서 다가가기 힘든 타입이지만, 친해지면 적극적으로 거리를 좁힌다. 나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도핑 테스트 때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다. 친해지고 나니까 애교나 애정 표현이 많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일이 많아서 미처 시선을 못 마주치면 “박사님~”하고 톡 치고 인사를 건넨다. 서글서글한 성격이라 다른 선수들과도 잘 지낸다. 이제는 대표팀 내에 동생이 더 많아졌지만 아마도 형들이 엄청 좋아했을 것 같다. 2022년 울산을 떠나 대구로 이적했는데 ‘대구 오면 연락주세요!’라는 문자에 하트 이모티콘을 함께 보내주어 그걸 보고 내 심장이 심쿵했다는 사실.

송민규 선수(전북현대모터스)는 2021 도쿄올림픽 대표팀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내성적이며 착하다. 그러면서도 활발한 면모가 있고 센스와 재능이 있으며 사교성까지 겸비해, 향후 스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들 중 하나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지배하려는 스타일이다. 아직 어리지만 나중에 성장하면 선수들 간 결합, 화합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배 선수들에게 잘 다가가고 뭐든지 배우려 하고 겸손한 선수이다. 그러면서도 제 할 일을 다하는 실속파이다. 생활지능이 뛰어나다. 2022년 3월 UAE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시행한 훈련에서 부상을 당해서 너무 고통스러워했는데 어려운 재활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경기장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수 선수(전북현대모터스)도 장난 아니게 수다쟁이이다. 마음에 맞는 이와의 수다를 좋아한다. 한번은 훈련장에서 쪼그려 앉아서 김 선수와 얘기를 시작했다가 다리에 쥐가 날 뻔했다. 대화를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멈추지 않는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편안한 자세를 확보하는 게 먼저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의견을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졌으면서도 해외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숙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안다. 한마디로 말해서 축구계의 ‘교회 오빠’이다. 내 생각에 김진수 선수를 무인도에 던져놓는다 해도 절대 밥은 안 굶을 것 같다.

김 선수는 부상 때문에 두 번의 월드컵 직전에 대표팀에서 낙마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풀백인데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몸 건강을 각별히 챙긴다. 진솔하고 지혜로우며 미래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와 대화할 때 주요 이슈는 경제 영역이다. 단순한 재테크 차원이 아니라 좀 더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재간둥이형 선수들이 모여서 배틀을 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누군가가 수다를 떤다고 해서 시끄럽다고 타박하는 선수들은 없다. 다들 그 분위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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