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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3

09. 낯선 동네에서 살아보기 남들보다 조금은 느려도 괜찮다. 우리가 살아갈 앞으로의 날들이 궁금해진다. 은퇴를 몇 달 남긴 작년 봄. 퇴직일을 기다리는 시간은 더뎠다. 은퇴까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한없이 느리게 흘러갔다. 회사 생활하는 내내 프로젝트의 마감 일정에 쫓겼다. 부족한 시간을 야근으로 채워가며 업무와 씨름하다 마침내 끝날 것 같지 않던 프로젝트를 털어내면, 그새 두어 개의 계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런 시간을 20년 가까이 보냈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건, 전엔 미처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는 늦은 오후, 다시 한번 달력을 열어 은퇴하기까지의 일수를 셌다. 64일이 남았다. “아. 오전에도 64일 남았었는데. 그대로네.” 그즈음 은퇴 후의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채워나.. 2022. 2. 3.
01. 나의 꿈은 가정주부가 되는 거야 이제는 내가 먼저 어차피 잡힐 손을 아내에게 내어준다. 마지막 출근을 했다. 연차가 남아있어서 실제 퇴직일은 아직 며칠이 남았지만 출근은 이걸로 끝이다. 20년 가까이 일을 했고, 그 기간 동안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이 회사에서 12년 넘게 있었다. 퇴사를 처리하는 담당자와 마지막 면담을 했다. 담당자는 별로 궁금할 것도 없는 질문 몇 가지를 했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회사에 아쉬웠던 점을 말해 달라기에 희망퇴직 제도가 없는 게 가장 아쉬웠다고 얘기했다. 면담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팀별, 파트별, 프로젝트별로 나뉜 단톡방에 마지막 퇴사 인사를 했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인사말을 뒤로하고 단톡방을 나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 대던 장애 알림톡방도 탈출했다. 쓰던 장비와 사원증을.. 2022. 1. 20.
00.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연재 예고 불확실한 미래와 실패가 두려운 당신께 전하는 공감 에세이 거북이, 고양이, 그리고 아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끌어당기는 것들의 힘 40대 ‘조금 이른’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과정, 그리고 은퇴 이후의 소박한 일상이 이 책의 중심축이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직장 생활 이야기와 아내와 함께 구상한 은퇴 계획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은퇴 이후 저자는 가고 싶었던 카페를 간다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일상을 채워나간다. 그렇게 쌓이는 시간은, 하루하루 버텨낸 것만으로 만족하던 때의 시간과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기대한다. 저자는 회사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분방한 일상이 쌓이게 되면, 그 긴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무언가가 분명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 202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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