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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청소년을 위한 이것이 인공지능이다>

02. 20세기 말 닷컴 버블과 인공지능 시대의 시작

by BOOKCAST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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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모델이 된 최초의 기계는 70여 년 전 앨런 튜링 박사가 만든 ‘튜링 기계’입니다. 순서에 따라 수학적 계산과 논리 조작을 실행하는 이 추상적인 기계가 컴퓨터 시대의 서막을 열고 인공지능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즉, 인공지능은 7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발전해 오고 있는 기술입니다. 그리고 이 기술에 사람들은 쉽게 열광하고 쉽게 실망했죠.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실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빠르게 발전했다기보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기대,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21세기를 앞둔 1999년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컴퓨터가 년도 인식 오류를 일으키는 Y2K 문제로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다거나 비행기가 추락하는 등의 큰일이 벌어질 거라고 우려했습니다. 당시에 사용하던 초기 컴퓨터는 메모리가 부족하여 연도를 표기할 때 관행적으로 1998년이라면 앞의 19를 생략하고 98로 표기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므로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앞의 2를 인식하지 못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거로 생각했죠. 종말론자들은 이 틈을 타서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인터넷 기술이 본격적으로 대중화하던 1998~1999년 우리나라에서는 ‘닷컴 버블(dot-com bubble)’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상호 뒤에 ‘.com’을 붙여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업체임을 표시하면 쉽게 이목을 끌고, 투자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www.lovedog.com’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분양하는 강아지 사진을 올리고는 사람들이 이 웹사이트를 보고 사진을 선택해 강아지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사업계획서를 만들면 얼마든지 투자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묻지마 투자 광풍, IT 버블’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많은 사람이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도입하면 엄청난 성과가 날 거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기대에 부합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많은 닷컴 벤처 기업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설립한 많은 IT 벤처 회사가 내놓은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비전까지 폄훼하기는 힘듭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그들이 제시한 비전은 틀렸다기보다는 구현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를 내실 있게 버티며 비전과 계획을 꾸준히 실행한 기업은 현재 구글과 아마존 같은 초우량 기업이 되었으니까요. 또한, 누구나 인터넷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오해한 측면도 있습니다. 인터넷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터넷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상상하고 대비한 사람은 앞서 나갔습니다. 즉, HTML 문법을 잘 몰라도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고, 서버 설정을 할 줄 몰라도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듯이, 인공지능 기술을 잘 몰라도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실생활에 이용될 때까지는 오랜 시 일이 걸릴 것입니다. 20년 전의 인터넷 기술이 기대와 실망감을 동시에 안겨 주기를 반복하면서 세상에 없으면 안 되는 기술이 되었듯이, 인공지능 기술도 기술의 발전에 비해 사람들이 해당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이 되느냐 되지 못하느냐는 그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Image by rawpix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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